봉사활동, 외국인과 함께하는 1박2일 짧은 여행
(Volunteer work with foreign friends)
예전에 한국인 50%, 외국인 50%정도의 비율로 1박 2일동안 외국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인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러한 활동을 찾아서 신청하게 된 이유는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보지만 평소 즐겨봤던 프로그램인 이웃집 찰스라는 Tv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냥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정말 고생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참 전 이야기라 내용이 정확하진 않을 순 있지만, 몸이 아픈 와중에도 가족을 위해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타국에서 의지할 곳 없이 고생하고 있는 그들의 상황이 슬펐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이러한 사람들이 많겠구나. 돕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천에 옮겼고 어떠한 어떠한 활동이 국내에 있나 찾아보던 중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대학생 등이 서로 모여 문화교류를 하는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신청하고 서류에 합격한 뒤 1박2일 동안 다녀왔다. 선정발표 뒤, 하고 싶었던 것을 경험해볼 수 있어 기뻤던 기억이 난다.
이 글로벌 문화교류 활동은 '언어, 문화 장벽이 없는 자유로운 소통의 세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BBB 코리아에서 주최하였다.
BBB의 의미는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Before Babel Brigade'의 약자로 바벨탑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군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다.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세계 유일 언어, 문화 NGO인 비비비코리아.
출발하는 날 이태원에 위치하고 있는 본사에 모여 간단히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뒤 주말동안 시간을 보내게 될 철원으로 출발하였다.
다들 초면이라 조용한 버스 안에서 한숨도 자고 핸드폰도 하며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었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하루동안 같이 생활하게 될 팀을 배정 받았다.
점심을 먹고 잠깐 짬이나 한국인 대충 30명정도 중에 5명정도 밖에 안되는 남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좀 재밌는 상황이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다른 남자분들 모두 그냥 아는 사람없이 다 혼자 지원을 해서 왔다. 근데 대다수의 여자분들은 친구 한두명은 같이 지원해서 온 것 같았다. 뭔가 이런 말을 할때 서로 허탈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역시 음성이나 상황없이 글로만 설명하려하다보니 재미가 없는 것 같다.
편한 복장인 몸빼바지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외국인과 함께하는 1박 2일동안의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첫 임무는 농촌 활동!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었지만 마무리 작업이 필요해보였다. 버려야할 배추는 버리고 먹을 수 있는 배추는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매번 김장을 담글때 옆에서 간을 보기 위해 한입씩 먹기만 했지 이렇게 김장을 위한 배추를 정리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몸통(?)부분을 잘라내는 칼질이 쉽지 않아 놀랐다. 내가 힘이 없는건지..
작업을 반정도 끝낸 뒤의 모습이다. 버려야할 부분들을 버리고 나니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애기크기 마냥 작았다. 먹기에 귀여울정도로..
인원은 많은데 작업해야할 공간은 좁아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빠른 시간안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자꾸 상체를 숙이고 일을 하다보니 그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모든 배추를 정리한 뒤 휑하게 드러난 밭의 본래 모습이다. 생각보다 작업이 빨리 끝나 당황한 운영진들이 보였는데 그 짧은 순간에
게임을 기획해서 가져왔다. 그 게임은 Tv에서 자주나왔던, 같은 조원 2명끼리 발을 묶어서 이어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었다.
재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아직 서로 어색한 사이에 팀원들끼리 화합이라는 명목하에 스킨십이 기반이 되는 게임을 하면 짧은 시간 안에 더 가까워 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안해본 게임이라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살짝 들었다.
내기없으면 재미가 없기에 꼴지팀은 남들이 다 쉴때 마을회관을 청소하자라는 내기를 걸었다.
작업물이였던 애기배추를 바톤으로 열심히 달렸다. 꼴지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뭔가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고 혼자하는 일이 아닌 남과 함께하는 일이여서 그런지 생각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벌칙으로 마을회관을 청소하러가기 전, 간단히 새참을 먹었다.
땀을 뻘뻘 흘릴 정도의 일은 아니였지만 뭔가를 하고 난 뒤에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점심에 먹었던 밥보다 100배는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꿀맛이었다.
약속대로 마을회관을 청소하러 왔다. 청소라 해서 거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할 일들은 없었고 젊은 친구들이 없어서
평소에는 갈지 못했던 높은 위치에 있는 전구를 갈거나, DVD나 책 등을 알맞은 자리에 두거나, 간단한 청소 들의 일을 하고 왔다.
청소를 마치고 난 뒤의 쓰레기 양.
막상 할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양이 상당했다.
청소를 마치고 이번 bbb 코리아의 프로젝트를 같이 담당하셨던 마을 주민분과 얘기를 나누었다.
원래 이런 기회가 있어 바깥 사람들이 이 동네에 오게 되면 동네아이들이 구경을 와서 놀아달라고 한다는데 이 날은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주말이라서 그랬나 방학이래서 그랬나 시간이 늦어서 그랬나.. 그래서 아이들이 없다고 말씀하셨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심 아쉬웠다.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하는데 대추나무에 익은 대추들이 걸려있어서 하나 먹어봤다. 맛있었다. 역시 밖에 나와서 먹으면 다 맛있는 것 같다.
이 곳에 온 거의 대부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 1박 2일 중 가장 재밌었던 저녁시간이 왔다.
컨텐츠 명은 삼시세끼라하여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나라의 친구들이 자신들의 대표 음식을 각자 만들어 서로 나눠먹는 것이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호주, 독일, 베트남, 네덜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참여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메뉴는 라코타치즈샐러드와 또띠야 피자, 나시고랭, 타코, 불고기와 김치찌개로 구성되어있었다.
우리 조는 유럽음식이었던 라코타치즈샐러드와 또띠야 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호주 친구가 우리조에 있었는데 이 친구가 정말 자신있다고 해서 이 메뉴로 정했다.
피자를 만드는 모습. 보기에 정말 그럴듯했다. 근데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오븐이 없었던 것! 어떻게 할까하다가 그냥 후라이팬에 구우면 타니 호일에 덮어서 구워보자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이래도 타고 저래도 탔다. 솔직히 반쯤 포기한 상태로 그냥 짜투리 음식들을 주워먹으면서
다른 음식인 라코타치즈샐러드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근데 아까 자신있다말했던 호주 친구가 계속 집중을 하더니 이렇게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거의 타지 않고 잘 만들어졌다. 맛 또한 배고파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가게에서 팔 정돈 아니였지만 정말 충분했다.
어려웠던 숙제를 하나 끝내고 나니 라코타치즈샐러드를 만드는 것은 정말 수월했다.
샐러드가 그렇듯이 그냥 필요한 재료들을 넣기만 하고 섞어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사실 라코타치즈라는 것을 이 날 처음 먹어봤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치즈라하여 뭔가 색다른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근데 독일인 친구가 다른 조는 뭘 만들고 있나 구경하면서 다니다가 우리가 만드는 것을 보고 먹어봐도 되냐고해서 한입 먹더니
정말 맛있다고 쌍따봉을 주고 갔다. 뭔가 그리운 맛이었나보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재밌게 웃고 떠들면서 완성된 삼시세끼 저녁식사!
각자의 조에서 만든 음식들을 조끼리 따로 먹을 수 있도록 알맞게 배분했다.
제일 오른쪽에 새우와 당근 등이 들어간 볶음밥처럼 보이는 음식은 인도네시아 대표음식인 나시고랭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음식이 제일 맛있어서 우리 조에 있는 인도네시아 친구한테 자국에서 파는 것과 비교해서 어떠냐고 물어봤다.
나시고랭의 맛은 이 맛이 아니라고 했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현지에서 먹으면 더 맛있고 매콤하다고 알려주었다.
다들 배고파서 먹는 것에 정신팔려서 어느 조에서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었는지는 듣지 못했다.
뭐 입맛은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왠지 불고기가 제일 인기였을 것 같다.
그렇게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바로 자기엔 아쉬우니까 다같이 강당에 모여 소화도 시킬겸 게임을 했다.
Tv에서만 봤었던 신문지를 반씩 접어서 누가 더 많이 올라가나 등의 게임도 했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던 도미노도 했다.
도미노를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한 이유는 재미도 재미지만
정말 처음 본 낯선 사람들이 친한 친구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 인간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총 세개의 도미노 판을 만들었는데 진짜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모두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2개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몇번 했었던 이 도미노를 하면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꼈고 순간순간 멘탈이 나가는 팀원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꽤나 재밌었다. 흔한 게임이라 지겨울 줄 알았던 게임이 낯선이에게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만들 줄은 몰랐다.
이 부분은 운영진도 아마 몰랐을 것 같은데.. 다음에 어디 단체 활동이 있으면 도미노를 해봐야겠다. 이 게임은 서로를 쉽게 친하게 만들어준다.
친목 겸 레크레이션 겸 간단한 활동을 끝내고 다같이 식당에 모여 야식을 즐겼다.
파전과 동그랑땡을 먹었는데 왜 그렇게 맛있는지.. 생각보다 많이 먹고 땡땡해진 배와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봉사활동, 외국인과 함께하는 1박2일 짧은 여행 마지막 날 일정은 허수아비 만들기다.
우리가 만든 허수아비 중 우수작품은 실제로 이 마을 논밭에 쓰일 예정이다.
위 사진은 우리 조에서 만든 허수아비. 섹시함을 추구하고자 만들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뭔가 이상한 사람처럼 나타난 것 같다.
그래도 다들 생전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본 것치곤 잘 만든 것 같아 좋았다. 이 날이 아니면 평생에 허수아비를 꾸며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였다.
각 팀마다 완성한 허수아비들의 모습. 이게 고정도 그렇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꾸민다는 자체가 좀 어색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을 주민분들이 직접 나와 베스트 허수아비를 뽑아주셨어야했기에 발표에 앞서 각 조의 조장이 나와 허수아비 컨셉에 대해 설명을 했다.
어제의 달리기도 그렇고.. 꼴지는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허수아비에서도 1등은 하지 못했다.
이 허수아비 만들기 체험을 마지막으로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바로 어제였지만 출발한 날과는 달리 돌아오는 버스는 매우 시끄러웠다. 변함없이 버스 맨뒤에 앉았지만 주변의 많은 친구들과 오면서 한국의 문화, 다른 나라의 문화 등 궁금한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 등을 해왔었지만 이렇게 외국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은 인생 처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재밌었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요즘도 간간히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나라가 아니다보니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도 외국에 놀러갔을 때 뜻하지 않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었는데.. 생각난 김에 맛있는 밥이나 사줘야겠다.
아무튼 처음 해본 봉사활동, 외국인과 함께하는 1박2일 짧은 여행!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