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춘천 토박이 현지인들만 방문하는 곳임에도 피크 시간 만석인 공지천왕갈비

디프_ 2025. 1. 28. 15:45
우연히 발견한 식당인데 너무 만족스러워 또 가고 싶은 춘천 맛집 공지천왕갈비

 

 

이번 연휴가 꽤나 길다. 근데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연휴를 보내는 것은 또 오랜만인 것 같다. 원래 계획이 있긴 했었지만 그게 드랍이 되고 굳이 새로운 계획을 또 만들진 않았다. 뭔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뭔가를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는 것보단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데일리로 할 일들을 하나씩 추가해 두었다. 근데 이게 조금 독이었던 것 같다. 하루는 온전히 쉬었어야 했는데 피곤이 쌓인 것인지 풀리지 않은 것인지 약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정말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오랜만에 입술이 텄다. 운동을 다닐 때도 안 부르텄던 입술인데 쉴 때 이런 것을 보면 쉰 게 맞긴 한지 의문이긴 하다.

 

아무튼 가볍게 일정을 잡으려고 했을 때, 근처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싶었다. 이미 갈 사람들은 해외든 멀리든 다 갈 것 같아서 근교는 조금 한산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2박을 가는 것도 아니고 1박이니까 여러모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후보군이 하나 생겼다. 바로 대전. 대전의 경우 작년부터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었다. 근데 마땅히 추진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혼자 차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니 뭔가 의욕이 없기도 했겠다. 그렇게 갈까 말까 하다가 이번엔 결국 가지 않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굳이 가기 전에 혼자 또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아마 제주도를 이런 마음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가지 못했던 것이겠다.

 

그러다 또다시 이렇게 춘천이 떠올랐다. 작년 정말 춘천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춘천 가도 가도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춘천에 가서 놀거리가 많다거나 뭔가 볼 것들이 많다거나 그래서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그런 도시였다. 그리고 움직임에도 불편함도 없고 나에게 즐거운 기분만 선사해주는 그런 몇 안 되는 도시였다. 무엇보다 입이 즐거웠다. 춘천에서 정말 많은 맛집들을 다녔던 것 같다. 실제로 소문난 맛집을 가보기도 하고 나 혼자만 의미 부여한 맛집들을 만들어 두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입맛이 맞는 도시들이 좀 있다. 제주도나 부산 등 이렇게 너무 유명한 곳은 제외하고 김해가 음식이 정말 맛있고 나랑 잘 맞더라. 근데 춘천도 거의 김해 급에 속한 도시였다.

 

단순 맛을 떠나 가성비도 괜찮고 서비스도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정이 있다. 그러니까 뭔가 너무 속세적이지 않다. 상업화가 덜 된 느낌. 덜 된 느낌이라기보단 그 적정선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뭐 요즘 SNS의 영향으로 지방 어느 구석에 있는 맛집을 간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속세를 느끼면 느낄 수 있겠다. 근데 그에 비하면 춘천이 그걸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겠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춘천은 소비자 입장과 사장님 입장 그 중간선에서 여러모로 잘 운영되고 있는 도시라 생각한다. 내가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먹거리에 있어서는 말이다. 5일장 같은 시장들도 잘 되어있고 농협도 그렇고, 가게들도 그렇고. 아무튼 그냥 하나가 좋게 보이면 다 좋게 보인다고 춘천은 나에게 그런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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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렇게 춘천 좋아할 거면 대전 갈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춘천 다녀오지 그랬냐고 물어보실 수 있겠다. 솔직히 그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일단 거리도 나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도시니까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은 맞다. 근데 아직까지 굳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별로라는 것은 아니고 딱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겠다. '굳이 혼자 가서 뭐 하러 자고 오냐' 이 문장. 제주도도 아직 못 가게 만든 이 한 문장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겠다. 무슨 일이 있다거나 일정이 있으면 충분히 벌써 다녀오고도 남았겠다. 근데 어찌 되었든 차로 2시간을 넘게 타고 가야 하고, 특히 그 밤에 자기 전의 적막이 감당이 안 되는 느낌이다. 물론 가서 책 읽거나 유튜브 보다가 바로 잠이야 들긴 하겠지만.

 

아무튼 그래도 춘천의 가고 싶은 맛집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예 안 갈 순 없겠다. 아마 올해 안에 그래도 최소 두 번 이상은 가지 않을까 싶다. 일단 떠오르는 곳이 치킨집 하나랑 오늘 소개할 여기 공지천왕갈비 고깃집이 되겠다. 그 치킨집의 경우 춘천 토박이 현지인 사장님께서 추천을 해주신 곳이라 내가 발견한 것은 아니겠다. 근데 여기 공지천왕갈비 가게의 경우 내가 우연히 발견한 가게다. 그래서 뭔가 나만의 맛집일 수 있다. 각종 SNS에 아직 컨텐츠가 있는 그런 곳은 아니니까. 근데 여기 확실히 여러 나의 경험 데이터 상 맛집이 많다. 그리고 덜 알려졌기 때문에 나만 아는 맛집 느낌으로도 충분히 괜찮겠다 싶다. 만약 지인이 춘천에 놀러 간다면 아마 난 여길 무조건 추천해주지 않을까 싶다.

 

일단 여길 어떻게 알았냐면, 남춘천역 근처에 있어서 지나가다가 볼 수 있는 가게가 되겠다. 근데 어느 날 고기를 먹어야겠다 싶었다. 근데 딱 이 가게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저긴 어떤가 싶어서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봤다. 근데 매장 앞에 손님분들이 흡연을 하고 계셨고,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밖에서 봤을 땐 조금 한가한 느낌이 들었는데 막상 내부를 살펴보니 왁자지껄하게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가게였다. 그래서 여긴 한번 와봐야겠다 싶었고, 그날이 아니고 다른 날에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매장 내부가 넓었지만 사람들로 거의 다 차 있었고 테이블이 몇 개 남아있어서 대기 없이 운 좋게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고기를 주문하고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일단 숯불이 나오는 것 합격이었다. 그리고 고기는 셀프로 구워야 했지만 이렇게 불판도 이중으로 해서 강한 화력이 있지만 너무 태우지 않게 잘 구울 수 있도록 센스 있게 배려를 해주셨다. 그리고 일하시는 분 중에 외국인 분도 계셨는데 한국어를 너무 잘하셨다. 그런 것도 그냥 좋았고, 서비스로 된장찌개가 나오고 양념게장도 나오고 또 돼지 껍데기도 저렇게 주시더라. 그러니까 이런 약간 혜자와 같은 서비스들도 또 합격이었다. 밑반찬 맛있는 것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양념게장의 경우 추가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했는데 그건 뭐 여기가 비싼 고깃집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겠다. 비싼 고깃집에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긴 하는데 여긴 그런 곳은 아니니까.

 

근데 고기 가격도 착하다. 국내산이고 300g에 16,000원이다. 서울에선 150g 또는 200g에 이 가격보다 1~2천 원 더 비싸게 파니까 말 다했겠다. 물론 서울과 춘천을 비교하긴 좀 그렇기야 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아무튼 이렇게 모든 합격점이 높아도 맛이 없으면 재방문은 힘들겠다. 근데 맛있었다. 솔직히 뭐 고기 빛깔 보고 이게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잘 볼 줄 모른다. 근데 그런 것 있지 않나. 간혹 동물적인 본능으로 이건 피해야 하는 것인지, 먹어도 되는 것인지 등등 말이다. 그냥 고기가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이 고기 신선하고 맛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직접 굽고 먹으면서도 느꼈다. 두툼하게 나오는데 너무 부드럽고 잘 구워졌다. 오히려 나중에 너무 바짝 구워서 그 맛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랄까. 적당히 잘 구워야 부드럽고 맛있더라. 뭐 모든 고기가 다 그렇겠지만.

 

된장찌개도 옛날 된장찌개 스타일로 구수해서 맛있었다. 사실 이런 맛은 서울에서 맛보기 힘들다. 양념게장은 너무 맛있어서 돈을 주고 추가로 해서 먹었고 마지막에 돼지 껍데기를 구워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맛있더라. 일단 식감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고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진짜 뭔가 정신 홀려서 오랜만에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던 시간이었다. 여기 공지천왕갈비 가게 안에 나처럼 관광객이 온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였고 이미 재방문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단골손님들이 주인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춘천 토박이 현지인들만 오는 가게임에도 피크 시간에 만석 행진이 이어지더라. 내가 중간쯤 먹었을 때 내부를 둘러봤더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근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그런 가게였다. 오랜만에 가격 착하게 너무 맛있게 고기 잘 구워 먹었다. 다음 춘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여긴 필수로 들리지 않을까 싶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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