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가격, 서비스, 맛 모두 훌륭했던 노량진 가성비 중국집 취복루
어렸을 때 종종 노량진을 왔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떡볶이를 먹으러 온 적도 있었고, 여기에 딱히 뭐가 없었는데 그렇게 왔었다. 놀아본 기억은 없고 지나다니다 여러 이유들로 종종 들렸던 것 같다. 그때마다 딱히 어떤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근데 한 2~3년 전인가. 친구랑 우연히 여길 온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종종 노량진에서 식사를 하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 덕분에 노량진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근데 그때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 양도 많은데 구성도 괜찮고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뭔가 우리가 대학가에 가서 식사를 하면 가성비가 좋듯이 딱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때 친구에게 앞으로 노량진에서 종종 만나자고 말을 했던 것 같다.
근데 나의 경우 가던 곳만 가는 편이기보단, 오히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안 가본 곳을 가려고 하다 보니 또 그 뒤로 자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나마 노량진을 가긴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 위치가 중간인 듯하면서 아니기도 하고. 그러다 이번에 오랜만에 다시 노량진을 찾게 되었다. 2~3년 전 그 친구와 동일한 친구다. 우리에게 위치적으로도 딱 알맞기도 해서 겸사겸사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나 역시 좋은 기억이 있기도 했고. 그 친구가 자기가 친구들 만날 때마다 간다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서 그럼 거기로 가자고 했다. 주차 부분이 걸리긴 했지만 근처에 유료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서 했다. 역시나 서울 답게 주차비가 저렴하진 않았다.
이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그래도 대부분 이 중국집에 올 경우 술 한잔 하실 것이기 때문에 차를 안 가져 오실테니 그런 걱정은 덜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 메인 고객층은 뭐니 뭐니 해도 노량진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고시생이나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더 괜찮겠다. 사실 내가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단 뭔가 프랜차이즈 중국집도 아니고, 딱 분위기가 옛날 느낌 가득에 정말 찐 중국집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방문한 연령층이 낮아서 놀랐다.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그다음엔 여기서 회식 등 모임을 갖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다. 나랑 내 친구처럼 정말 외부에서 온 손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 느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왁자지껄하고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친구의 경우 매일 여기 올 때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온다고 했다. 양도 많고 맛도 좋은데 술 마시기에 좋은 분위기라나 뭐라나. 나의 경우 술을 잘 몰라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으나 여기 다른 테이블 손님들을 보고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다들 기분 좋게 한잔씩 걸치고 계시더라. 우리처럼 식사만을 위해 온 테이블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뭐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되니까. 여러번 방문한 친구가 강력 추천해 준 가지덮밥을 주문하고 배를 채울 수 있는 탕수육과 면 요리를 하나씩 주문했다. 사실 요리로만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식사류도 같이 주문하게 되어 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친구가 여기 양이 괜찮게 나와서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메뉴는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나왔다. 홀을 여자 사장님 혼자서 담당하시는 것 같은데 그래서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서비스도 훌륭하고 친절하시고 응대도 빠르셨다. 손님 입장에서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어향가지 덮밥의 경우 가격은 8천 원이었지만 양이나 구성은 그렇지 않았다. 가지도 실하게 들어있었고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한 양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스가 대박이었다. 감칠맛 살아있고 너무 맛있더라. 그리고 꿔바로우의 경우 가격은 18,000원인데 이것 역시 양이 상당했다. 성인 두 명 기준으로 충분히 다 먹을 수 있는 양이었지만 다른 곳들과 비교하여 이 정도면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볶음면의 경우 이게 양이 상당했다. 사실 볶음면이라고 따로 먹어본 적은 없어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다. 뭐 삼선짜장면처럼 볶아서 나오는 것인가 싶었다. 근데 이렇게 하얀 베이스로 뭔가 고추기름에 볶은 것처럼 나왔다. 나의 경우 짜장면 스타일을 기대해서 그런지 살짝 아쉬웠는데 친구의 경우 이날 여기서 이 메뉴를 처음 먹어봤는데 세개 중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아마 다른 것들은 다 먹어봤는데 처음 먹어봐서 더 그렇게 느낀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나 역시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양도 실하고 감칠맛도 살아있어서 계속해서 손이 갔다. 근데 뭔가 강렬한 맛보단 조금 심심한 베이스라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처음에 별도 간장을 챙겨주시진 않아 이렇게 따로 받아왔다. 꿔바로우 그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맛이긴 했으나 뭔가 찍어 먹고 싶었다. 사실 간장이 없어도 그 양꼬치집 가면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화한 매운맛이 느껴져서 충분하긴 했다. 이렇게 식사를 하면서 맥주가 굉장히 마시고 싶었는데 잘 참았다. 속이 안 좋아서 그나마 음식은 자유롭게 먹어도 음주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먹으면서 든 생각이, 여기 노량진 취복루 충분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이 만석인 이유가 있는 가게다 싶었다. 가성비 하나로 고시생 마음 꽉 잡았다고 하나, 이 가성비에는 양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와 맛 모두 포함되었다 생각한다. 실제로 중국 유학하신 분들도 여기서 본토 느낌으로 맛있게 즐기실 수 있다고 하실 정도인데 만약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여기 가보시면 좋겠다 싶다. 나도 이 어향가지 덮밥이 계속해서 생각이 나 조만간 또 방문할 예정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