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보다 훨씬 더 큰 돈까스와 쫄면이 들어가는 순두부찌개가 매력적인 용산 돼지먹기
지나가다 가게들을 보면 간혹 여긴 뭔가 특색이 없어 보이는데 사람들이 많지 싶은 곳들이 있다. 그래서 다음에 와봐야지 하면서 별도 기록을 해두는 곳들. 오늘 소개하는 용산 돼지먹기의 경우가 그런 케이스다. 사실 여기 입지 자체가 뭐라고 해야 하지.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리기는 조금 힘든 느낌이다. 밖에서 봤을 땐 뭔가 지금 장사를 하는 게 맞나 싶은 느낌. 딱 처음 이 가게를 안 것도 사람들이 여기 안으로 들어가길래 저긴 뭘 파는 곳이지 싶어서 둘러봤었다. 물론 가게 앞에 여러 메뉴를 판매한다는 포스터가 있긴 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눈에 잘 안 들어왔었다.
근데 무심코 둘러본 내부가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것을 보고 여기 뭔가 있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날은 아니었고 다음에 날을 잡고 방문을 해봤다. 다양한 점심 메뉴가 있었는데 그중 순두부찌개와 수제등심돈까스가 눈에 들어왔다. 순두부찌개 안에 쫄면과 만두, 햄 중에 하나가 들어갈 수 있었는데 쫄면이 들어간 순두부찌개는 먹어본 적이 없어 이색적일 것 같아 이건 먹어보고 싶어서 먹어봤다. 그리고 돈까스의 경우 수제라고 하기도 하고 얼리지 않은 국내산 돼지고기 등심으로 직접 만드신다고 하길래 이것도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뭔가 이 구성만 봐도 사장님이 음식에 자신이 있으신 것 같았다. 사실 그냥 기성품 대충 조리해서 내어주는 곳도 많긴 하니까.
그렇게 첫날 먹었었는데 거의 반 정도 먹었나. 그리고 다 남기게 되었다. 이게 내가 생각한 돈까스 양이 아니었다. 수제라고 해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가격은 9천원인데 양이 상당했다. 돈까스에 비해 순두부찌개의 경우 양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이게 뚝배기에 나와 용암처럼 뜨거워서 개인적으로 간도 맞고 약간 아주 맑은 국물 베이스라기보단 꾸덕꾸덕함이 살아있어서 나에겐 좋았다. 그래서 이 메뉴 두개를 시켜서 2인이서 나눠 먹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돈까스는 애초에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근데 다른 테이블 보니 혼자 돈까스 해치우고 나가시는 손님이 있긴 하더라. 나에겐 불가 영역이다.
아무튼 그게 여기 용산 돼지먹기 첫 시작이었고 그 뒤로 종종 이 두 메뉴가 먹고 싶을 때 이 가게를 찾았다. 일단 여기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확실히 사장님께서 음식을 잘하시는 게 느껴진다. 그 내공이 있으시다. 돈까스도 소스를 이렇게 따로 그릇에 담아 주시는데 별도 와사비까지 챙겨주신다. 그 와사비를 한바퀴나 두바퀴 정도 두른 뒤에 소스와 섞어서 먹으면 튀김 특유의 느끼함도 잡아주고 감칠맛도 살려준다. 그리고 이 돈까스 소스 자체는 아마 직접 만들긴 힘드시겠고 기성 소스겠지만 와사비 덕분인지 뭔가 다른 곳에서는 접하지 못한 그런 소스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직접 만드신다는 돈까스의 경우 튀김옷이 그렇게 두껍지 않아 바삭하고 맛있어서 괜찮았다.
순두부찌개는 뭐 앞서 말한 것처럼 훌륭하고. 이게 쫄면을 빠르게 후딱 먹어줘야 국물이 좀 오랜 기간 살아남는다. 그다음에 국물들과 함께 두부를 즐겨주면 딱이겠다. 그리고 돈까스와 이 순두부찌개의 합이 괜찮아서 만약 2인이 오실 경우 이렇게 시켜서 나눠 드시는 것이 정말 베스트겠다. 사장님께 앞접시나 그런 것 달라고 요청하면 소스부터 해서 별도로 잘 챙겨주신다. 사실 이렇게 안 해주는 곳들도 많은데 여러모로 센스가 있으신 사장님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렇게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만석을 이루지. 물론 저녁에 가본 적은 없어서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히 이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책임지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밑반찬의 경우 심플하게 나오는데 이것들도 직접 만드시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셀프로 가져올 수 있는데 장국 같은 것도 있어서 여러모로 개인적으로 가성비는 괜찮다 생각한다. 사실 요즘 점심 식사가 기본 1만 원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9천 원이던 백반집도 1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더라. 물론 여기도 서서히 올릴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이 가격에 이 구성은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맛도 괜찮고 퀄리티도 괜찮으니까. 무엇보다 수제등심돈까스이기도 하고. 두께 자체가 그리 두껍지 않아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질긴 포인트 하나 없고 겉 튀김 바삭하고 식감이 살아있는 돈까스다. 이 두 메뉴가 생각이 날 때 용산 돼지먹기 방문은 나름 필수코스인 느낌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