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는 버크셔K 냉동삼겹살 캬센터
상쾌한 주말 등산을 마치고 먹을 것을 향했다. 사실 등산이라고 하기엔 뭐했다. 애초에 산 자체가 높지도 않았고 힘들 것을 알았기에 높은 산을 애초에 가려고 하지 않았던 날이니까. 이날은 혼자가 아니었고, 산 초보자와 함께 동행을 했다. 물론 나 역시도 초보자인데 난 적어도 일년에 1~2번은 등산을 하는데 해당 지인의 경우 거의 몇 년만에 산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낮은 산으로 정해서 이렇게 다녀왔다. 근데 트레킹 정도의 난이도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거리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 우리가 중간에 또 길을 잃어서 뺑 돌아가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원래라면 1시간 정도면 다 오를 것을 한 2시간 정도 걸렸달까.
아무튼 그래도 오랜만에 자연 구경도 하고 실컷 수다도 떨고 좋았다. 이날은 뭔가 진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화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게 산 때문인지, 아니면 대화 때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날의 일정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히려 체력 소모가 된 느낌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은 기분이랄까. 원래라면 지쳐야 하는데 이날은 컨디션도 여러모로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가볍게 등산을 마치고 먹을 것을 찾아 향했다. 누군가는 먹기 위해서 등산을 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도 등산을 하면 꼭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땀도 많이 흘리고 실제로 체력 소모도 많이 했으니 기력을 보충해주는 것이 맞긴 하다 싶었다.
뭘 먹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일단 발걸음이 향하는 곳으로 내려가서 근처에 식당 갈만한 곳이 있으면 가보자 싶었다. 그렇게 내려왔다. 애초에 차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딱히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정상 어느 길에서 내려올지 모르니 미리 목적지를 정해두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내려온 곳이 연희동 방면이었다. 사실 이쪽은 정말 많이 안 와봤다. 홍대, 합정, 망원 이쪽은 많이 가봤는데 연희동 라인은 정말 안 와본 것 같다. 근데 뭔가 길들이 익숙해져서 보니 예전에 이 근처에 이연복 가게 방문하러 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약속이 여러번 있어서 두번 정도 거의 연속적으로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렇게 아래로 내려왔고, 갈만한 곳이 있나 초록창 지도를 켜봤다. 평소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즐찾을 해두니까 뭔가 있겠지 싶었다.
다행히 지도에 표시된 곳이 있었고 메뉴도 괜찮았다. 바로 쌈밥. 땀을 흘리고 난 뒤에 뭔가 피자나 파스타와 같은 양식보다는 뭔가 깨끗하고 깔끔한 한식이 땡긴다. 뭔가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조금 클린한 음식이 더 당기는 것 같고. 내 입맛인지 남들도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그렇다. 그렇게 쌈밥집 일행도 딱 괜찮다 말해주어 향했는데, 역시나 내가 즐겨찾기를 해둔 이유가 있었다. 여기 방송에도 나왔고 그래서 그런지 한적한 골목길에 여기만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이걸 기다리는 건 둘다 체력이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곳을 찾았다. 그러다 아까 지나오면서 '저런 곳이 은근 맛집인데'라고 말해두었던 고깃집이 떠올랐고 거길 가자 싶었다. 밖에서 봤을 때 영업을 안하시나 싶었는데 점심 영업 중이라는 표시가 있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 내부는 새로 오픈한 가게 답게 깔끔하고 쾌적했다. 그리고 서비스나 응대 이런 부분도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여기 컨셉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가게 상호명은 캬센터로 솔직히 이게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이 네이밍이 적절하게 지어진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다만 가게가 가지고 있는 컨셉이나 메뉴, 구성 등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일단 삼겹살도 클린한 음식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냉삼이니까 다른 고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때는 배가 너무 고파서 둘다 빨리 흡입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냉동삼겹살 주문하고 김치찌개와 여기 비빔국수가 또 인기라고 하여 이렇게 총 세가지를 주문하였다. 기본적으로 밑반찬이 제공되고 나머지는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가져오면 되는 구조였다.
개인적으로 셀프바 있는 곳을 선호한다. 우선 소스를 워낙 좋아하는 편인데 여러번 요청하기가 좀 그렇기도 하고, 사람마다 많이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또 이런 것도 불편하기도 하고. 근데 셀프바의 경우 마음대로 양 조절하여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이런 것은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게 필요하거나 더 먹고 싶은 것들을 담아와 셋팅을 마져하였고, 그 사이에 냉동삼겹살이 나와 불판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여기 연희동 맛집 캬센터 냉동삼겹살의 경우 다른 곳들과 다르게 조금은 특이하다. 이름부터 버크셔K라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네이밍이 있는데, 이게 그냥 사장님 마음대로 지으신 것은 아니고 나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이블마다 해당 내용 관련하여 설명이 붙어있는데 방문하시게 되면 읽어보시면 좋겠다. 어차피 음식 기다리면서 읽어보면 나쁘지 않겠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검정 돼지가 귀하다. 제주도에서만 그나마 일부가 보존되었다. 버크셔K는 제주도와는 조금 다른 검정 돼지다. 돼지고기가 유행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주로 키우던 품종이다. 돼지고기가 귀한 시절 어른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런 고기다. 중년 이상은 추억의 맛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일단 다들 아시겠지만 냉동삼겹살의 경우 냉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에서 가성비가 없는 메뉴 중 하나다. 근데 그 부분은 여기 캬센터 역시 100% 피하진 못했던 것 같다. 2인분을 주문하긴 했는데 양이 많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사이드로 시킨 것들이 워낙 양이 충실하게 나와 다 먹고 난 뒤에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3인분 정도 시키면 고기도 양껏 먹고 뭔가 사이드도 즐길 수 있는 양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 일행 둘다 고기로만 배를 채울 생각은 없었다. 나의 경우 고기는 요즘 최대한 많이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양이 적어도 괜찮았다. 일행은 물어보지 않았으나 찌개도 있고 비빔국수도 있어서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사실 여기 비빔국수 양에 꽤 놀랐다. 이 가격에 이 양이면 안 시키면 안될 정도의 느낌이었다. 뭔가 부족한 양을 사이드로 보완해주시는 느낌? 김치찌개 역시 퀄리티 괜찮았고. 아무튼 등산 후에 쾌적한 가을 날씨에 깔끔한 곳에서 식사도 괜찮게 잘 즐겼다. 뭔가 허겁지겁 먹어서 정신이 없긴 했는데 매장 내부 자체는 평온하고 좋았다. 물론 메뉴 구성이나 맛 자체도 훌륭했고. 냉동삼겹살을 메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연희동 맛집 캬센터. 돼지고기가 귀한 시절 어른들 추억이 담겨 있는 맛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가볍게 등산 후 가족 단위로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싶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