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어도 고기 양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나오는 용산 을지문 돼지불백
오늘 소개할 곳은 어떻게 보면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곳이 되겠다. 여기 점심을 먹기 위해 종종 방문하는 곳인데 위치도 위치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없다. 그래서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물론 이렇게 나만 좋아할 경우 가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순 없긴 한데, 이 가게의 경우 점심이 메인이 아니라 저녁이 메인인 가게다. 그렇다 보니 뭔가 약간은 점심시간에 이렇게 욕심을 내도 되지 않을까 하며 살짝 합리화해본다. 그래도 꼭 갈 때마다 나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손님분들도 오신다. 나처럼 혼밥을 하러 오시는 분도 계시고, 근처 직장인들이 다 같이 식사를 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뭔가 전체적으로 독립적인 느낌이 있어 점심시간 혼밥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라 생각한다. 사장님 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는 곳 같은데, 고기는 남자 사장님이 구워주시고 각종 밑반찬 및 서빙, 계산은 여자 사장님이 해주시는 것으로 보인다.
점심 기준으로 돼지불백 1인당 가격은 9천원이다. 특은 11,000원으로 약 2천원 정도 더 비싸긴 한데 사실 올 때마다 기본 9천원만 주문하여도 양이 충분해서 여태까지 특으로 주문해서 먹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마 여기 기본도 이렇게 잘 나오는 것을 보면 특을 주문하면 우리 예상보다 양이 더 실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원산지의 경우 벨기에산과 국내산이 혼합되어 있다고 한다. 국내산 100%가 아니라 아쉬워하실 분들이 있으실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이 가격과 추후 나올 구성을 보면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꼭 고기가 국산이 맛있는 것은 아니니까. 뭐 갈비나 그런 것은 또 미국산이 더 맛있다고 하기도 하니까. 근데 이게 꼭 맛이 문제가 아니라 운반이 되면서 뭐 처리 과정이나 이런 것들이 싫으신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아는데 사실 나의 경우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이벤트성 식사에는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 괜찮다 생각하고 있다.
메인인 고기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이 먼저 깔렸다. 고기의 경우 주문이 들어가면 사장님께서 별도 안쪽에서 숯불에 구워주시는 것 같았다. 알맞게 전체적으로 먹기 좋게 구워져서 나오는데 이게 숯불향도 느껴지고 나름 맛있다. 근데 숯불에 직접 구우시는 것인진 확인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근데 아마 뭔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고기가 나오기 전에 간단히 국물 맛을 봤다. 막 깔끔하고 건강한 맛은 아니고 딱 이런 고깃집에 어울리는,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적당히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다. 만약 사레들리면 매울 것 같은 정도의 칼칼함이랄까. 그리고 김치나 저 어묵이나 기성품이 아니라 손수 만드신 것 같은데 국물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 없는 맛이다. 뭔가 백반집에 가면 나올 것 같은 부드러운 맛이랄까. 아무튼 전체적으로 밑반찬 하나하나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 오면 기본적으로 돼지불백에 싸서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야채쌈이 나온다. 원래는 깻잎과 상추가 같이 나왔는데 이날은 이렇게 깻잎만 나왔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수급이 안 맞아서 그러신 것인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날은 상추가 없었다. 근데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을 때 한두번 정도 싸서 먹는 것이지 그냥 고기에 쌈장, 마늘 정도만 해서 먹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물론 채소들과 함께 먹으면 더 소화도 잘 되고 뭐 장점이 있긴 하겠는데 뭔가 그 향 때문인지 고기와 흰쌀밥 본연의 맛이 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백반집은 아니지만 고기가 메인으로 나오는 백반집처럼 다양한 찬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쌈장 같은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10가지 찬이 나오는 그런 식당이기 때문에 9천원에 이 정도 가성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날의 주인공 갓 구워진 돼지불백이 나왔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여기 쌈장과 마늘이 충분히 나와서 좋다. 그리고 저 고추의 경우 매운 고추가 아니라 풋 고추라 좋았다. 사실 요즘 다들 매운 음식을 워낙 잘 드셔서 청양고추 찾으시는 분들이 많겠는데 나의 경우 그런 매운 고추보다는 이렇게 아삭한 식감과 적당히 입 안을 리프레시 해줄 수 있는 이런 풋고추 계열이 좋다. 쌈에 싸 먹을 재료들도 충분하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고기 역시 부위가 솔직히 그런 것을 잘 못 보는 편이긴 한데 여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살코기만 100% 있는 것도 싫고, 지방만 100% 있는 것도 싫다. 근데 적당히 둘의 조합을 이루는 부위기 많아서 부드럽고 담백하게 고기를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불맛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배달로 먹었으면 이런 향과 맛을 못 느꼈을 텐데 확실히 뭐든 조리가 된 상태에서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한입이다. 흰쌀밥 위에 고기 올리고 그 위에 쌈장 듬뿍 찍은 마늘 올리고 마지막으로 고추 올리고. 이렇게 한입 먹으면 정말 맛있다. 뭐 깻잎이나 상추는 나에게 크게 메리트 있는 요소는 아니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이렇게 밑반찬 하나씩 즐겨주고. 사실 나에게 흰쌀밥 먹는 시간은 웬만하면 점심 밖에 없는 요즘이다. 저녁엔 현미 햇반을 데워서 먹은지가 거의 이제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점심시간 아니고서야 흰쌀밥 먹을 시간은 없겠다. 내가 무슨 식단을 하는 프로 다이어터도 아니고 그냥 현미밥은 먹다 보니 익숙해져서 먹는 것이긴 한데 이렇게나마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생각하고 있다. 또 뭐든 극단적인 것은 안 좋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중간점을 찾는 것을 좋아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는 또 저녁까지 흰쌀밥 먹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깻잎이나 상추를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9천원에 갓 구워진 돼지불백과 10가지 찬이 나오는 용산 을지문 예전에 왔을 때 기본 제공해 주신 상추와 깻잎을 다 먹은 적이 있다. 쌈장을 추가로 받으면서 말이다. 먹을 때는 또 잘 먹는데 그냥 더 좋아하는 한입이 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깍두기도 적당히 시원하니 맛있었다. 뭔가 더 익은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고기 역시 만약 내가 이렇게 구웠으면 더 탔을 것 같은데 적당히 잘 알맞게 구워져서 좋았고 밥 한 공기 정말 뚝딱 해치웠다. 요즘은 본의 아니게 공복을 꽤 오래 유지하는 편이라 점심시간에 많이 배고파하는 편이다. 근데 또 안 먹은 상태에서 먹다 보니 많이 안 들어가긴 하는데 이날 밥 한 공기를 금방 해치워버렸다. 그만큼 뭔가 밥도둑처럼 감칠맛 살아있고 전체적으로 조합이 좋은 가게라 생각한다. 점심 고기로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