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어 찰기 있는 면발을 즐길 수 있는 히카리 냉우동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가 8월 7일이라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입추가 무색할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무더운 날씨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강한 비바람과 함께 소나기가 내려, 소나기가 그친 뒤 더위로 인하여 습해져 완전 동남아 날씨가 되어가는 것 같다. 동남아 여행 시 겪을 수 있는 '짧은 시간 강함 비바람을 동반하는 현상'을 스콜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한국에서도 발생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주변에서 완전 동남아 날씨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고. 사실 누가 여름이 좋은지 겨울이 좋은지 물었으면 항상 고민이었다. 각기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근데 이제는 완벽하게 겨울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여름 더위를 한번 먹어보니까 그게 쉽지 않아서, 겨울엔 겨울 추위를 먹진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더위를 계속 더운 채로 방치하면 안되겠다. 그렇다고 하여 또 추운 곳에만 있으면 냉방병에 걸릴 수 있으니 그 부분도 조심해야겠다. 그래서 더우면 일단 최대한 옷을 가볍게 입어주고 또 시원한 음식들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뜬금없이 아이스크림과 같은 차가운 음식이 당길 경우 몸에서 그런 찬 성질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어주는 것이 좋겠다. 작년 더위를 먹었을 때, 개인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방치하고 그랬었는데 꼭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올해부터는 몸이 차가운 것을 원하면 먹어주기도 하고, 내가 날이 너무 덥다 느낄 경우 알아서 찬 음식을 먹고 있다. 이날의 경우에도 요즘 날씨가 워낙 덥고 습하여 먹어주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우동집을 방문했다. 물론 따뜻한 우동도 있지만 여름을 맞이하여 냉우동을 먹어주었다.
냉우동의 가격은 7천원. 제일 저렴한 여기 시그니처 히카리 우동의 경우 가격은 6천원이다. 효창공원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지만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하여 퀄리티가 별로인 곳은 아니다. 여기 피크 타임에는 웨이팅까지 발생할 정도로 만석이 되는 곳이다. 물론 공간 자체는 협소하지만 테이블도 바 테이블이 별도 있어 수용 인원이 그렇게 부족한 곳은 아닌데, 아무튼 인기가 많은 곳으로 볼 수 있겠다. 나의 경우 냉우동을 주문하였고 일행은 고민을 하다가 튀김 우동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나의 경우 냉우동만 먹기엔 아쉬워서 사이드로 튀김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가라아게를 주문하였다. 확실히 면만 먹으면 점심시간 기준으로 서운한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주문하는 것이 합이 좋은 느낌이다.
아마 사장님께서도 이렇게 사이드를 고객들이 알아서 주문해줘야 이게 유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물가 기준으로 6천원 메인 히카리 우동만 고객들이 소비할 경우 아마 마진을 남기기 힘드실 것이다. 또 나의 경우 점심에만 여기를 방문하지만 저녁엔 또 다양한 손님들이 주류도 즐길테니 뭐 포함이 되겠고. 아무튼 여기 효창공원 히카리의 경우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우동 전문점이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사실 우동이란 음식 자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는 찾기가 쉽지 않다. 뭐 일식집을 간다거나 일반 종합분식집 같은 곳을 가면 우동을 판매해서 즐길 수 있긴 한데 이렇게 전문적으로 우동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판매하는 곳은 많이 없겠다. 일본에 놀러갈 경우 많긴 한데 한국은 그정돈 아니겠다. 그리고 주변을 보더라도 우동 먹으러 가자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살얼음이 아니라 통얼음이 동동 올라간 면발이 나오고, 따로 육수도 나왔다. 육수에도 역시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얼음이 들어있었다. 사실 나도 면 요리를 그렇게 많이 즐겨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뭐 라면 정도가 되겠다. 밖에서 그렇게 많이 사 먹는 편도 아니고, 일본에 놀러 간다고 하더라도 막 딱히 우동 전문점 같은 곳을 방문하진 않는다. 예전에 친구랑 오사카에 갔었을 때 가본 적 있는 정도?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그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일본에 놀러 가서도 막상 먹은 경험은 많지 않겠다. 그나마 판모밀이나 이런 종류는 좋아해서 일본가정식을 먹으면서 그거까지는 추가해서 먹은 경험은 있겠다. 그래도 짧은 식견으로 말하면 이렇게 면과 육수가 따로 나올 경우, 잘하는 가게에선 육수의 양이 매우 부족한 것이 맞겠다. 육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 이 국물이 담겨있는 그릇도 작은데 그 안에 담긴 국물도 꽤나 작은 그런 비주얼 말이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김밥천국 같은 곳을 가서 냉모밀을 시키면 살얼음 동동 육수에 면발이 가득 담겨 나온다. 그래서 국물을 호로록 마실 수 있다. 근데 이런 요리의 경우 국물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별도 마실 수 없겠다. 마시더라도 홀짝이는 정도? 그래서 비쥬얼적으로 처음에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든다. 근데 짧은 면 요리 맛집 경험을 따져보면 이 육수 자체가 적게 나오는 곳이 맛집이라고 불리더라. 왜냐하면 이 국물 자체의 간이 엄청 세다. 그래서 국물만 따로 먹을 수 없다. 물론 나중에 얼음이 녹으면서 희석이 되면 좀 옅어질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없으니 육수를 추가 요청 드리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이 부분도 예전에 어느 맛집 프로그램에서 요리사가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한국 모밀 종류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면이 담겨져 나온다. 그래서 국물과 함께 면발을 즐길 수 있다. 근데 이런 우동의 경우 내가 젓가락으로 면발을 집어 담궈서 먹는 구조다. 근데 이게 육수 그릇 안에 면을 담그면 안된다. 아마 그렇게 드셔보시면 간이 너무 세서 깜짝 놀라실 것이다. 담궈서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겉에만 육수가 살짝 닿을 정도로 넣었다 빼주셔야 한다. 그래야 간이 딱 알맞다. 그렇게 먹는 것이기 때문에 또 육수 자체가 기본적으로 적게 제공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건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 원래 100% 올바르게 먹으려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그 젓가락에 담긴 모든 면발을 육수 안에 담는 것이 아니라 위에는 면 자체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즐기고 아래에 국물이 묻어있는 면발만 국물과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온전히 면발과 육수를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
근데 나의 경우 소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먹어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이렇게 면발을 한번 푹 담갔다 먹는 것이 내 입맛에 맞더라. 그렇게 7천원으로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날려버릴 수 있는 효창공원 히카리 냉우동을 즐겨주었다. 면발이 보관되어 있는 그릇도 나무여서 그런지 얼음이 식사를 다할 때까지 녹지 않고 찬기를 유지해주었다. 그래서 면발 탱탱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이 면발을 직접 뽑으시는 것인지 기성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오면서 여쭤볼까 하다가 사람이 워낙 많고 정신이 없어 보이셔서 그러진 않았다. 나중에 한가할 때 재방문하게 되면 그때 여쭤봐야지 싶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곧 입추가 시작되지만 그와 무색할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더위를 더위 자체로 받아들이지 마시고 이렇게 차가운 음식을 즐겨가며 몸을 돌보시는 것이 좋겠다. 더위 먹으면 정말 그런 고생이 따로 없더라. 냉우동 맛있게 잘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