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하루 딱 3시간만 장사하는 신기한 백반집

디프_ 2024. 6. 15. 20:11
원래는 족발집이었다가 백반 인기가 너무 많아 아예 메뉴 변경하신 사장님

 

 

백반집 방문에 재미가 들려서 이런 가게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근데 항상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점심 기준 백반만 하고 저녁엔 다른 메인 메뉴가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곱창집도 있었고, 고깃집도 있었고. 대부분 고기를 저녁에 다루는 곳들에서 점심에 백반 장사를 하시더라.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오늘 소개할 용산 행당식당의 경우 그런 것도 없다. 딱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3시간만 장사를 하신다. 그리고 백반만 판매하신다. 딱 백반 통일 메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메뉴가 있긴 한데,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냥 인원수에 맞게 몇 개요~ 몇 개요~ 이러시더라. 그래서 여기 백반 메뉴가 있나 보다 싶어서 사장님에게 여쭤보니 그건 아니고 오징어와 제육볶음 반반 섞어서 나오는 메뉴가 있는데 그걸 주문할 때 그렇게 해주신다고 하더라. 역시 그 지역 단골손님들 추천을 받아야 맛집도 찾고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근데 여기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는 족발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호명도 행당식당이 아니라 행당족발이었다고. 그래서 원래는 저녁엔 족발을 판매하시고 점심에만 백반집을 하셨는데 지금은 족발 아예 접고 점심 장사만 이렇게 백반으로 아예 메뉴를 변경하신 것이라고 하더라. 역시나 그런 숨은 이유가 있었다. 근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리뷰 같은 것을 살펴보면 여기 족발도 맛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은 것 같은데. 근데 사실 사장님께서 기본적으로 요리 실력이 있으시니까 이렇게 백반집으로 변경해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는 것이겠다. 여기 가게 앞에 대기를 위한 의자도 있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더라. 날이 더워 기다리기가 힘든 상황이었는데 다들 드시고 가는 것을 보고 여기 단골 손님들은 정말 많구나 싶었다.

 

우리의 경우 이날 첫 방문이었다. 그래서 해물순두부찌개와 뚝배기 불고기를 시켰다. 근데 이렇게 메뉴 주문한 사람은 우리 테이블 밖에 없어보였다. 대부분 제육과 오징어볶음을 주문하시더라. 근데 확실히 이 두 메뉴가 퀄리티가 좋았다. 상추가 따로 나오기도 하고 그 돌판이라고 해야 하나. 술집 같은데 가면 그 옥수수콘치즈 같은 것이 뜨겁게 담겨 나오는 그런 곳에 제육이 올려져 나오더라. 그것을 보고 여긴 저게 메인이구나, 우리가 잘못 시켰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오는 밑반찬은 동일할 테니까, 처음이니까 나중에 자주 오게 되면 이 메뉴 안 먹어볼 테니 미리 먹어본다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밑반찬 가짓수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적당했다. 다만 구성은 괜찮았다. 이 전도 그렇고 어묵볶음, 두부조림 같은 것도 좋았고. 하나 같이 다 맛있더라. 무엇보다 김치도 국내산이었다.

 

식사를 하다가 원산지 표시판에 돼지보쌈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보쌈 정식 같은 메뉴가 있는지 따로 여쭤보았다. 워낙 점심시간에 사람도 몰리고 테이블 정리하고 주문 받고 하시는 등 바쁘셔서 음식을 가져다주실 때와 계산을 할 때 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너무 궁금했다. 사실 요즘 보쌈 정식 파는 곳들이 많이 없어서 오랜만에 먹고 싶기도 했고. 여기 사람도 많아 회전율도 높겠고, 하루 딱 3시간만 장사는 그 나름의 신뢰도도 있을 것 같아 여쭤보았다. 근데 그 메뉴마저도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지금은 없애셨다고 하셨다. 아마 사람은 계속해서 오는데 매장 규모는 한정되어 있고, 장사하시는 시간도 있고 근처 직장인들 점심시간도 있을 테니 여러 가지를 고려하셔서 없애신 것이겠다. 근데 그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신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런 것을 보면 여기가 원래 족발집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고기를 잘 다루시는 것 같다. 고기 관련 메뉴들이 인기가 많으니까. 생각해보니 내가 주문한 메뉴도 뚝배기불고기구나. 근데 여기에 들어가는 불고기는 또 아예 결이 다르긴 하겠다. 물론 우리가 주문한 순두부찌개와 이 불고기 역시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일행의 경우 순두부찌개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충분히 올 것 같다고 말하더라. 근데 나의 경우 이 뚝배기불고기가 아쉬웠다. 근데 단순 이 메뉴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쉬울 것은 없겠다. 근데 다른 테이블에서 상추쌈에 돼지불백 같은 것을 먹는 것을 보면서 이거 잘못 시킨 것이구나 싶었다. 단순 그 이유 때문에 조금 아쉬웠던 것이지 단순 이 메뉴만 놓고 보면 괜찮겠다. 다만 양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뚝배기가 커서 그런지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열심히 맛있게 먹어주었다. 사실 이렇게 흰쌀밥에 김치만 올려서 먹은 적은 꽤 오랜만인 것 같다. 근데 김치 자체가 좀 허연 느낌이 있어서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삭하기도 하고 맛도 잘 살아있어서 맛있더라. 김과 함께 무생채 올려서 먹기도 했다. 정말 딱 집밥 느낌이다. 근데 막상 집에선 이렇게 다양하게 먹기 힘드니 사람들이 백반집을 찾는 것 아닐까 싶다. 메인 요리도 하나씩 있긴 하니까. 그렇게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열심히 먹어주었다. 중간중간 따라 올라와주는 당면 식감도 즐겨주었다. 그렇게 다 먹고 9천원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 점심 모든 메뉴는 9천원으로 통일하다. 요즘 물가 고려해 딱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 단일 메뉴로 보면 저렴할 수 있겠지만, 백반 기준으로 만원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 3시간만 장사하는 신기한 백반집 다음 재방문은 무조건 제육과 오징어볶음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