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메뉴에 육류가 들어가지 않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건 인증받은 레스토랑 풀무원 플랜튜드
오랜만에 내 성격이 그래도 여전히 까다롭구나, 뭔가 무디진 않구나 싶었다. 최근 나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이런 생각이 다시 들은 것 같다. 상황은 이렇다. 배가 너무 고팠다. 요즘은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활한 지가 꽤 되었다. 원래 뭐라도 먹었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유산균을 먹고 있어서 물이랑 먹으면 나름 배가 차는 기분이 들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침까지는 사실 일하고 뭐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괜찮은데, 점심시간에 평소와 다르게 엄청 배가 고파진다. 그래서 점심을 잘 먹어줘야 한다. 근데 이날은 세미나 참석이 있어서 전 일정을 밖에서 소화했었는데,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평소보다 더 배가 고파졌다. 근데 배가 고플 경우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는데, 이때는 정말 괜히 아무거나 먹기가 싫더라. 보상심리가 더 크게 작동하는 것인지, 배가 고픈 만큼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여기 용산 아이파크몰 전체를 쭉 빠르게 둘러봤던 것 같다. 배가 고픈 와중에 나름 걷기 운동을 하였다. 근데 그렇게 쭉 돌아도 딱히 땡기는 곳이 없더라. 라멘집이 후보에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통 일식 라멘 스타일이 아니고 약간 홍콩 중화식 라면이었다. 그래서 괜히 자극적인 것은 먹고 싶지 않아 패스했다. 지나가다가 국밥집이 보였는데 사람이 꽤 많더라. 그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 날이 더워도 국밥은 여전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그리고 그나마 제일 꽂혔던 것이 찜닭집이었다. 1인 메뉴도 따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16,000원에서 18,000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냥 간장 찜닭이면 안 꽂혔을 텐데, 로제 찜닭이 있었고 나름 그 맛을 즐겨보고 싶었다. 근데 이번주에 치킨을 먹을 계획도 있어서 또 먹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패스했다.
그러다 여기 플랜튜드라는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내가 눈에 들어온 것도 아니다. 이미 여기 2~3번 정도 지나쳤었다. 근데 딱 내가 들어가기 전에 어느 한 그룹이 여길 갈까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시더라. 그때 처음으로 메뉴판을 살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근데 그 뒤로 한 바퀴를 더 돌았고, 그나마 구미가 당겼던 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여길 방문한 결정적인 이유는 세트 메뉴가 있었는데 그 가격이 괜찮았다. 구성도 괜찮았고. 사실 나의 경우 평소 집밥처럼 뭔가 먹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포스팅도 살짝 고려를 하기 때문에 조합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트 메뉴의 경우 설명하기가 편해서 좀 선호하는 편이다. 근데 여긴 적당한 가격에 세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서 잘 선택했다는 생각과 함께 기분 좋게 방문할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A세트로, 고사리 오일 스톡 파스타와 모둠 버섯 두부 강정 (1/2), 탄산음료 또는 톡스 콤부차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개인적으로 오일 파스타를 선호하는데 여기 이 고사리 오일 스톡 파스타에 베스트 표시도 되어있어서 여러모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고민 없이 주문했던 것 같다. 여기의 경우 별도 종이 메뉴판은 없고, 태블릿 같은 것으로 주문을 하게 되는데 신기하게 음료가 모두 제로였다. 코카콜라 제로, 사이다 제로여서 사이다로 픽했다. 사실 콤부차 마셔보고 싶긴 한데 이전에 살펴보니 카페인이 들어가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 같아 괜히 그럴 필욘 없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사이다도 마실 겸해서 제로 사이다로 픽했다. 그리고 주문 후 음식이 나오면서 여기저기 둘러봤다. 전체적으로 1인 식사 자리도 있고, 인테리어도 초록초록 예쁘고, 서비스 응대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뭔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랄까? 아직 음식 맛은 보지 않아 판단하긴 이르지만 일단 첫 느낌은 너무 좋았다.
그렇게 음식이 나왔다. 사이다에 기본 얼음이 제공되는 것도 좋았는데 음식 비쥬얼이나 구성이나 너무 깔끔하고 괜찮았다. 그리고 이 가격 대비 양이 괜찮다 느껴졌다. 18,000원이었는데 아마 아까 로제 찜닭과 비교하면 여기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요즘 파스타 가격이 개인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값어치를 하는 곳들은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아닌 곳들도 많더라. 별거 없는데 가격만 높은 느낌이랄까. 근데 여긴 위에 고사리부터 토마토, 마늘 등 각종 재료가 올라가져 있고 나름 여기만의 뭔가 신경을 쓴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모둠 버섯 두부 강정도 개인적으로 간도 잘 조절되어 있어 보이는 것이 맛있어 보이고 양도 사이드 개념으로 딱 적당했다. 그래서 여기 그냥 일반 가게가 아니구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
근데 딱 여기 용산 지점과 코엑스 지점 두군데가 있더라. 분명히 개인 사업자가 성공을 했으면 본점이 있어서 입점을 한 것일 텐데, 이렇게 대형몰 두 곳에만 입점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건 기업에서 런칭한 것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여쭤보니 풀무원에서 런칭한 가게라고 하시더라. 딱 그것을 보고 역시구나 싶었다. 일반 개인이 이런 퀄리티를 갖추긴 쉽지 않겠다. 근데 풀무원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하니 딱 이해가 갔다. 그래서 살펴보니, 여기 플랜튜드 그냥 일반 가게가 아니었다. 풀무원 측에서 이 외식산업에 진출하면서 비건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국내에서 처음 1호로 비건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사실 난 먹기 전에도, 먹으면서도, 먹고 나서도 여기가 비건 식당인 줄 몰랐다. 그만큼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비건이라고 하면 그냥 심심한 맛이겠거니 하는데 여기선 그런 부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실 비건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선호도가 더 높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근데 그런 막연한 생각은 있다. 고기 같은 것을 헤비하게 먹는 것보다 이렇게 야채식으로, 비건 스타일을 먹으면 확실히 속은 더 편하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풀무원 플랜튜드의 모든 메뉴에는 육류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니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어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주문을 주셔도 되겠다. 1인 세트 18,000원이면 사실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추후에도 만약 근처를 지나가다 이 레스토랑이 보이면 충분히 재방문 의사가 있다. 그리고 내가 이날 운이 좋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엑스에는 웨이팅까지 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먹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제로 음료에 대한 관심사가 늘어나는 것처럼 폭발적이진 않지만 비건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우상향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방향성은 괜찮다 생각하고, 만약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셨던 분들은 부담 없이 여기 매장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