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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크기의 큼지막한 뼈가 두개 들어있는 콩나물 뼈해장국

디프_ 2024. 5. 31. 20:11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매력적인 콩나물 뼈해장국

 

 

날이 더우면 차가운 음식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과거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작년에 더위를 먹고 난 이후에는 몸이 더울 때는 시원한 음식을 먹어 더위를 식혀줘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최대한 필요한 상황에서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근데 더울 때 신기하게 또 뜨거운 음식이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이열치열, 이한치한 느낌이랄까. 그게 뭐 좋은지 안 좋은진 모르겠다. 사실 먹으면서 뭔가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최근에 언제 그래봤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고. 요즘은 실내에 다 시원하게 하기도 하니까. 근데 그만큼 매운 음식을 안 먹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땀 뻘뻘 흘리면서 먹으면 개운하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집에서 바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야외에서 그럴 경우 꽤 답답해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근데 오늘 소개할 콩나물 뼈해장국 가게의 경우 땀을 흘리면서 먹을 정돈 아니었다. 근데 개인적으로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땀을 흘리는 편은 아니다. 매운 음식에는 땀이 바로 흐르지만 뜨거운 것은 나름 잘 버티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고, 뜬금없이 뼈해장국이 먹고 싶어서 와봤다. 이 가게의 경우 여러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는 정말 오랜만에 왔다. 마지막에 먹고 나서 너무 헤비해서 별 생각이 나지 않았었는데, 이날은 그냥 여기가 오고 싶더라. 역시나 오랜만에 와도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여서 좋았다. 기억하던 맛을 즐기고 싶어서 온 것이니까. 이런 것을 보면 한 장소에서 오랜 기간 운영을 하는 곳은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맛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왜냐면 그 맛을 기억하고 찾는 손님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다.

 

일행의 경우 원래 여기 뼈해장국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뼈 사이즈가 커서, 살코기가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사실 일반적이라면 더 좋아해야할텐데,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잘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근데 나의 경우에도 다른 곳들보다 확실히 여기가 양은 많다고 생각한다. 근데 단순히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퀄리티도 괜찮다고 느낀다. 물론 최근에 다른 감자탕 집 같은 곳을 안 가봐서 명확한 비교가 불가하지만, 여기 와서 적어도 실망한 적은 없으니까. 양도 많고 국물도 시원하고 확실히 여기만의 매력이 있다. 국물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이다. 원래 국밥집이 메인이니까 같은 육수를 쓰면서 뭔가 다른 것 같긴 한데, 가격은 11,000원으로 조금 비쌀 수 있어도 그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남겨서 좀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 먹은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그 가격을 하는 가게라 생각한다.

 

여기 좋은 점은 살을 발라서 먹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사실 감자탕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잘 안다. 뼈를 양손으로 잡고 찢어서 치킨 먹듯이 그 안에 있는 살들을 발라 먹으면 되니까. 근데 치킨은 그렇게 야무지게 잘 먹는데, 감자탕은 사실 그렇게 먹어본 경험이 많이 없다. 왜냐하면 집에서 먹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먹으니까. 그리고 밖에서 먹을 때 그렇게 배고픈 상황이 별로 없기도 하고. 뭔가 습관이 안 되어있는 것 같긴 한데, 손으로 뜯어서 막 뼈 사이까지 발라 먹은 경험은 별로 없다. 물론 지금도 한두 번 뼈 양 옆을 잡고 갈라서 살을 발라 먹긴 하는데 전체를 분리하진 않는다. 아마 내가 치킨 깨끗이 안 먹는 사람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하듯이, 누군가 내가 감자탕 먹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야외에서 손 닦기가 힘드니까, 그렇다고 장갑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시도를 잘해보지 못했다.

 

밑반찬이 심플하게 있지만 사실 그렇게 필요하진 않았다. 고기 소스도 따로 있어서 소스와 함께 먹기도 하고, 국물도 시원하고 그러니까. 물론 김치랑 함께 먹으면 감칠맛도 살아나고 뭔가 모를 느끼함도 잡아주어서 나쁘지 않긴 하다. 김치가 여기 맛있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국밥이 메인인 가게니까 김치 맛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근데 개인적으로 김치보단 깍두기가 좋아서, 김치는 조금 남기고 깍두기는 더 달라고 요청드려서 받아서 열심히 먹었다. 이상하게 김치보단 깍두기가 더 좋다.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한입 아삭하게 먹을 때 만족도도 괜찮고. 아무튼 그렇게 손바닥 크기의 큼지막한 뼈 하나를 해결하고, 나머지 뼈 하나도 공략에 들어갔다. 사실 밥은 좀 남기더라도 여기 고기는 다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밥은 남길 수 있으면 남기자는 주이긴 하다. 옛날엔 밥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요즘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닥에 숨어있던 나머지 뼈도 꽤 크다. 그리고 여기도 살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사실 24시간 감자탕집도 많고 해서 여기저기 좀 가본 편이긴 한데 여기처럼 살을 발라 먹기 쉬운 곳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뭐 뼈에 붙은 살이야 바르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여기는 살이 큼지막하게 있어서 더 분리가 잘 된달까? 그래서 고기 올려서 한입 크게 먹으면 또 만족도가 높기도 해서 여러모로 먹기 편한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뚝배기 국물까지 다 비운 적은 없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고기는 다 해치웠지만 뚝배기 바닥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다 먹고 나온 뒤에 날이 더워서 살짝 그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먹고 싶었던 일차적인 갈증은 해결하였다. 종종 생각이 나면 가기 좋은 가게라 생각하는데, 아마 다음 방문은 가을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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