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코다리, 녹두전까지 속 편하게 한 끼 해결하기 좋은 숨겨진 맛집
친구 중에 은근 맛집을 많이 아는 친구가 있다. 물론 이 친구가 평소 가는 곳들을 보면 확실히 맛있어 보이긴 한다. 그래서 따라가고 싶은데 이 친구는 술을 좋아해서 내가 같이 따라가기가 좀 그렇다. 아무래도 같이 좀 마셔주고 그래야 기분도 나고 할 텐데 한 명은 밥만 먹고 한 명은 술만 먹으면 좀 그러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한자리에 오래 못 있기도 하고 밥을 빠르게 먹기 때문에 길어야 30분이면 끝나는데 술 드시는 분들은 뭐 그때도 아마 발동도 안 걸린 상태일 수 있으니 좀 그렇겠다. 그래서 뭐 여기저기 같이 못 가고 있긴 한데 이 친구한테 추천받은 장소들을 나름 시간을 내서 따로 가고 있다. 그중 내 스타일에 적합할 것 같은 곳들로 말이다. 오늘 소개할 곳도 그중 하나다. 친구에게 좀 차를 타고 갈 건데 이색적이기도 하면서 사람도 없고 그런 곳을 물어봤는데 여길 딱 알려주었다.
딱 거리도 괜찮고 요즘 소화가 잘 안되어서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여러모로 내가 원하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장소 자체가 복잡할 느낌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여길 와야겠다 싶었고 이렇게 날을 잡고 왔다. 오기 전에는 그냥 서삼릉보리밥 이름만 보고 그냥 나름 동네에서 인기 있는 곳이구나 그러고 말았다. '설마 대기는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도착하고 근처 빈 곳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근데 여기 낯설지만 익숙한 곳이었다. 그때 생방송을 보진 못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인터넷에서 밈과 같은 짤로 정말 엄청 많이 봤다. 그래서 여기 사장님 이날 마지막에 계산할 때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고 친근했다. 여전히 저 순박하신 느낌은 그대로였다. 아마 나처럼 속으로 반응하시는 손님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괜히 반갑고 그랬다.
일단 여기 보리밥이 메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주문하고 뭔가 코다리도 먹어봐야할 것 같아서 평소 생선을 잘 안 먹지만 먹어봤다. 친구가 여기 떡갈비였나 그건 별로라고 하길래 주문하지 않았다. 만약 친구의 말이 아니었다면 같이 주문했을 것이다. 나름 자극적인 맛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주문하고 녹두전은 고민하다가 또 처음 오기도 했고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 같이 주문해봤다. 조금 남기더라도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소화가 잘 되는 메뉴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속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주문을 하고 코다리나 녹두전처럼 조리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고 이렇게 보리밥은 거의 바로 나왔다. 야채류는 미리 준비를 해두시고 올려만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금방 나왔다. 일단 색깔에서 건강함이 느껴지고 눈으로도 푸릇푸릇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고추에 쌈장 찍어서 입가심 좀 하고 가게 내부도 구경하고 그랬다. 뭔가 예전 시골집처럼 그런 정감 있는 느낌이 좋았다. 여기 메뉴도 그렇고. 여긴 현대식으로 인테리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막 예전처럼 그런 노포 스타일은 아니고 아예 현대식은 아닌 그 중간이긴 한데 이 정도가 그래도 요즘 고객들에게 딱 적정선인 취향인 것 같다. 그렇게 코다리찜도 나와 본격적으로 보리밥을 먹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이 메뉴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먹는다. 따로 사서 먹어본 기억도 안 날정도로 오랜만이다. 물론 언젠가 먹은 기억이 있겠지만 이렇게 고양 맛집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그냥 회사 점심이나 지나다니면서 먹은 기억은 있어도 말이다. 그래도 막 기대치가 크진 않았다. 애초에 좀 아는 맛일 것 같았고 여긴 막 특별한 맛을 기대하고 오는 가게는 아니니까!
근데 역시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다. 여기 일단 야채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싱싱하지 않을 수가 없고 뭔가 믿을 수 있는 더 건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재료 역시 고추장이 전부다. 그냥 고추장 넣고 보리밥에 슥삭슥삭 비비면 된다. 나물 종류도 마찬가지겠고. 화학 조미료 없이 옛날 할머니 손맛 그대로를 표방한다고 하니 나처럼 포식하고 나면 소화가 안되어 고생하는 사람들은 조금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겠다. 처음에는 나물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할지 몰라 막 조금만 넣고 그랬는데 애초에 사람 인원수에 맞게 비벼먹으라고 올려주신 것이니 아낌없이 다 넣으면 되겠다. 인원수에 맞춰서! 그리고 된장찌개도 적당히 시원하고 뜨거우니 괜찮았다. 그냥 조합이 다 좋았다. 감칠맛 살리고 손이 계속 가고! 건강하면서도 기분 좋은 그런 맛이었다.
제일 마지막으로는 녹두전이 나왔다. 대부분 여기 오시면 코다리까지는 필수적으로 주문하여 드셔도 녹두전은 그렇게 안 시켜드시는 것으로 안다. 근데 여기 녹두전이 은근 비밀병기다. 전 요리가 사실 만들기 쉬우면서도 집에서 해 먹기 힘든 그런 요리다. 튀겨야 하고 그럼 기름도 문제고 청소도 문제고 하니까. 또 그리고 밖에서 사 먹는 그런 맛이 안 난다. 근데 여기 녹두전 맛있다. 물론 막 되게 자극적이거나 그런 맛있음은 아닌데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바삭한 것이 꽤나 매력 있다. 그리고 보리밥과 조합도 좋다.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적당히 매콤한 보리밥을 먹고 기름진 녹두전을 한입씩 먹어주면 순서가 딱 맞다. 야채도 신선하기 때문에 아삭아삭 입 안에서 씹히는데 그 건강함이 느껴지면서도 맛있어서 좋다. 원래 몸에 좋으면 맛이 없는 법인데 여긴 그 반대로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식사가 되었다.
코다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날 제일 아쉬웠던 종류 중 하나다. 겉은 양념이 되어있어서 굉장히 뭔가 매콤하고 그럴 것 같은데 실제로 먹어보면 안에는 그냥 그 생선살 맛만 났다. 껍질 부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런 구이 종류의 껍질을 굉장히 맛있어 하는 편인데 여기 코다리에선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가격 대비 양은 괜찮게 나오는 것 같은데 애초에 워낙 생선살 발라 먹는 것을 잘 못하는 편이라 손이 잘 가지 않더라. 결국 이날 코다리가 조금 남았다. 물론 다른 것들은 다 먹었지만! 아무래도 내가 확실히 튀긴 것을 좋아하나 보다. 녹두전 너무 맛있었다. 그래도 이날 제일 메인인 보리밥은 무시 못하겠다. 이런 건강한 맛이 요즘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다만 이런 스타일로 파는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서삼릉보리밥 가게가 고양 맛집으로 입소문 난 것이겠지. 우리에게 익숙한 맛인데 정말 찾기가 힘들다.
이 아삭아삭 풋고추도 너무 좋았고 나중엔 보리밥을 상추쌈에 넣어서 먹었다. 요즘은 웬만하면 야채를 만나면 다 먹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평소에 워낙 안 먹으니 이럴 때라도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근데 고깃집에선 또 잘 안 먹는다. 고기 구워서 먹기 바쁘기도 하고 싸먹는 것보다 고기는 그냥 단일로 먹는 것이 더 맛있으니까. 근데 여기 보리밥은 같이 먹기 좋았다. 그리고 이젠 시간이 좀 흘러서 여기가 사유리 음식 평으로 핫한 가게라 찾아오는 손님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냥 나처럼 오고 나서 방송되었다는 저 액자를 보고 아시는 것이겠지. 근데 대부분 저 액자를 보면 나처럼 즐거워하고 신기해할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에서 아직까지도 많이 퍼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도 은근히 좋은 것이 시작을 웃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일단 고객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시작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겠다. 반은 먹고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소비자도 마찬가지겠고!
그렇게 열심히 배부를 때까지 먹다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로 한번 더 방문을 했었는데 두번 다 시간은 그냥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방문했었다. 만석인 경우도 없었고 웨이팅을 한 적도 없다. 꼭 테이블이 그래도 조금씩은 자리가 있더라. 그래서 부담 없이 가도 좋을 것 같고, 친구 혹은 연인끼리 가도 좋고 가족 단위로 방문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 일단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이 다 맛있게 잘 즐길 수 있는 맛이니까. 이미 유명해져서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대부분 사유리 음식평 이후 유명해졌을 것이라 생각하실 것이다. 근데 그 이후 입소문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방송이 아닌 여기 서삼릉보리밥 가게의 실력이겠다. 정말 이번에 다녀온 후 고양 맛집 맞는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생각이 날 때마다 두고두고 찾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이런 기분 좋은 건강한 맛을 즐겼다. 장소도 평온하고 고요하니 너무 좋고! 친구 덕분에 단골집 또 하나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