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돈까스 요리, 김치 나베
오랜만에 혼밥을 했던 날이다. 솔직히 혼밥이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냥 메뉴 눈치 없이 먹고 싶은 만큼 주문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단체 모임의 경우 입이 짧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이 메뉴가 별로 안 먹고 싶은 사람들이 섞여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먹고 싶다고 이것저것 다 주문하면 괜히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괜찮냐고 물어보면 다 괜찮다고 말할 테고. 그런 경우나 막 섞어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단체로 주문할 경우 요즘은 많이 그릇에 덜어먹는다고 하여도 안 그럴 때가 더 많으니 그런 것도 불편하고. 물론 그런 낯선 사람들과 자주 식사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혼밥도 꽤나 괜찮고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제일 어려운 게 뷔페 혼자 방문인데 그것만 빼곤 다 해본 것 같다.
이날은 처음부터 혼밥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사실 이 메뉴를 먹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초밥을 먹을까 아니면 그냥 1인 부대찌개 같은 것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렇게 많이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좀 이색적인 것을 먹고 싶어서 여기 모모야를 택했다. 여러 가지 메뉴 중에 김치 나베 종류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이 메뉴 이상하게 중독성 있고 나름 호불호가 없을 수 있겠다. 처음엔 '김치 베이스에 뭔 돈까스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먹어보면 그 두 가지 매력을 다 가지고 있다. 일단 국물도 시원하고 느끼하지도 않고 적당히 김치가 아삭하니 맛있다. 포인트는 여기서 돈까스가 식감이 살아있어야 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눅눅하지도 않고 나름 그 중간의 바삭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두 개를 동시에 곁들이면 꽤나 매력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기회가 생기면 종종 먹고 있다.
근데 이 프랜차이즈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원래 예전 회사에 자주 가던 곳이 있는데 거기가 꽤나 잘했다. 거기 그냥 좁은 공간에 혼자 개인 장사를 하는 곳이었는데 나름 장인 맛집 같은 곳에서 이런 메뉴를 다루시더라. 유명한 곳에선 은근 안 파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유명하다고 해서 맛있는 것도 아니더라. 그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엄청 유명한 프랜차이즈 중에 이 메뉴를 2~3만 원에 판매를 해서 한번 먹어봤다. 근데 맛이 정말 별로였다. 만원도 안 하는 동네 가게에서 먹었던 돈까스 전골 요리 김치 나베가 훨씬 더 맛있었다. 아무튼 뭐 그렇고, 개인적으로 한식스러운 일식이라 크게 호불호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돈까스 겉 튀김 기름 때문에 국물이 느끼하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음식 포인트겠다. 시원하고 깔끔하고 맛있다.
근데 처음 여기 비주얼을 보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맛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내 기준 국물이 너무 많았다. 이 요리 특징은 뭔가 짜글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물이 좀 잔잔하게 남아있어서 밥에 말아먹기보단 비벼 먹는다는 느낌으로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긴 국물이 너무 많았다. 국물 요리 같았다. 뭔가 전골 요리가 아니라 말이다. 그래서 맛이 없겠거니 생각하고 먹어봤다. 근데 반전이었다. 이게 그냥 육수가 아니라 채수였는지 그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간이 하나도 안 배어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그 채수 특유의 달달함이 살아있어 감칠맛이 확 올라오면서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막 한강물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 정도 퀄리티의 국물이라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래서 많이 먹기도 했는데 역시나 양이 좀 있더라.
방금 난 밥을 먹고 포스팅하는 것인데 왜 배가 고픈 것인지? 갑자기 이 포스팅을 적으면서 군침이 돌았다. 사실 위치도 애매하고 이러한 퀄리티의 매장은 많아서 재방문하면서까지 가진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혼밥을 해야하는 날이라든가 근처 지나가는데 이 가게가 보이면 다시 먹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맛있었고 이 국물 포인트 때문에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도 있었다. 뭔가 정해진 구조대로 뚝딱 나오는 것 같은데 다른 가게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먹어본 내 경험상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예전보다는 국물을 좋아하고 최대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고 있다. 근데 이 한식스러운 일식 돈까스 전골 요리 모모야 김치 나베 메뉴의 경우 그 요건에 부합하겠다. 일단 끓여져 나오니까 소화도 쉬울 텐데 튀긴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 정도의 식감도 일부분 전달해주니까. 약간 일석이조 느낌이다.
우동 면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진 않았다. 안에 들어있는 돈까스도 먹어야 하고 저렇게 버섯도 먹어야 하고 야채도 먹어야 하고 흰쌀밥도 국물에 쓱 넣어서 먹어야 했다. 밑반찬은 굉장히 심플했는데 이 메뉴를 시키면 굳이 찾지 않아도 되겠다. 한 그릇 뚝딱 해치우진 못했지만 배가 부를 때까지 계속해서 먹을 수 있어 만족도는 높았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혼밥을 했는데 나름 메뉴 선정을 잘한 것 같다. 물론 가격 면에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맛은 있었으니까! 자극적인 맛은 아니라 막 다시 생각나고 그렇진 않겠지만 충분히 담백하게 맛있었다. 만약 이런 스타일의 나베를 안 드셔 보신 분들은 다음에 기회 되면 도전해보시면 좋겠다. 별로더라도 그날은 그래도 나름 경험이다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