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착해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물 값보고 깜짝 놀랐던 도쿄 신주쿠 야키토리 이자카야 Yakitori and Toritatsu
이날은 참 고생 아닌 고생을 했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 때는 평소 안하던 행동을 좀 했다. 그것은 미리 예약을 했던 것. 사실 여태까지 도쿄 여행을 하면서 별도로 식당 예약을 한 적은 없었다. 뭐 일단 그런 시스템을 알아보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도착해서 전화를 해가면서까지 뭔가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다만 이번 여행에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었고, 거긴 사전 예약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어서 그 두 곳만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다리거나 아니면 운 좋게 바로 먹거나 그럴 수 있었는데 이날은 참 고생을 했다.
내가 이날 먹고 싶었던 메뉴는 야키토리였다.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꼭 먹어줘야 하는 메뉴가 되겠다. 사실 한국에도 이자카야도 많이 생겼고 야키토리 전문점도 많이 생기긴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게가 합정에 있기도 하니까. 근데 뭔가 일본에서 먹는 것과는 감성이 아무래도 다르겠다. 그리고 가성비나 재료 퀄리티가 훨씬 더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마비루, 생맥주를 같이 마실 수 있으니까. 이상하게 일본 생맥주가 맛있더라. 근데 누군가 말하길 그게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라고 하긴 하더라. 물이 달라서 정말 맛 자체가 다를 수 있다고 말이다. 뭐 어느 게 진실인지는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야키토리가 먹고 싶어서 미리 선정해둔 가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위치도 애매한 곳에 있어서 꽤나 걸어야 했다. 뭐 택시를 타면 금방 가기야 했겠지만 굳이 여행 중에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애매한 위치 덕분에 수월하게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도착해 보니 이미 자리가 꽉 차서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리뷰도 좋아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빈자리도 있는 것으로 보아 예약을 필수로 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근처 다른 야키토리 가게를 갔는데 거기도 만석으로 거절을 당했다. 아무래도 야키토리 메뉴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술과 함께 곁들이는 메뉴이다 보니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렇게 세곳이었나, 네 곳이었나 그 정도를 거절당했다. 근데 이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걸어서 20분씩 이동하면서 방문했던 곳이었다. 누군가는 전화를 해보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게 나에겐 번거로웠다. 물론 통화비가 나가기야 하겠지만 수고를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일 텐데 그냥 신경을 쓰기가 싫었다. 어차피 좀 걸으면 되니까. 근데 마지막 가게를 거절당하니까 좀 의욕이 떨어지더라.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포기하면 여태까지 소비한 시간이 정말 허무하게 되는 거니까 그런 것은 좀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게 마지막 가게에 도착했고, 그게 오늘 소개할 도쿄 신주쿠 이자카야 Yakitori and Toritatsu라는 곳이다. 어쩌다 보니 신주쿠역 근처까지 와버렸다.
여기도 나름 운이 좋았다.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내려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한산하고 조용했다. 근데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꽉 차 있고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뭔가 문을 열면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는 것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문 밖은 정말 조용한데 안에는 왁자지껄이었다. 거의 대부분 자리가 만석이었고, 바테이블 쪽에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안내 받아 앉을 수 있었다. 오히려 좋았다. 뭔가 조용히 혼자 후딱 먹고 나가면 되니까. 근데 나중에 내 바테이블 옆에도 사람들이 와서 모든 자리가 꽉 찼다. 이때는 살짝 눈치가 보여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 싶었다.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긴 했지만.
사실 빨리 나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게 여기 야키토리 이자카야 가게가 별로라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아닌가. 그 요소에 포함이 되려나. 사실 여기 흡연이 가능한 가게였다. 일본 내에서도 요즘은 흡연 가능한 가게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래는 예전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식당 흡연이 가능하다고 해서 흡연하는 친구들이 좋아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일본 내에서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근데 여기 Yakitori and Toritatsu는 흡연이 가능했고, 내 바로 뒷자리 일행들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직장인처럼 보였는데 꽤나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나의 경우 흡연이나 그런 것이 전혀 기분 나쁘진 않았다. 당연한 거니까. 다만 그냥 오랜만에 맡는 담배 냄새가 유쾌하지 않아 빨리 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온전히 시간은 잘 즐겨주었다. 이날 약을 먹어서 맥주 대신에 약한 하이볼을 별도 요청 드렸고, 여러가지 야키토리 꼬치 메뉴들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닭날개나 닭목 등 이런 껍질 부분이 많은 부위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저 큰 꼬치는 나름 여기 시그니처 같길래 주문을 해봤다. 역시 야키토리 답게 주문 후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그동안 오래 걸었으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분위기도 즐기고 뭐 그랬다. 스마트폰도 보고. 근데 여기 진짜 가성비는 최고더라. 아마 여기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가성비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꼬치 요리 하나당 450엔이 평균이었다. 이 정도면 약 4천 원 되는 금액인데, 나오는 크기나 양으로 보면 한국 2개 주문한 정도의 양이 되겠다. 그러니까 약간 반값 느낌?
그렇다고 퀄리티가 별로인 것도 아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장님이 바로 앞에서 숯불로 구워주시고 바로 손님한테 제공이 되니까. 근데 이날 실수를 했다. 약을 먹는다고 물을 요청 드렸었는데 얼음이 함께 컵에 담겨 나오더라. 그때 약간 아차 싶었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싶었는데 이게 가격이 1만 원 정도였다. 1,270엔. 이게 뭔가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영수증을 내가 보기도 했으니까. 근데 주문할 때 좀 알려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싶다. 하이볼이랑 꼬치 4종류 포함해서 1,000엔 정도가 나왔는데 물값이 더 나왔으니 말이다. 뭔가 기분이 다 좋다가 막판에 확 식어버렸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여기 라뒤레 마카롱에 들려 달달한 것으로 기분 좀 풀어주었다. 여기 신주쿠 야키토리 나와 같은 실수만 안 한다면 개인적으로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