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들어가기 전 냄새에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맛에는 호불호가 없는 춘천 가보자순대국
가을, 겨울에는 맑은 하늘을 만나기가 쉽다. 근데 그 맑을 하늘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려운 것 같다. 바람이라도 안 불면 꽁꽁 싸매면 괜찮은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무리 겹겹이 입어도 바람이 어디론가 들어와 춥더라. 일단 얼굴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고. 사실 정말 잘 입으면 그렇게 강추위를 만나서 안 추울 수 있긴 한데 그럼 행동이 불편하겠다. 실내라도 들어가면 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가야 하고. 아무튼 이날도 정말 맑은 날이었다. 바로 앞에 예쁘게 색칠한 학교가 있어서 하늘이 더 예뻐 보였던 것 같다. 근데 이날의 목적은 산책이나 구경은 아니었고 식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우연히 식당 앞에 이렇게 학교가 있었던 것뿐이다.
건물 자체가 층이 하나로 되어있어서 가게를 발견하면 그냥 입구를 찾아서 들어가면 되겠다. 근데 나의 경우 이날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두번 모두 웨이팅이 있었다. 다만 웨이팅이 긴 것은 아니고 한 20분 정도 기다리면 자리가 생긴다. 은근 회전율이 높은 식당이다. 아무래도 영업시간이 저녁이 아닌,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장사를 하니까 애초에 이 식당에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자리가 안 잡혀 그런 것 아닐까 싶다. 물론 주류를 판매하긴 하는데, 다들 그냥 순대국으로 식사 겸 안주 겸 하시면서 가볍게 한잔만 하고 일어나시는 것 같았다. 뭐 수육이랑 함께 주구장창 마시는 게 아니라 말이다. 그래서 오래 머무르는 테이블이 많지 않아 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웨이팅을 할 때 입구 옆으로 서서 학교를 바라보며 기다리게 되는데 나름 그 뷰가 괜찮다. 그래서 수다 떨면서 기다리다 보면 금세 자리가 나니까 뭐 그런 부분은 괜찮았다. 다만 한겨울에는 바람 막아줄 장소가 없어서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기 춘천 가보자순대국에 올 경우 주차 고민을 해야 한다. 만약 가게 근처에 와 주차를 하려면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이게 골목길도 좁고 쉽지가 않다. 그 골목길에 차도 많이 다니고. 그래서 걸어서 2분 거리에 농협이 있는데 거기에 주차를 하고 오시면 되겠다. 겸사겸사 다 먹은 뒤에 농협 가볍게 구경해도 좋고. 아마 1박 2일 춘천여행 올 때 여기서 식사하고 농협에서 장 보고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한다.
그리고 앉는 자리의 경우 땅바닥에 아는 좌식 방법과 테이블과 의자에 앉는 두 공간이 있다. 요즘은 바닥에 앉아서 식사하는 공간이 점점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원래 그렇게 장사하던 가게들도 일정 기간 장사를 쉰 뒤에 리모델링하여 의자를 두고 그렇더라. 그게 청소하는데 몸에도 안 좋고 손님 입장에서도 의자에서 먹는 것이 편하니까 자연스러운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온돌 바닥의 뜨끈뜨끈함도 매력이긴 한데 밥 다 먹고 난 뒤에 스르르 잠이 몰려오니 집이 아니라면 꼭 그게 장점이라고 말할 수도 없겠다. 아무튼 두 번 모두 바닥에 앉는 자리로 안내를 받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국을 주문했다. 순대국에도 특이 있고 따로국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번에나 이번이나 따로국밥으로 주문을 했다.
순대국밥과 따로국밥의 차이점은 크게 없다. 순대국밥은 밥이 말아져 나오는 것이고, 따로국밥은 밥이 따로 나오는 것이다. 뭐 어디서는 순대국밥 주문해도 밥이 따로 나오기도 하는데, 따로국밥이 있는 곳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다만 따로국밥의 경우 가격이 500원 정도 더 비싼 게 일반적인 시장 흐름처럼 보인다. 맛집을 가면 다 그렇더라. 아마 인건비, 설거지 등 추가 가격이 반영된 것인가? 어차피 양이나 먹는 거나 그런 것들은 비슷할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밥 따로 순대 따로, 고기 따로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따로국밥이 보이면 무조건 그렇게 먹고 있다. 이것도 먹는 성향이 조금 나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게 더 맛있더라.
그리고 여기 춘천 가보자순대국 첫 방문이신 분들은 아마 처음에 입구에 들어설 때 잘못 왔나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여기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일단 리뷰만 2천여개가 넘어가니까. 근데 심지어 장사도 평일 오전 7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2시까지 밖에 안한다. 그러니까 춘천 사람 아니고서야 나름 여길 방문하기 위해 스케쥴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름 신경을 써서 유명하다는 춘천 맛집을 방문했는데, 입구부터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어떨까? 오히려 고기는 잡내가 좀 나야 맛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맛에 초보이거나 연령층이 어릴수록 사실 그런 향에 민감한 것도 사실이겠다. 내가 좀 그랬다.
춘천 가보자순대국 웨이팅을 할 때는 몰랐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큼한 냄새가 온 방향에서 느껴졌다. 딱 그 냄새를 맡자마자 이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까 내 기준에서 이렇게 냄새가 날 정도면 순대국에서도 분명히 이런 맛이 나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냄새에 취약한 편이라 냄새가 나면 잘 못 먹는 편인데 이날도 그러겠구나 싶었다. 근데 이미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개인적으로 오히려 취약한 것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 보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사실 괜찮은 부분도 있었다. 맛있게 못 먹을지언정 그래도 새로운 경험은 해보는 것이니까. 그렇게 자리에 앉았고 순대국이 나오자마자 먹기 시작했다. 딱 한입 먹으니 비쥬얼과 다르게 싱거운 느낌이 들어서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별도 양념장도 풀어주었다.
그렇게 먹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났던 시큼한 냄새가 먹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게 후각이 마비된 것인지 뭔지 모르겠다. 다만 두 번째 방문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는데, 이게 국물 자체에서는 그 시큼한 맛이 안 나는 것이 맞았다. 도대체 이게 뭘까 궁금했는데 그 시큼한 냄새의 주인공은 고추기름이었다. 그렇다. 여기 양념장도 있고 새우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추기름으로 맛을 내는 곳이다. 그게 여기 인기 이유이자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사실 순대국밥 먹을 때 고추기름 두르는 곳은 여태 가보지도 못했고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여기 춘천 가보자순대국에서 정말 국밥 세상은 끝이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그 고추기름이 느끼함도 잡아주고 감칠맛도 살려주고 본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하는데, 맛에서는 정말 호불호가 없는 맛이었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이 느껴진다. 참 신기한 순대국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