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특선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용산 대포항회 탕
올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졌다. 정말 이상하게 너무 춥더라. 원래 날씨가 추워도 산책을 잘 다니는 편이었는데 정말 산책을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추위였다. 아직 올 겨울이 작년에 비해 훨씬 더 춥다거나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딱 이유 하나가 떠올랐다. 사실 이게 뭐 정말 이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바로 몸무게 감소. 작년 겨울에 비해 현재 약 5kg 정도가 감소하였다. 근데 이게 그냥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하면서 체중이 감소하였다. 그러니까 근육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방만 사라졌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몸에 지방이 많아야 추위를 덜 타는데, 이렇게 지방이 몇키로 사라져서 올해 유독 더 춥게 느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말 지방만 5kg가 빠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운동도 막 FM으로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 체육 정도 느낌으로 하고 있으니까. 또 너무 무리해서 운동은 못하겠더라. 다음날 힘들기도 하고 나에게 그만한 열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근육통이 오면 뭔가 일상이 불편해져서 나에게 썩 유쾌하진 않더라. 아무튼 날이 추워져 요즘은 따뜻한 음식을 주로 찾고 있다. 어제는 추어탕을 먹었었는데 오늘 포스팅은 또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탕 종류다. 사실 이 음식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메뉴 명칭이 따로 없다. 점심 특선이다. 사실 우리도 가서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와봐야 오늘은 어떤 음식이 점심 특선인지 알 수가 있다. 약간 백반 가게와 흡사한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아마 여기 용산 대포항회의 경우 시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그날그날 식재료에 맞춰서 만들어서 내놓으시는 것 아닐까 싶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해산물 베이스는 따로 공급을 받으실 텐데. 아니면 매일 오전 수산물 경매 시장 같은 곳을 나가시는 건가? 뭐 이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들은 이 메뉴를 섞어탕, 섞어찌개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그냥 해물탕이라고 부르는 게 조금 더 와닿는 느낌이다.
1만원에 동태, 꽃게, 알이 들어간 탕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용산 대포항회. 여기 밑반찬의 경우 대략적으로 7~8개가 나온다. 근데 이걸 사 오시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직접 만드시는 것 같다. 여기 깻잎이 은근 비밀병기다. 어느 날은 거의 깻잎으로만 공깃밥 하나를 다 해치운 적도 있다. 집에서 만들면 이런 맛이 안 나는데 짭조름하니 감칠맛 제대로 살아있고 맛있달까. 그렇게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고 있으면 이날의 점심 특선 메뉴가 나온다. 테이블마다 버너가 있어서 바로 끓여서 먹을 수 있는 구조인데, 이렇게 직접 끓이면서 먹으니 더 맛있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친구네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 친구의 경우 김치찌개를 직접 끓이면서 먹었다.
이게 더 맛있어서 자기네는 이렇게 먹는다고 하더라. 근데 나의 경우에도 실제로 그렇게 먹으니 더 맛있는 기분이 들어 여러 차례 시도해봤는데 버너를 다루기가 조금 번거롭기도 하고 해서 그냥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서 먹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눈앞에서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바로 먹을 수 있으니 그 기분이 또 살겠다. 이미 한번 끓여져 나왔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끓은 뒤에 한 2~3분 지난 뒤에 먹는 편이다. 사실 한 5분 정도 뒤에 먹고 싶긴 한데, 일행의 경우 그냥 바로 먹어도 된다면서 빨리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서 이것 역시 적당히 타협해서 먹고 있다.
점심 특선이라고 만만히 보면 안되겠다. 가격은 1만원으로 통일이 되어있는데 이 구성이 꽤나 훌륭하다. 꽃게도 무슨 미니 꽃게가 흉내 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통 꽃게가 여러 개로 잘려서 들어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한입씩 먹으면 그 살이 빠져나오면서 머금고 있는 국물과 함께 짭조름함이 확 몰려온다. 이게 은근 매력이 있다. 사실 꽃게 종류의 경우 발라먹기 귀찮아서 잘 안 먹는데 이날은 유독 맛있더라. 아마 살이 실하게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살 없이 껍질만 발라 먹으면 그만한 노동도 없겠다. 그리고 동태부터에서 알, 이리까지 모두 튼실하게 잘 들어있었다. 사실 해산물을 잘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먹는 노동에 비해 얻는 것이 별로 없어서인데, 여기 용산 대포항회에서는 그게 해당되지 않겠다.
와사비 간장에 조금씩 찍어 먹는 것도 맛있고 국물이 점점 졸아가면서 해산물 육수가 진해지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홍합, 미나리, 콩나물도 한가득 들어있는데 이렇게 먹으면 국물이 맛이 없을래야 맛이 없을 수가 없겠다. 사실 여기 리모델링 이전부터 방문을 했었는데, 리모델링 이후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이날도 좀 매장 내부가 정신이 없어서 후다닥 먹고 나왔다. 근처에서 일하던 스태프들 전체가 식사를 위해 방문을 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이리나 알 같은 것도 신선하지 않으면 먹기가 힘든 식재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일단 건강도 건강이고 냄새가 날 수 있으니. 근데 잡내 하나도 안 나고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딱 시장에 어울리는, 가성비 최고의 점심 특선 메뉴이지 않을까 싶다. 추운 날 따뜻하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