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누룽지 제대로인 용산 전주산수비빔밥
살면서 경찰서를 딱 한 번 가봤고, 딱 한 번 경찰차를 타본 적이 있다.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고 둘 다 10대 학생 때의 일이었다. 경찰서 방문을 했을 때는 그때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했었는데 마땅히 봉사활동을 할만한 곳이 없었고 무작정 친구들과 경찰서로 들어갔었다. 물론 봉사활동은 하지 못했고 바로 나와야 했다. 그다음 경찰차를 타 본 경험은, 학생 때 어디 견학을 갔었나. 아무튼 백일장처럼 어딜 갔어야 했는데 무작정 걷다가 어느 도로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다. 이게 이차선이나 그런 짧은 도로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올림픽대로 같은 곳을 그냥 걷게 되었다. 그러다 지나가던 어느 분이 신고를 해주셨는지 경찰차가 다가왔고 그렇게 우리를 태워 백일장 장소까지 데려다주셨다.
이 두 번의 경험이 나와 경찰이 관련된 일의 전부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경찰서 갈 일이 없었던 것에 다행이다 싶다. 사실 주변에만 하더라도 중고나라 사기 때문에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경찰서를 들려본 경험이 꽤나 많더라. 나의 경우 뭔가 중고거래 같은 것은 잘 안 해봐서 그런 경험이 아직까지 없다. 비싼 것을 그런 데서 사는 습관이 아직 안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사더라도 뭐 만원 이하나 그런 것들만 구매하거나 팔고 그러니까. 아무튼 갑자기 경찰 이야기를 왜 했냐면, 오늘 소개할 곳의 경우 용산 경찰서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여기 경찰관 분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가게여서다. 상호명은 전주산수비빔밥으로 비빔밥이 메인인데 전주 스타일로 나오나 보다. 요즘은 막상 전주 가면 비빔밥을 안 먹는다고 하던데 예전에 전주 한참 유행했었을 때는 다들 비빔밥을 먹고 오긴 했다.
같은 장소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여행 트렌드가 바뀌나보다. 사실 올해도 전주를 한 번 더 다녀오긴 했었는데 그때는 1박 2일로 너무 짧기도 했고, 숙소도 너무 불편하고 그랬어서 빨리 돌아오고 싶었던 마음뿐이라 뭔가가 딱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안 간 것보다 더 아쉬운 느낌이랄까. 전주에서 진짜 맛집을 즐기고 싶으면 알려진 맛집이 아니라 그냥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백반집을 가면 된다고 현지인들이 말하더라. 일단 그런 가게에서 여태까지 살아남은 것을 보면 맛집이라고 말이다. 요즘 흔한 밈처럼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 그런 예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곳에 가면 메인 요리 하나만 주문해도 무슨 백반집처럼 여러 찬이 나온다고 하니까. 아무튼 오늘 소개할 곳의 경우 그런 정도의 퀄리티까진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을 보여줘서 소개하고 싶었다.
일단 밑반찬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할 수 있는 전이 하나 나온다. 이는 모든 테이블에 다 제공이 된다. 우리의 경우 돌솥비빔밥으로 주문을 했었는데 이렇게 사이드 국물 하나와 김치, 깍두기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외에 기타 뭐 다른 반찬은 없었다. 다만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었는데 아마 이 돌솥을 달구기 위해서 그러셨던 것 같다. 한바퀴 다 돌고 그다음 타이밍에 우리 주문이 걸린 느낌? 실제로 우리 옆 테이블의 경우 우리보다 10분은 더 먼저 온 것 같은데 음식은 동시에 받았다. 거기도 주문 누락인지 한 번 더 체크하시던데. 아무튼 여기 점심시간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근데 그 몰리는 사람들이 첫 방문이 아니라 주로 단골손님분들이셔서 나름 익숙한 상황처럼 기다리고 음식을 드시고 그러셨다.
다만 우리의 경우 이날이 첫 방문이었는데 이렇게 늦게 나와도 괜찮나 싶었다. 일단 용산 경찰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찰관분들이 주로 이용하실텐데 나름 속도가 생명이 아닌가? 소방관이랑은 또 다른 느낌인가? 내가 워낙 이쪽 제복 계열 문화를 잘 모르겠어서 혹시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내가 먹은 이날의 경우 경찰복을 입고 식사를 하는 분들은 없으셨지만 이 근방에서 주로 식사를 한다고 하시니, 이렇게 한식 스타일 제대로 나오는 곳의 경우 많이 찾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지 않을까 싶다. 가게 소개에도 적혀 있는 것처럼 정말 용산 경찰서 정문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주문한 전주비빔밥이 나왔고 별도 양념장 추가 제공 없이 올려주신 그대로 비벼서 바로 먹었다. 따로 양념장을 덜지 않고 주방에서 제공되어 나오니 조금 믿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간혹 내가 양념장 넣을 경우 짠 경우도 많으니까.
다만 이렇게 먹으니 전체적으로 간이 조금 심심했다. 그래서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깍두기가 나에겐 필수였다. 근데 여기 가게 컨셉 자체가 아예 음식을 완전체로 만들어서 제공해 주는 것 같았다. 어느 테이블에서 후추였나, 소금을 더 달라고 하시니까 간 알맞게 드렸다고 안내를 해주시더라. 물론 손님 요청한 것에 맞춰 소금을 더 가져다주시긴 하셨는데 아무튼 어느 정도 주방에서 추구하는 맛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도 음식이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딱 제대로 나왔으니까. 이렇게 밑바닥에 누룽지가 제대로 깔리는 돌솥비빔밥은 또 오랜만이었다. 요즘 뚝배기가 뜨거워도 저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괜히 더 바삭하게 잘 먹었던 것 같다. 뭔가 한식 가볍게 한 끼 해결하고 싶을 때 들리면 괜찮은 용산 전주산수비빔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