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농부 청년이 모여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춘천 어쩌다농부
요즘 종종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추억 같은 것이 하나 있다. 그 당시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 그 당시의 공감하지 못하던 사람과 같은 입장이 되어버리니까, 그 당시에 왜 그렇게 공감을 하지 못했나 하는 반성이 절로 든다. 그 이야기가 뭐냐면, 나의 경우 음식을 딱히 가리지 않는다. 음식을 안 가린다기보단 정확히 말하자면 밖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한식보다는 양식, 중식, 일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양식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밖에서 음식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한식은 거의 안 먹었던 것 같고 양식이나 일식 중에 택해서 먹었던 것 같다. 중식은 꼭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먹어주니까 괜찮았고, 일식은 다 잘 먹는 것이 아니고 몇 종류만 잘 먹기 때문에 애초에 많이 먹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양식을 주로 먹었다. 피자, 파스타, 햄버거, 스테이크 등등 말이다. 아웃백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뭐 하다 못해 떡볶이 같은 것으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하고. 근데 이런 나를 그 당시에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해를 못 한다기보단 나도 어릴 때는 그렇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나이를 먹으니 그렇게 못 먹겠다고 말이다. 뭐 소화도 안되고 안 당기고 그래서 아직 젊다 그랬나 뭐랬나. 아무튼 그런 식으로 표현했었다. 그래서 그때 속으로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난 좋아하고 계속 잘 먹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니까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일단 나의 경우에도 하루에 한 끼는 꼭 쌀을 먹어줘야 한다. 예전에는 유럽여행을 가서도 한달 내내 양식만 먹어도 오히려 좋고 맛있고 그랬다. 영국에 놀러 갔을 때 피시앤칩스만 있어도 행복하게 맛있게 먹었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막 비싼 돈 주고 맛 없는 한식당을 왜 가야하는지, 컵라면을 도대체 한국에서 왜 가져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이젠 이해가 가고 나도 해외에 있으면 4박 5일 여행을 가더라도 한식당이 가고 싶어지더라. 실제로 가기도 했고. 아무튼 물론 지금도 양식, 중식, 일식, 한식 모두 다 잘 먹지만 하루에 한끼는 꼭 한식을 먹어줘야 한다. 그니까 점심에 햄버거 먹고 저녁에 피자를 먹을 수 없다. 그러면 속이 불편하더라. 점심에는 한식을 먹고 저녁에 피자를 먹거나 뭐 그런 식으로 나름 할당량을 맞춰야 속이 편하게 변해버렸다.
그래서 이젠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매번 그 지역 맛집만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은 가정식 백반을 판매하는 일반 한식당 집을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곳이 노포 느낌으로 또 맛있을 때가 있기도 하고. 특히 올해에 전주 여행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너무 관광지스러운 곳들만 방문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아있다. 저녁엔 오히려 치킨을 먹고 오기도 하고. 그 치킨이 맛있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맛이 없었어서 계속 기억에 남는다. 전주 현지인들이 말하길 전주 맛집 가려면 그냥 오래된 노포 백반집 같은 곳을 가면 된다고 하더라. 살아남은 곳이기 때문에 맛집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마 전주 여행을 그 아쉬움을 달래러 한 번 더 갈 것 같긴 한데 당분간은 아닐 것 같다. 그때 이미 실컷 둘러봤기 때문에.
아무튼 이렇게 꼭 건강한 식사는 한 번씩 중간에 넣어줘야 여행 내내 오히려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변해버렸다. 사실 이게 심리 탓일 수도 있겠다. 햄버거를 정크 푸드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알고 보면 건강식이라고 하는 것처럼, 괜히 기름진 음식만 먹었다는 생각 때문에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착각 같은 것 말이다. 근데 나의 경우 소화 능력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지켜주는 게 나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겠다. 그래서 이날 춘천에서도 어쩌다농부라는 나름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어쩌다농부의 경우 세 명의 청년이 모여 장사를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자연농 기법을 사용하여 농사지은 작물, 먹는 이를 생각하는 농부님들이 키우신 소중한 먹거리로 따뜻한 한 끼를 만들어 제공해준다고 한다. 원래는 작은 매장에서 운영을 했다가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확장 매장을 한 것이라고 하고.
두부를 베이스로 하는 비빔밥 종류 하나와 명란들기름 파스타 하나를 주문했다. 원래 메뉴 하나를 더 시킬까 하다가 일단 먹어보고 시키자고 이렇게 두 개만 주문하였다. 요즘 음식을 많이 시키고 남기는 경우가 많아 나름 딱 알맞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니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이게 정확하진 않지만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 그래서 메뉴 하나를 더 시킬까 하는 충동이 계속해서 느껴졌지만 잘 참았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주문한 메뉴 두 개가 나왔고 두부 베이스 음식의 경우 별도 간장 소스가 있어서 부어서 비벼 먹었다. 처음에 이게 간이 센 줄 알고 조금 부어야 하나 싶었는데 다 부어서 비벼서 먹으니 개인적으로 간이 딱 맞았다.
명란 파스타의 경우 조금 익숙한 맛이고.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기 춘천 어쩌다농부의 경우 건강한 맛과 음식을 추구하고 있다. 비쥬얼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약간 산뜻하고 가볍고 깨끗한 맛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실 요즘 음식을 헤비하게 먹는 것보다 라이트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 방문하면 딱 좋은 곳인 것 같은 느낌이다. 트렌드에 잘 부합하는 곳이랄까. 나의 경우 예전에 바깥에서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찾아 다니니까, 입맛이 참 많이 변하기도 했다. 그렇게 메뉴 두개를 해치우다가 이건 너무 맛있기도 하고 배도 안 찰 것 같아서 추가로 메뉴를 하나 더 주문했다. 근데 이게 약간 실수였다. 나름 매운맛을 준다고 치폴레소스 베이스의 비빔밥 같은 것이었는데 여기 어쩌다농부 결과는 조금 안 맞게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뭐 내가 배불러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미슐랭 투스타가 아니라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에서 투스타 인정받은 어쩌다농부. 충분히 다음에 또 방문하기 괜찮다 생각하고, 그때는 메뉴 두 개만 정갈하게 먹고 나오면 괜찮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