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식집 가더라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옛날 시골식 청국장
용산 골목길에 들어서면 매생이 굴국밥으로 유명한 어느 식당이 하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이 가게를 다섯번 이상 방문했던 것 같다. 근데 그 방문 동안에 여기 시그니처라고 말할 수 있는 굴국밥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사실 굴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굴을 먹다가 탈이 난 적도 없고. 아주 예전에 친구들이랑 조개구이 무한 리필 가게에 가서 모두 장염 이상의 큰 탈이 나서 그 뒤로 이런 조개류에 대한 부담감만 있을 뿐. 그래서 굴을 먹으면 뭔가 그때가 생각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 식감을 못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거부감이 들더라. 그나마 구운 것은 조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굴 구운 것보다는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기회도 별로 없었다.
오마카세에 가서 낯선 재료들을 종종 먹곤 하는데 사실 오마카세에서도 굴은 안 다루는 것 같더라. 나름 여러 곳을 방문했었는데 굴이 나온 적은 보지 못했다. 나름 오마카세가 내가 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게 해주는 기회였는데 그렇다 보니 굴을 먹는 경험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 누구는 우유처럼 고소하고 담백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아마 나의 경우에는 그런 맛을 평생 못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 특유의 향이 개인적으로 제일 강한 해산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굴국밥이 유명한 곳이지만 이 가게에서 한 번도 먹어본 경험이 없다. 다만 같이 오는 지인의 경우 한 여름에도 굴을 먹을 정도로 걱정 없이 먹는 사람이라서 그 사람의 경우 여기에 올 때마다 굴국밥을 주문해서 먹는다. 그래서 나름 간접적으로 경험은 하고 있다.
나의 경우 여기를 올 때마다 먹는 음식은 바로 청국장이다. 청국장도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냥 청국장이 있고 청국장 비빔밥이 있다. 청국장은 약간 된장찌개처럼 국물이 더 있는 것이고 청국장 비빔밥의 경우 강된장처럼 비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온다. 그래서 그때그때 입맛에 맞게 골라서 주문해서 먹고 있다. 사실 이따 비쥬얼을 보면 아시겠지만, 요즘 서울에서 청국장 자체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지 않겠다. 물론 검색해서 찾아가면 있긴 있겠지만 일반적은 한식집이나 백반집을 갔을 때 청국장 찾기가 쉽지 않겠다. 근데 여기의 경우 이렇게 일 년 내내 청국장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청국장이 제대로 나온다. 뭔가 음식 향에 민감한 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청국장 향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더라. 못 먹는 사람도 있던데 나의 경우 처음부터 괜찮았다.
아마 굴 좋아하시는 분들도 처음엔 별로였다가 나중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렇게 좋아하셨으려나? 아무튼 밑반찬을 즐기고 있다가 메인 요리인 굴국밥과 청국장이 나왔다. 밑반찬의 경우 기본적인 것들이 나오는데 나름 준 간식처럼 괜찮은 것들이 꼭 한 종류가 나온다. 한때는 떡볶이가 나왔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방문하니 이렇게 매생이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매생이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생이국 같은 것도 제대로 판매하는 곳 있으면 먹어보고 싶긴 한데 아직까지 만나보진 못했다. 매생이국의 경우 엄청나게 뜨거워서 조심히 잘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누군가 먹을 때마다 맛있어 보여 먹어보고 싶다. 그 정도의 바다 향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전 쭉쭉 찢어 먹다가 본격적으로 보기만 해도 구수함이 느껴지는 옛날 시골식 청국장을 먹기 시작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렇게 청국장이 제대로 듬뿍 들어있는 찌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나름 괜찮은 식당이나 비싼 고깃집에 가서 주문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물은 진할지언청 이렇게 청국장 건더기가 많이 들어있는 곳은 정말 별로 없다. 그래서 여기에 올 때마다 이 청국장이 그리워서 찾게 되는 것 같다. 저 건더기를 다 먹진 않지만 그래도 밥과 함께 먹으면 정말 술술 넘어간다. 아플 때 여길 온 적은 없지만 입맛 없고 아플 때 밥 비벼서 김치랑 함께 먹으면 꽤나 괜찮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향도 계속해서 구수함이 느껴지고 말이다. 국물 자체도 짭조름해서 입맛 돌리는데 제격이라 생각한다. 감칠맛도 살아있고. 그래서 그런지 여기 점심에 굴국밥 찾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이 청국장 메뉴를 찾는 손님도 꽤 많다.
비빔밥 스타일로 먹는 강된장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청국장 찌개 국물을 밥에 넣어서 비벼 먹는 것도 은근 합이 괜찮다. 애호박도 들어있고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나 깍두기 올려서 먹으면 식감도 살고 좋다. 무엇보다 뚝배기에 담겨 나와 계속해서 뜨거움을 유지한 체 먹을 수 있어 좋다. 매생이의 경우에도 기본 메뉴긴 하지만 매생이가 실하게 들어있어서 좋았고. 솔직히 뭔가 더 먹고 싶은 맛이었다. 원래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맛들이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가는 법이니까. 아무튼 요즘 웬만한 한식집 가더라도 이런 옛날 시골식 청국장 찌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맛있게 잘 먹었다. 만약 구수한 향이 느껴지는 청국장 찌개 드셔보고 싶으신 분들은 용산 가실 때 여기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