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혼밥 라멘집
빠르게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사실 식사 시간을 가질 때 1시간 정도로 러프하게 가져가는 편이다. 뭔가 그래야 여유 있는 느낌이랄까. 주차하고 뭐 주문하고 먹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말이다. 근데 가끔 그렇게 타이트하게 가져갈 경우 오히려 다 먹고 난 뒤에 시간이 남는 경우가 있더라. 아마 먹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 것도 있겠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가 오래 걸리고 먹는 시간에는 솔직히 10분 정도만 쓰이면 되니까. 이때는 한 30분 정도가 나에게 주어졌고, 따로 검색은 해보지 않고 근처에 갈만한 가게를 찾았다. 원래 김밥집을 가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국물이 땡겼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라멘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키오스크에서 바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근데 뭔가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여긴 처음 오는 가게가 맞는데 낯설지가 않았다.
그래서 기억을 좀 돌려봤는데 이미 여기 예전에 검색을 해본 뒤에 안 오기로 결정을 했던 그 라멘집이었다. 근데 시간이 흐르고 이번에 급하게 온다고 그냥 들어와버린 것이다. 내가 여길 검색하다가 안 온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평점이 4점 이하였던 것. 사실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최소 다 4점 이상은 했던 것 같다. 요즘 뭐 리뷰나 점수 제도가 사라져서 표시가 안 되는 곳들도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그냥 우연히 들어가 식사를 즐겨서 검색을 해보더라도 다 4점이 넘었다. 근데 여긴 4점 이하였다. 그래서 분명히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여태까지 오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이번에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들어와 버렸다. 이미 주문은 했고 사장님은 조리에 들어가셨고. 그래서 그냥 꼭 평점이 전부는 아니니까 먹어보자 싶어서 그렇게 기다렸다. 근데 사실 나에게 이미 여긴 주문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 그래서 평점을 조금 더 믿게 된 것도 있겠다.
섣부른 판단은 지양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를 보면 그래도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이 대부분 맞고. 사실 여기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키오스크 위에 먼지가 있더라. 그래서 이게 분명히 힘든 부분이 아닌데 왜 안 치우실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아닌데, 쌓인 양을 보면 분명히 하루 이틀만에 이렇게 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나도 이렇게 느끼는 것을 보면, 분명히 사람들이 알아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그걸 다 볼 것이다. 그래서 그때 좀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뭐 라멘을 먹고 싶은 니즈가 더 강했던 것 같다. 사실 성격 자체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한게 분명히 여러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을 하는데, 한번 판단이 서면 또 앞뒤를 가리지가 않고 그 선택한 것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래서 주변에 뭔가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김치나 수저 같은 것도 셀프였다. 근데 이게 수저를 꺼낼 때 입이 닿는 부분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 이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사실 개인적으로 식당마다 수저가 포장 없이 테이블 아래 놓여있는 것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내 포스팅을 꾸준히 봐오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메뉴 주문을 하면 음식이 나올 때 인원수에 맞게 수저를 가져다 주는 가게도 있고 그렇더라. 뭐 시장에서 이런 것을 보면 적당히 어떠한 니즈나 필요성을 느껴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뭐 모든 가게가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의 경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사장님이 혼자 계셨다. 뭐 피크 타임 때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갔을 때는 그랬다. 그래서 뭐 1인 가게의 경우 어느 정도 손님도 같이 해줘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이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라멘 자체는 굉장히 금방 나왔다. 면만 어느정도 조리를 해주시고, 준비된 육수와 함께 차슈는 토치로 직화 스타일로 구워주셨다. 그렇게 금방 메뉴가 나왔다. 근데 이건 사실 일본 라멘집을 가도 웨이팅을 해서 시간이 긴 것이지 라멘 자체는 금방 나온다. 이건 메뉴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다. 계란부터 먹고 국물을 마시고 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시오라멘이다. 별다른 것은 추가하지 않았고 가격은 9천원. 사실 라멘 자체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뭐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기에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나조차도 그때그때마다 입맛이 바뀌기 때문에. 근데 이 시오라멘 면발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국물 자체는 정말 시원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고 좋았다. 근데 라멘을 먹으러 온 것이지 국물을 먹으러 온 것은 아니니까 살짝 아쉽긴 했다.
김치도 아삭한 느낌이 아니라, 좀 흐물흐물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부분도 좀 아쉽긴 했다. 근데 아마 이게 여기 사장님만의 스타일일 수도 있어서 그 기호에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테니 함부로 판단할 순 없겠다. 그냥 나한테만 아쉬운 것이지. 실제로 이렇게 나름 열심히 먹고 그래도 한 끼 나름 든든하게 챙기고 나왔다. 뜨끈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그래도 속이 좀 편해졌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저녁에 할 일을 하러 왔는데, 이 라멘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근데 주변에서 다들 맛있어한다고 맛집이라고 자주 간다고 하더라. 그것을 보고 정말 사람들마다 다르구나 싶었다. 근데 나도 만약 여기가 처음 키오스크 주문 때부터 그렇게 인식이 안 좋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시작했으면 오히려 역시 평점 믿을게 못 되는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래서 정말 서비스업은 힘든 것 같다. 다 좋아도 하나가 부족하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