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살짝 아쉬웠지만 맛 자체는 훌륭했던 용산 용문시장 돈까스 가츠몽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었다. 요즘 지인을 만나는 패턴은, 다들 바쁘기 때문에 급 만남보다는 사전에 일정을 잡게 되더라. 그래서 시간을 픽스하고, 약속 며칠 전에 갈만한 곳 리스트를 서로 공유하고 그때 마음에 드는 곳을 방문하게 되더라. 급만남 빈도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성인 이후로 급만남이 가능한 경우는, 서로의 일상을 잘 알고 있는 연인 관계에서만 무난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난 뒤에 친구나 지인 관계에서 이렇게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겠다. 서로 다 바쁜 일상이 있으니까. 얼마 전에 슬프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날이 하루 있었다. 잊고 있었던 지난 3~4년간의 일상을 떠올리게 해주는 하루였다.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밖에 나와 강아지랑 산책하고 그랬던 하루였는데, 최근 1~2년은 나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치열하게 살아왔다. 근데 그렇게 과거 3~4년간 보냈던 일상을 하루 보내고 나니 기쁘면서도 슬프고 뭐 그렇더라. 아이러니한 감정이었다.
이야기가 엄청 다른 길로 샜는데, 하고 싶었던 말은 그 지인과 만났을 때 자기는 요즘 새로 생긴 가게가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근데 거기서 나도 공감했다. 뭐 그 친구나 나나 서로 컨텐츠 때문도 있었지만, 나의 경우 새로운 가게를 방문하기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웨이팅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대부분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만 요식업에 진출하는 경향이 세기 때문에 남들이 아직 모르는 맛집을 먼저 발견하게 된다는 약간의 설레임 같은 것도 있겠다. 그리고 누군가 어디에서 뭐 갈만한 곳 있느냐 물었을 때 추천해 주기도 좋고. 웨이팅이 긴 곳은 기본적으로 추천해 주기 힘들더라. 뭐 요즘 대기 어플 같은 것들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유료가 있기도 하고 어차피 실질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같긴 하니까. 아무튼 뭐 그렇다. 근데 오늘 소개할 이 돈까스 가게의 경우에도 새로 생긴 가게였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이렇게 방문했다.
근데 리뷰를 살펴보니, 원래 이 근처에서 영업을 하시다가 위치만 옮기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방문했던 곳과 살짝 위치가 달랐다. 근데 메뉴판 모양이며 전체적인 음식 비쥬얼이 비슷했다. 그래서 가게만 옮기신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리뷰 중에도 좀 안 좋은 리뷰들이 많았었는데, 개인적으로 방문하면서 그 부분은 잘 느끼지 못했다. 셀프바도 이용하기 편했고, 샐러드 리필 같은 것도 부담 없이 해주시고 뭐 돈까스 퀄리티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겨자와 와사비 소스 두 개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사실 돈까스 소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와사비까지 제공되는 경우는 소금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별도 소금은 없더라. 겉 튀김이 바삭하고 속의 두툼한 부분은 부드러워서 소금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테이블마다 돈까스 소스가 있어서 편하게 계속 먹을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사실 이렇게 두툼한 두께의 돈까스는 일반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없다. 흔히 동네에 있는 돈까스 집을 갈 때 만날 수 있는 비쥬얼은, 우리가 김밥천국에 갔을 때처럼 얇게 펴진 돈까스겠다. 근데 두툼한 돈까스가 몇 년 전부터 유명한 맛집들 사이로 퍼져서 그런지 이젠 일반 동네에 있는 돈까스 전문점 같은 곳에선 이렇게 두툼하게 파시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로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유명한 맛집 돈까스 가게를 갔을 때는 이런 두툼한 돈까스를 만날 수 있지만, 평소 뭔가 가끔 얇게 펴진, 소스가 듬뿍 뿌려져서 눅눅해진 돈까스를 먹고 싶을 때가 있어서 김밥천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뭐 굳이 빈도수를 따지자면 두툼한 두께가 이기긴 하겠지만,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잘 모르지만 여전히 김밥천국 돈까스를 찾는 사람도 많다. 지나가다 김밥천국 매장을 보면 아실 수 있겠다. 여전히 배달도 많고 사람도 많더라.
물론 막 초창기에 핸드폰 대리점 생기듯이 길 건너 지점들이 생겼을 때랑 비교할 순 없겠다. 그래도 여전히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잘 되고 찾는 사람들도 많더라. 사실 메뉴 가짓수도 많아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가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가격도 이제 많이 올라서 저렴한 것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것 같고. 사실 오늘 소개하는 여기 용산 용문시장 근처 두툼한 돈까스 가게 가츠몽 역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1인당 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근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한다. 9천 원 정도면 가성비 좋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10,000원 정도면 적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딱 처음에 보면 양이 적어 보이는데 이게 두께가 있어서 다 먹고 나면 포만감이 올라오기도 한다. 근데 샐러드도 있고 하니까 다 먹고 난 뒤에 배가 적정하게 찰 순 있어도 배가 고프진 않겠다. 바삭함도 살아있고, 육즙도 살아있어서 여러모로 괜찮았다.
예전에 한때 돈까스에 와사비를 올려 먹는 것에 꽂혀서 그렇게 먹을 때가 있었다. 집에서 먹을 때도 따로 와사비를 짜서 먹기도 했다. 근데 이제는 역시 소금이 원탑이 되었다. 그다음에 돈까스 소스 정도? 돈까스 소스도 기성품 말고 맛있는 곳은 따로 맛있는 곳이 있더라. 여기 가츠몽에선 개인적으로 와사비가 느끼함을 잡아줘서 그런지 제일 좋았고, 그다음은 돈까스였다. 저 겨자머스타드 소스라고 해야하나. 저 매력은 아직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저거 저것만 따로 먹는 것이 아니고 돈까스 소스에 섞어 먹는 것이었구나. 저땐 몰랐고, 지금 알았네. 뭔가 확실히 배가 고플 땐 급하게 먹게 된다. 이날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살짝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서 정신없이 먹게 되었다. 점심 식사 기준으로 가격이 만원 대인 것은 살짝 아쉽긴 하나, 그건 요즘 물가 기준으로 소비자 욕심일 수 있겠고, 종종 돈까스가 생각이 날 때마다 방문하면 괜찮은 가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