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다 떠나서 상추가 통으로 들어있어서 기분 좋았던 청호식당 가정식 백반
사실 밖에서 한식을 챙겨 먹은 경험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 이렇게 백반집이 많은지 몰랐다. 이전 회사를 다녔을 때도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고, 또 구내식당이 있었던 곳에선 구내식당을 이용했었기 때문에 잘 몰랐다. 그리고 워낙에 회사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각종 메뉴를 많이 판매하기도 했고. 근데 이 주변엔 정말 딱히 뭐가 없기 때문에 그런 상권이 형성된 것도 아니고 그냥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주 손님층이었다. 물론 회사도 작게 작게 있었으나 큰 회사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따로 직장인들을 위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진 않더라.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백반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은 줄 말이다. 우리 동네도 막상 돌아다녀보면 이러려나? 살던 곳에서 점심을 먹은 경험이 별로 없으니 잘 모르겠다.
뭐 물론 여기도 회사 근처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백반 가게들이 많은 줄 몰랐다. 그리고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포인트들이 있더라. 그리고 딱 그 가게만 좋아하는 손님층도 따로 있는 것 같고. 여기도 점심시간이면 많은 직장인들이 몰려온다. 그래서 만석이 되더라. 이날 우연히 방문했었는데 한 5분 정도 기다린 뒤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 이 날이 첫 방문은 아니구나. 지나가다가 이런 가게가 있는 것을 알고 나중에 와봐야겠다 하고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니까 인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다. 방문은 처음이 맞지만. 아무튼 밖에서 보면 그렇게 조용해 보이는 가게가 안으로 들어오니 꽉 차 있고 다들 식사를 하고 수다도 떨고 하시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그리고 딱 그 시간만 지나면 가게가 다시 비어 좀 조용해지고.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면 조금 신기한 현상일 수 있겠다.
9천원 가정식 백반을 주문했다. 두 명이서 주문을 했으니, 이게 2인이 합쳐진 구성이라고 보면 되겠다. 근데 사실 백반집을 가끔 방문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손님 입장에서는 1인이 낫고 가게 입장에선 2인 이상이 낫겠다 싶다. 사실 혼자 먹으나 둘이 먹으나 가게 측에선 공수가 크게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마진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메인 요리의 양이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게 그만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1인과 비교해서 말이다. 물론 이런 것 고려해서 방문하지 않는 손님은 없겠지만, 문득 요즘 백반 집들을 많이 방문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잘하는 곳들은 혼자 먹어도 만족도가 높고 두 명 이상이서 먹어도 괜찮기 때문에 뭐 상부상조하는 것 아닐까 싶다. 가게 측에서도 재료 소진이 빨리 되어야 또 신선한 재료들로 맛있는 요리를 하여 고객에게 내어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백반집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딱 특정 하나이 메인 요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밑반찬은 대게 다 비슷한데, 이 메인 메뉴가 하루마다 바뀌겠다. 이날 여기 청호식당 메인 요리는 제육이었다. 상추 쌈이 저렇게 폭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상추쌈 싸 먹으면서 제육을 먹으면 되는 느낌이었다. 별도로 된장이 제공되고 있었는데,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만드신 집된장 느낌이었다. 사실 이런 백반집 또 장점 중 하나가 대게 밑반찬이나 그런 것들을 직접 만드신다는 것이겠다. 사실 사서 쓰면 이 금액대가 맞춰지지 않을 테고, 또 요리에 자신 있으신 분들이 이 장사를 시작하신 것일 테니. 그래서 백반집 가성비 괜찮다 느껴지는 곳들은 이 메인 요리가 1개가 아닌 2개 정도 제공되는 곳들이 되겠다. 실제로 그렇게 먹으면 이 가격에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소비자 입장에서 들더라.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생각 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곳들이 꼭 있다.
그냥 먹기도 하고 상추 쌈 싸서 먹기도 하면서 열심히 즐겨주었다. 중간중간 콩나물국도 즐겨주었다. 사실 밑반찬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 한가득 쌓인 상추를 다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상추도 신선하고 맛있더라. 요즘 모든 물가가 올라서 이런 야채 값들도 꽤 올랐을 텐데 이렇게 푸짐하게 제공되다니. 이런 상추 같은 것도 중국산이나 그런 것들이 있나? 잘 모르겠다. 뭐 아직 장을 봐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 신선도 때문에 대부분 다 국산이지 않나. 누가 이 문장을 읽으면 이 사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을 수 있겠다 싶다. 그래도 뭐 나중에 경험하며 배우면 되니까. 사실 벌써 올해가 반년이 다 지나가는데, 내년에 새로운 것을 좀 시작해 볼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진행되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겠다. 제육의 경우 간 세지 않게 담백하게 만들어져서 된장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개인적으로 이런 고기 종류를 먹을 때 흰쌀밥 위에 고기 올리고 쌈장만 찍어서 숟가락으로 팍팍 먹어도 맛있더라. 이러면 순식간에 밥 한공기가 뚝딱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최근에 안 것 중 하나가, 밥을 많이 먹으려면 비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저녁에 밥을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 한 공기를 다 비우고도 더 먹고 싶은 날은 비벼 먹을 때였다. 여러 가지 나물 넣고 고추장 넣고 버터 넣고 참기름 넣어서 비벼 먹으면 별로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밥 한 공기가 사라져 있더라. 그래서 비빔밥 함부로 먹는 것 아니구나 싶었다. 여기 신선한 가정식 백반 하나로 근처 직장인 다 휘어잡은 청호식당에서도 이날 조합으로 밥 한 공기 뚝딱이었다. 아마 저 집 된장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는데, 간을 딱 잡아주고 감칠맛 살려줘서 맛있더라. 그래서 추가로 요청드려 그것도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짠맛이 건강에 그리 안 좋지 않기를 바라본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