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6500원 보리밥 주문하면 생선구이까지 나오는 경북 보리밥

디프_ 2022. 9. 18. 19:57
포항 죽도시장 안에서 줄 서서 먹는 이유가 있는 가성비 최고의 한 끼

 

개인적으로 어디 놀러 가면 웬만하면 시장은 꼭 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가서 뭘 사는 것도 아닌데 그냥 거기 둘러보면서 구경도 하고 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진짜 로컬 맛집은 시장에 또 있으니까. 그리고 그냥 시장에 방문하면 이 지역을 정말 제대로 알고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요즘은 관광객들도 많이 찾곤 하고 변해가는 곳들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정말 여길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니까 그분들의 대화나 생활하시는 모습 등을 보고 그냥 이 동네에 단순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알고 가는 기분이 들더라. 물론 그래 봤자 사는 것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간접 경험이긴 한데 그냥 그 자체가 좋더라. 그래서 시장을 꼭 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좀 복잡하긴 해도 또 이때 아니면 언제 여길 와보나 싶기도 하고.

 

또 이안에선 따로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그냥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인다. 물론 어느 특정 가게를 가야 하는데 정말 못 찾을 경우 찾아보긴 하는데 또 넓은 곳은 위에가 막혀있는 곳들이 많아 핸드폰이 안 터지기도 해서 여쭤보고 움직이고 그런다. 수산물 코너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오늘 소개할 가게도 처음엔 갈 생각도 없었고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느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라.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엄청나게 저렴한 금액으로 음식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한 곳은 유명한 곳인지 허영만 백반 기행이었나 거기에도 나온 곳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여기 한번 와봐야겠다 싶었다. 다만 그날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가지 못했고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이렇게 오게 됐다. 포항 죽도시장 안에 위치한 경북 보리밥이라는 가게다.

 

아침 나름 이른 시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기가 있었다. 매장 내부가 워낙 좁아 손님 기준으로 한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회전율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매장 내부가 협소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좀 있었다. 앞에 한 10명 정도 있었는데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솔직히 좀 답답하기도 했는데 여기 안 먹고 그냥 가면 좀 아쉬울 것 같아 기다려봤다. 원래 다른 가게도 문을 열었으면 사람이 좀 나뉘어서 이렇게까진 안 기다렸을 것 같은데 한 가게가 문을 닫아 한 곳만 장사하니 사람이 몰려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반찬들이 워낙 다양하고 여러 가지로 나와 천천히 먹는 사람들이 있으면 꽤나 오래 식사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인지라 타이밍도 나름 중요하겠다. 그렇게 기다렸고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딱 한자리가 있어서 좁지만 거기에 앉을 수 있었다. 가방을 따로 둘 곳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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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생선구이와 쌀뜬물이라고 해야 하나. 숭늉처럼 저것만 나와서 나는 혼자라 이게 구성이 다른가 싶었다. 알고 찾아온 것도 아니고 정말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한번 가봐야지 하고 온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그래도 아직 생선구이만 나오고 보리밥은 나오지 않았으니 기다려봤다. 그렇게 한 5~10분 정도 흘렀을까. 이렇게 다양한 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이 나왔다. 된장찌개까지! 이 금액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6500원이다. 꽤나 저렴하고 서울에선 시장에 가더라도 이 구성에 이 금액으론 즐길 수 없겠다. 물론 근데 여기가 일단 이 금액으로 판매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이해가 간다. 일단 구성원이 가족으로 이뤄진 것 같았고, 따로 뭔가 별도 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메뉴가 통일되다 보니까 그런 재료 관리라든가 그런 게 상대적으로 용이했겠다. 효율성도 높아지겠고! 그래서 아예 말도 안 되는 판매 금액은 아니겠다.

 

그렇게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 금액에 이 구성은 꽤나 훌륭하다.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있는 곳이었다. 맛 자체를 떠나서 양과 구성으로만 보더라도 말이다. 생선구이에 된장찌개까지 나오는데 보리밥에 이렇게 다양한 찬을 올려서 먹을 수 있으니까! 참기름이랑 고추장은 테이블마다 별도로 구비되어 있어서 개인 기호에 맞게 알아서 넣어 먹으면 됐다. 개인적으로 먹기도 전이었지만 포항 죽도시장 안에서 줄 서서 먹는 이유가 있는 가성비 최고의 한 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나물을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된장찌개도 먹고 생선구이 살도 발라먹고 그랬다. 근데 앞서 말한 것처럼 혼자 앉은자리가 좀 좁기도 했고 약간 정신이 없었다. 그런 것은 감안해야겠다. 만약 여기 내부까지 쾌적했으면 또 이런 느낌도 나지 않았을 테고 이 금액도 아니었을 테니.

 

그렇게 고추장과 참기름을 다 비비고 마지막에 된장찌개 안에 있는 두부와 국물을 조금 넣어서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팍팍 먹기만 하면 됐다. 솔직히 가격이 꽤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겠다. 저렴한데 먹을 수 없는 수준이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손해니까. 근데 여기 6500원 보리밥 주문하면 생선구이까지 나오는 경북 보리밥 가게의 경우 개인적으로 만족도 높았다. 일단 앞서 말했던 이유 중 하나인 가격이 착하다. 솔직히 이 금액에 이 구성은 여기 포항 죽도시장 안이 아니면 찾기 힘들 것이다. 일단 내 기준으론 보지 못했다. 근데 거기에 퀄리티까지 괜찮다. 일단 된장찌개가 있다는 것도 만족도 높은데 생선구이까지 기본으로 이렇게 한 마리 제공되니 말이다. 그리고 밑반찬 종류도 많고. 혼자 와서 먹음에도 불구하고 젓가락이 움직일 곳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더 정신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냥 한 끼면 그것만 집중하고 나오면 되는데 상 위가 나 혼자 왔음에도 꽉 차 버렸다.

그렇게 보리밥을 열심히 먹다 보니 생선구이를 또 놓치고 있었다. 테이블이 꽉 차서 잠시 옆에 뒀었는데 그렇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중엔 이렇게 나름 살을 발라서 밥 위에 올려 같이 먹기도 하고 따로 먹기도 하고 그랬다. 맛 자체도 여기 아니면 이 맛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런 수준은 아니었고, 평범하고 익숙한 그런 맛이었다. 근데 요즘은 또 보리밥 먹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매력 있겠다. 그렇게 밥 한 숟갈, 된장찌개 한 숟갈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식사를 즐겼다. 개인적으로 이틀 동안 먹은 것 중에 가장 저렴하게 먹었는데 가장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던 한 끼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성비 너무 괜찮았고, 나름 시장에 온 기분이 날 수 있는 이색적인 식사도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안 가보신 분들이 있으면 한 번쯤은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뭔가 어르신들이 호불호 없이 좋아할 느낌이기도 하고. 다소 정신없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게 또 시장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니까 거부감 느낄 필요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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