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한 숟갈 뜰때마다 고기가 올라오는 가성비 좋은 월강돼지국밥

디프_ 2022. 6. 29. 21:10
서울 연남동 핫플레이스에서 만나는 부산 스타일 돼지국밥

 

요즘 트렌드에 별로 안 맞는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 별로 국밥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밥이랑 반찬 따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순댓국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흰 공깃밥 따로 해서 순대를 쌈장에 찍어서 따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국물 좀 떠서 먹어주고. 근데 이게 애초에 이런 스타일을 안 좋아한다기보단 난 원래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뭐 옛날 말로 아침마다 국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까다롭다고 하는데 오히려 난 국물이 있어도 별로 안 먹는 편이다. 그냥 반찬이 더 중요한 느낌이랄까. 국물 먹으면 배도 금방 차고 오히려 소화도 잘 안 되는 느낌이다. 근데 이게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국물을 아직까지 막 선호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국밥이 은근 매력 있게 느껴지더라. 맛있는 가게들이 종종 생각나고 그런다. 큰 발전이다.

 

오늘 소개하는 여기 월강돼지국밥 가게 역시 나 혼자 어느 날 갑자기 국밥이 먹고 싶어졌다.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김해 사는 친구가 데려가 줬던 부산 진짜 노포 맛집이 생각났다. 분명히 서울에선 그런 가게를 찾을 수 없겠지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그런 곳을 가보고 싶었다. 지금 부산은 못 내려가니까 말이다. 근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왜냐면 김해에서 먹었던 도가니탕이 너무 맛있어서 서울에 와 나름 맛집이라는 곳에 주문해서 먹었는데 양부터 퀄리티까지 너무 별로였다. 돈 주고도 안 먹을 느낌이랄까. 아마 내가 눈이 너무 높아진 것이겠지. 한번 그렇게 실패를 하고 나니 큰 기대를 하지 못하게 됐지만 또 나름 평을 보고 여기 괜찮다 싶어 이렇게 직접 와보게 됐다. 장소는 꽤나 생뚱맞은 핫플레이스인 홍대 연남동에 위치해있다.

 

여기 정말 많이 지나다녔는데 이런 가게가 있는 줄은 이날 처음 알았다. 주변에 뭐 펍이라든가 와인바, 고깃집들이 많은데 국밥집이라니! 뭐 2차 해장할 느낌의 장소도 아닌데 뭔가 꽤나 오래전부터 있었던 가게가 아닐까 추측해보고 있다. 이 가게는 그대로였는데 주변이 변한 그런 느낌 말이다. 아무튼 평소 잘 안 먹지만 이날만큼은 요즘 먹고 싶었던 메뉴를 먹는 날이니만큼 빨리 먹고 싶어졌다. 나름 트렌디하게 키오스크로 자동 주문을 할 수 있었고 자리에 앉으니 나름 메뉴가 빨리 나왔다. 이런 가게 특징은 육수를 새로 삶는 것이 아니다보니 음식이 빨리 나온다는 것이겠다. 그만큼 회전율도 빠르고. 이 국밥 하나에 소주 한 병을 드시더라도 술집 같은 곳보다는 훨씬 빠르겠다. 물론 나의 경우 술은 마시지 않았다. 정말 식사 느낌으로 배를 채우고 싶어서 여기까지 와버렸다.

일단 첫 느낌은 너무 좋았다. 핫플레이스 서울 연남동과는 좀 안 맞는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을 너무 좋아한다. 인테리어가 너무 현대식도 아니고 너무 노포같지도 않고 정감 가는 그런 분위기였고 사장님이나 일하시는 분들 너무 다 친절하셨다. 그리고 이 촉촉한 수육 비주얼 좀 보시라. 그리고 나름 여기 양이 많다. 괜히 가성비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이날 뭐 하나는 세트로 주문하고 단품으로 주문한 것 같은데 이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 숟갈 뜰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고기들도 팍팍 올라오고 세트 메뉴라고 하기엔 같이 온 수육 양도 상당했다. 그냥 양만 많으면 내가 이렇게 말도 안 했을 것이다. 근데 촉촉하고 부드럽고 잡내 없이 너무 다 맛있었다. 특히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뭐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잡내가 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간혹 매니아층을 위해 일부러 잡내를 잡지 않아 인기가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곳에 가면 잘 못 먹는 편이다. 아직까지 그 향을 잘 못 받아들이겠더라. 근데 뭐 국밥 스타일 자체도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말 다했다. 아 그래도 여기 소금 간도 하고 새우젓도 하고 그랬는데 개인적으로 자극적으로 먹는 편이기 때문에 간이 심심해 다데기도 넣고 하면서 간 조절을 했다. 그리고 괜히 뭔가 비주얼이 빨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부추도 팍팍 넣고 아직까지 밥은 말지 않았다. 일단 국물 따로 좀 즐기면서 이 수육을 맛보고 싶었다. 수육도 너무 부드럽고 잡내 없이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이 김치라고 해야 하나. 무생채라고 하기엔 너무 큰데. 아무튼 이것도 적당히 달달하니 둘이 조합 좋게 잘 넘어갔다. 솔직히 번화가에 있는 가게라고 하기엔 개인적으로 꽤나 맛집스러웠다. 잘 찾아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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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를 좀 낮춰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높았었더라도 여기 월강돼지국밥 집은 충분히 합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너무 먹고 싶었던 것을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역시나 가성비 최고답게 이렇게 한 숟갈 뜰 때마다 고기가 팍팍 올라오고 있다. 저게 국밥 안에 담긴 고기 양이다. 아래까지 전부 다 올린 것은 아니지만 대충 감이 오시겠다. 이런 요리는 잘 모르기 때문에 여기가 뭐 어떤 고기를 어떻게 써서 이 가격에 판매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소비자 입장에선 이 정도면 충분했다. 수육만으로도 충분한데 안에 담긴 고기마저 충분해 이미 눈으로 배가 차고 입이 즐거웠다. 그리고 이렇게 한 끼 국물까지 뚝딱 해치우면 저절로 속이 든든해지겠다. 이 가게의 경우 나처럼 막 찾아오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분들도 잠깐 오셔서 한 끼 해결하고 가시는 것 같았다. 그만큼 주변에서 인정받은 가게라는 말이 되겠다.

적당히 따로따로 즐긴 것 같아 이제 밥을 말았다. 뭔가 이렇게 나눠서 먹으면 여러가지 종류를 한 번에 먹는 느낌이다. 예전에 맛있는 녀석들 프로그램을 보면 일단 국밥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으로 밥 한 공기를 해치운다고 했다. 애초에 이런 스타일 맛집들은 김치가 맛있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다음 바로 말지 않고 나처럼 이렇게 또 따로따로 즐긴다. 그다음 밥을 말아서 먹는다고 했던 것 같다. 양념도 처음부터 바로 치지 않고 오리지널을 즐기다가 친다고. 확실히 맛있게 많이 먹으려면 그렇게 맛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하게 즐겨야 하는 것 같다. 물론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이야기겠다. 내가 살이 찐 이유가 나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안 뒤인 것 같아서 근거 있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부산 돼지국밥이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 맛을 가지고 그렇게 주장한다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생각한다.

소면도 적당히 식감을 살려주어 괜찮았고 젓갈부터 마늘, 쌈장 다 모두 중간중간 같이 곁들이기 괜찮았다. 그리고 원래 고기 같은 것들이 중간에 먹다 보면 사라지고 나중엔 국물만 먹게 되는데 여긴 이렇게 끝까지 고기가 살아있었다. 정말 가성비 좋다. 아마 마지막에 계속해서 고기가 올라와 아마 고기는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육도 따로 주문한 것도 아니고 세트로 주문한 것인데 저정도 퀄리티와 양이면 꽤나 괜찮다 생각한다. 물론 단품만 주문해서 먹어도 배가 충분히 차긴 하겠지만 나름 기분도 내긴 해야겠다. 솔직히 장소 자체가 서울 연남동이라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주 놀러 가지 못하는 부산에서 느꼈던 맛을 잠시나마 비슷하게라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여행 중에는 뭐든 더 맛있게 느껴지고 소중하기 때문에 이 가게도 정말 맛있는 것이겠다. 나처럼 마니아층이 아닌 사람도 잘 즐겼으니 말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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