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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 바베큐 이색적인 분위기가 맛을 살려준다

디프_ 2020. 6. 28. 13:17

처음 해본 글램핑 바베큐 너무 괜찮았어요


바로 옆에 계곡이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운영을 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예약을 한달 전에 했는데 정말 모든 곳이 풀 부킹이었다. 여기도 한달동안 주말은 자리가 꽉 찼고 그렇게 한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찾아올 수 있었다. 근데 뭐 한달 금방 지나가더라. 처음 예약할 당시만해도 언제 가나 싶었는데 이렇게 와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다. 사실 여긴 예전 몽골 여행에 가서 게르 안에서 잤을 때빼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바로 뒤에 계곡도 있어 편하게 놀 수 있다고 하여 이렇게 왔다. 비가 오지 않아 수심은 얕았고 아래에 깔린 돌들은 나의 발바닥을 아프게 했다. 그래도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릴 수 있고 둥둥 떠다니며 물살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하나도 없어 좋았다. 한 여름엔 사람들이 좀 온다고 하던데 난 이른 때에 방문해서 그런지 거의 없었다. 오리인지 거위인지 한쌍의 부부만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래도 여긴 먹거리 적는 공간이니 여행 이야기는 다음에 다른 곳에서 하고 이만 끊어야지. 그래도 중간 중간 포스팅을 하면서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시설이 너무 좋아 호텔도 아니고 모텔도 아닌 것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램핑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근데 밤에 비가 왔고 빗소리, 바람 소리 모두 천막 안으로 온전히 느껴져서 자연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초보자 입장에서 살짝 무섭긴 하더라. 뭐 밤하늘의 별까지 함께 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벌레도 워낙 많고 그 부분은 현실적으로 힘들더라. 몽골 게르에서도 별을 보려면 밖으로 나가서 봤다. 아무튼 여행의 꽃 바베큐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한 시간 전에만 말을 달라고 하셔서 말씀을 드렸고 7시쯤부터 즐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섯시였나? 계곡에서 놀다가 와 씻고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놀랐다. 역시 놀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이번 여행 준비물은 삼겹살, 항정살, 소고기였다. 근데 소고기의 경우 아마 오늘 포스팅에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왜냐하면 배가 불러서 먹지 못했다. 원래 주디라도 있었으면 소금기 없이 한두개 주면서 나도 먹었을 텐데 주디도 없고 나름 다이어트 한다고 배가 부르면 안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참았다. 뭐 먹으면 어찌저찌 먹긴 했지만 그냥 참고 싶더라. 이 고기들은 역시나 내가 매번 놀러가기 전에 들리는 이마트에서 구매해왔다. 근데 갈때마다 나름 다른 맛을 경험해보고 싶어 다른 가게를 가곤 한다. 이렇게 냉장 상태로 구매하는 편이고 항정살은 이번에 처음 구매해봤다. 삼겹살은 무조건 포함해야하고 목살은 그냥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이 부위였고 이렇게 처음 캠핑에서 도전해본 것 같다. 맛이 궁금했다. 아 근데 이날 정말 큰 실수를 했다. 어쩐지 장 볼때 뭔가 부족한 것 같더라니.. 소금을 안 챙겨왔다. 그냥 흰소금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 이런 고기들 위에 뿌려서 감칠맛을 살려줄 수 있는 그걸 안 사왔다. 어디서 빌리기도 애매하고 그냥 포기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 소금을 구울 때마다 뿌려주면 솔직히 별도 고추장이나 쌈장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그걸 까먹다니! 여행 다니면서 그걸 까먹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익숙한 것을 잊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잊기도 하고 정말 나를 종잡을 수가 없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겠지? 정말 아쉬웠어서 이렇게 여기에다가 하소연을 좀 해본다.



글램핑 바베큐 고기들이 잘 구워지고 있다. 근데 여기 좀 신기했다. 사장님께서 어떤 마법을 부려주셨나? 아니면 숯불과 고기들과의 거리가 있어서 이게 가능했나? 원래 다른 곳들을 가면 호일 위에서 구워야 힘들지 않고 알맞게 딱 구워졌는데 여긴 별도 그런 노력 필요없이 내 마음대로 불 조절이 가능했고 전혀 타거나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연기 때문에 굽기에 힘들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또 그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금이 없어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처음 먹어보는 항정살 부위가 있어서 나름의 기대감도 조금 있었다. 삼겹살이야 뭐 맛을 말해 뭐해. 그렇게 어느정도 먹을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이런 곳에 오면 얼음이 없기에 아이스 박스에 얼음을 넣어왔고 어느정도 녹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하루 먹을 수 있는 알맹이들은 충분히 건질 수 있었다. 원래 탄산 음료 타 먹을 생각이었지만 얼음 맥주도 괜찮을 것 같아 얼음에 맥주를 부었다. 그리고 무쌈도 준비했고 가정간편식 청국장도 하나 사왔다. 이렇게 있을 것 없을 것 다 사왔는데 맛에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다니. 나도 정말 바보다. 햇반은 구매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을 가져왔다. 현미밥이다.



그래도 이날 나름 비밀병기는 양념치킨 소스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이렇게 이마트 양념치킨 소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예전 몽골에 놀러갔을 때 누가 저걸 싸왔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근데 나는 몰랐지. 그게 여행지에서 먹을 것이 많이 없어 자극적인 맛이 그리웠던 것임을.. 막상 와서 먹어보니 별맛 나지 않았다. 그때 그 감흥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쌈장이 훨씬 맛있었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서 몇번 찍어먹다가 포기하고 다시 쌈장과 무쌈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김치도 소량 용기에 포장된 것을 구매했는데 맛 괜찮았다. 풀무원꺼였던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아까 고기 구울때 팽이버섯 굽는 것을 깜빡했다. 원래 삼겹살처럼 기름이 많은 고기를 구울때 위 아래에 깔아두어 기름기를 흡수하게 해야한다. 후라이팬에 구우면 기름들이 고여있어 상관없지만 얘는 기름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위아래로 깔아줘야한다. 근데 문제는 삼겹살이 얼마 남지 않았고 팽이버섯은 엄청 많았다는 것! 그래도 임시방편으로나마 이렇게 한번에 대량으로 굽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맛을 볼 순 있었다. 다 먹진 못했지만! 이 팽이버섯 기름기에 잘 구우면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상추쌈에 마늘, 쌈장 듬뿍 올려 같이 먹어도 맛있다. 다만 이렇게 야외에서 먹을 때는 조금 먹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배가 다 불렀고 고기는 살짝 남겼다. 소고기 안 굽기를 잘했지. 그리고 남은 숯불 화력에 마시멜로우를 구워먹으며 나름 힐링을 즐기고 있었다. 잘못 구우면 새까맣게 타는 잘 구우면 노르스름하게 탄다. 근데 불에 가까이 다가가야 해서 손바닥이 굉장히 뜨겁고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서 먹도록 하자. 아예 긴 나무 막대기가 있으면 좋긴 할텐데 일상생활에서 찾긴 힘들겠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낮엔 안 보이던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아마 여기 캠핑장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아이 같은데 살도 나름 토실토실하게 쪄있었다. 소금이 없어 간을 못한 고기를 조금 주니 맛있게 잘 먹더라. 나중엔 더 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근데 신기한 것이 비계 부분은 잘 쏙 발라먹었다. 나도 질겨서 하기 힘든 것을 그렇게 잘 해내서 신기했다. 아마 끈적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고기는 순살보단 비계가 같이 있어야 맛이 더 사는데.. 하긴 동물들이 느끼는 맛과 사람이 느끼는 맛은 다를 수 있긴 하겠다. 그래도 잠시나마 야생(?) 고양이와 함께 놀 수 있어 기분 좋았다. 이런게 뭔가 자연이지!



글램핑 바베큐 성공적으로 끝내고 씻고 놀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깨끗히 청소된 우리 테이블에 돌아와 이렇게 해장 라면을 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정말 해장도 하고 속을 풀기 위한 행위겠지만 나에겐 그냥 아침 식사였다. 어제 마신 술만 해도 맥주 한캔도 안되니 뭐 말 다했지. 오히려 탄산을 더 많이 마셨다. 라면은 참깨라면이었는데 참깨라면은 개인적으로 많이 먹어본 경험은 없다. 근데 나름 이게 매니아층이 확보된 제품이라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던데.. 너구리라면 모를까. 그래도 아침에 먹으니 적당히 기름지고 매콤한 것이 맛있긴 했다. 라면 끓이는 것도 확실히 실력이 있다. 근데 조리법에 나온대로 핸드폰 타이머로 끓이면 누구나 잘 끓일 수 있긴 한 것 같다. 내가 라면을 끓이면 항상 물이 많거나 적거나 싱겁거나 그런데 그 조리법대로 하면 나름 맛있고 면발 탱탱하게 끓일 수 있었다. 라면 잘 못 끓이는 사람들은 참고하도록 하자. 아무튼 이렇게 아침까지 풀코스로 맛있게 먹고 다시 서울로 떠나왔다. 요즘 드는생각이 여행은 끝이 있어서 그 과정이 소중한 것일까 아니면 끝이 있기에 그 매력이 더 반감되는 것일까? 사실 후자의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인간은 정말 테두리 안에서 행복을 누려야만 그 진정한 매력을 느끼는 건가? 일탈이 되는 순간 불안함을 느끼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없을까? 예전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규제 없는 행복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도 그 생활을 떠난지 이년이 지나가니 이젠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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