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딱새우 처음 먹어보는데 회로 먹어도 하나도 안 비려요

디프_ 2020. 4. 6. 21:19

제주도 가면 많이들 먹는 딱새우


늦은 점심 비슷한 이른 저녁을 먹었고 저녁에는 가볍게 맥주 한잔하면서 안주를 먹기로 했다. 그래서 최대한 숙소 근처에 갈만한 곳을 찾았고 우연히 아주 알맞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섭지코지로라고 그냥 지역명 같은 곳인데 나름 맛집이었다. 구글맵 기준 리뷰 200여개에 평점 4.1로 막 엄청나게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근처에서 갈만한 곳으론 딱 적정한 수준이었다. 거리로만 봤을땐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으나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여긴 가까워보여도 걸어다니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했다.


렌트카를 타고 가도 됐었지만 그러면 맥주를 못 마실 것 같고 근처에 주차할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택시를 불러서 가기로 했다. 어차피 거의 기본 요금으로만 이동할 것 같아서 크게 부담이 가진 않았다. 택시비로 지불할 금액보다 내가 편하게 누릴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달까. 아무튼 무리없이 택시를 불러서 왕복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잠시 대기를 하긴 했었는데 우리가 나올땐 웨이팅이 없어서 안에서 기다렸다가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택시가 정말 안 잡히더라. 아무튼 그렇게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먹어본 메뉴를 소개해볼까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딱새우 회다. 얘도 갑각류의 일종인가? 얘는 여태까지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메뉴다. 옛날에 어디 놀러갔을 때 라면과 함께 나온 적이 있는데 겉 껍질이 날카롭고 딱딱해서 따로 먹기도 힘들더라. 언제 한번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다. 유투브라든가 종종 나오던데 자꾸 눈에 밟혔다. 근데 이번 기회에 메인으로 먹을 수 있었다. 제주도에 얘만 단일 메뉴로 파는 가게들이 많더라. 나 저번 여행때 뭐한거지? 아무튼 이번엔 좀 실컷 먹어볼 생각으로 이렇게 들어오기 전부터 마음가짐을 가졌다.


아 근데 대기가 있더라. 사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출발하기전에 미리 전화를 했는데 뭐 대기가 있을 수도 있고 일찍 오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그냥 안 믿었다. 여태까지 다녔던 곳 기준으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여기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아 근데 딱 내 앞에서 짤리더라. 한 테이블이 딱 남아있었는데 내가 블로그에 올릴 사진 찍는다고 앞장 서있다가 뒤로 비켰는데 그게 마지막 테이블이었다. 다들 술 한잔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자리가 금방 나지 않았고 대충 30분이 넘게 기다렸던 것 같다. 30초가 30분이 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그래도 밖에서 기다리며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바로 저기. 섭지코지로 가게 맞은 편인데 따로 뭐 없는데 그냥 저 담장 때문에 제주도만의 매력이 보인다고 할까. 저기서 사진도 찍고 인스타에도 올렸다. 그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이폰 효과도 좀 있는 것 같고. 가게 소개를 조금 더 해보자면 오픈은 12시, 마감은 오후 11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그리고 주차의 경우 길가에 세워둬야한다. 건너편 방듸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엔 절대 세우지 말라는 부탁이 담겨있었다. 아마 해당 가게 주인분과 마찰이 좀 있었나보다. 그리고 이 가게 영수증을 가져가면 근처 펍에서 생맥주가 1+1, 칵테일 첫잔이 1+1이라고 한다. 그리고 10km 이내 숙소는 차량으로 집까지 모셔준다고 하니 한번 가볼만 하겠다 싶었다. 나야 뭐 술을 잘 못하니까 2차 갈 일은 없었지만!



자리에 앉았다. 매장 내부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다. 겉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보이는 공간이 전부다. 테이블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편이었고 전체 한 10 테이블 정도 되려나. 뭔가 복잡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그런 곳이다. 흑돼지 정식도 있고 방어회도 있고 나름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딱새우 회 하나였다. 고등어회랑 세트로 팔기도 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이른 저녁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다. 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추가로 라면 서비스도 나오니 딱이었다. 그래서 3만원을 주고 하나만 주문했다. 아 맥주 포함하여 총 금액은 34,000원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저 고등어회랑 같이 파는 세트 65,000원 짜리를 많이 먹더라. 우리처럼 얘 하나만 시키는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옥돔구이와 머리 서비스를 주니 세명 이상일 경우 세트 선택이 합리적이겠다. 원산지 표시판이 붙어있어 살펴보니 고등어 국산, 꽃게 중국산, 돼지고기 국산, 쌀 국산 뭐 이정도로 표시가 되어있었다. 아 그리고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셋팅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미리 손질하셔서 준비가 되어있었나보다. 모든 테이블이 주문하고 거의 5분 이내에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 먹기 전에 너무 설레였다. 처음 먹어보는 갑각류이기도 했고 그냥 비쥬얼 자체가 너무 멋있어서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평소 회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그 물컹물컹한 식감을 잘 못 견딘달까. 초밥은 굉장히 잘 먹는데 회 본연 그 자체는 잘 손이 안가더라. 근데 얘는 평소에 너무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먹기 전부터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먼저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하나 집어먹어봤다. 우선 먹기 좋게 손질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따로 먹는 방법이라든가 이런 것들 필요없이 입으로 넣은 뒤에 쏙 빼면 쏙 알맹이만 빠졌다.


그렇게 초장을 살짝 찍어 먹어봤다. 와 맛있더라. 분명히 그 갑각류의 미끄덩한 식감은 있는데 그게 크게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달까. 그리고 하나의 크기가 뭔가 적당하면서도 적어서 자꾸 손이 갔다. 빨리 더 입안에 넣고 먹고 싶어서 말이다. 정말 맛있더라. 솔직히 이런 맛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나름 경험이다라는 생각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저 한판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해치웠다.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를 느끼면서 먹으니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물론 그만큼 맛도 받쳐줬겠다. 먹는 시간으로 보자면 3만원이 정말 아까운 금액이었지만 내가 느낀 맛과 기분을 생각하면 절대 아깝지 않은 그런 수준이랄까. 물론 평소에도 얘를 자주 먹는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갑각류를 먹고 다음에 또 언제 먹을지 모르니깐 말이다. 그리고 맥주와 궁합도 좋았다. 하나 먹고 맥주 한잔 싹하면 그 특유의 비리면서도 느끼한 맛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밑반찬으로 나온 절임무를 먹어주면 됐다. 아삭아삭한 것이 짭쪼름하고 맛있었다. 오징어 젓갈도 있었는데 개는 패스했다. 평소라면 밥 한공기 주문하여 뚝딱 해치웠겠지만 이날은 식사하러온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공깃밥을 주문하진 않았다. 어차피 이따 얼큰한 라면도 먹어야했고!


아 지금 포스팅하면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초장 찍어먹으면 굉장히 맛있는데.. 언제 얘를 또 먹어보려나. 서울에서 먹으면 일단 그때 먹은 그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서울에서도 파는 곳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찾아보면 있긴 하겠다. 그리고 저 파란 것은 알이다. 여기서 인위적으로 붙인 것이 아니라 원래 알이 저렇게 붙어있다고 한다. 처음에 먹어도 되는 것인지 몰라서 먹어봐도 되냐고 여쭤봤다. 먹는 것이라 말씀해주시더라. 막 특유의 맛이 나는 것은 아니고 톡톡 튀기는 식감만 조금 살아있었다. 전부 다 알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었고 아예 안 붙어있는 것도 있다. 나름 운이더라.



딱새우 마지막 장식은 라면을 선택했다. 뭔가 대하를 먹으면 버터구이를 해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이때는 처음부터 라면을 먹으려고 했다. 그냥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마무리는 얼큰한 국물을 마셔주면 속도 시원하고 느끼하고 비린 그 부분도 해결될 것 같고! 역시나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국물이 굉장히 시원했다. 뭔가 더 특별하게 안에 들어간 것 같진 않은데 진짜 시원하더라. 아 그리고 내가 자꾸 비리고 느끼하다고 말하는데 재료 자체에서 뭔가 비린 향이 난다거나 맛이 난다거나 그렇진 않다. 그냥 그 갑각류 특유의 미끄덩거리는 그 맛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회나 이런 것을 잘 먹는 편은 아니다. 미끄덩거리는 식감을 잘 못 견디겠더라. 아마 그런 사람 많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마무리로 라면까지 먹고 맥주 한병도 해치웠다. 정말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먹어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을 것 같다. 해산물이라 살도 별로 안찔 것 같고. 아 라면은 예외려나.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래서 여기가 인기가 많나보다. 예약은 별도로 되는 것 같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대기번호를 적고 기다렸다가 호명하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다음에 제주도 가게 되면 여긴 또 갈 예정이다. 막 특별한 것은 없는데 그냥 가게 분위기도 적당히 왁자지껄하고 친절하시고 좋더라. 재료 자체들도 다 싱싱하고! 처음 먹어본 메뉴인데 실패하지 않아 다행이었고 정말 잘 먹었다. 만약 나처럼 안 드셔본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추천이다! 다만 맛있게 잘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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