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정에 대한 이야기

혼자일본여행, 길거리를 생각없이 걸어보자.

디프_ 2018. 5. 11. 11:10

혼자일본여행, 길거리를 생각없이 걸어보자.

 

 

 

 

혼자일본여행도 오고 참 많은 곳을 혼자 다녔다. 뭐 오사카는 이미 친구들과 두 번이나 와봐서 익숙한 곳이기에 큰 걱정이 없었지만, 사실 외국에 혼자 놀러 갈 경우 제일 심리적으로 부담될 때가 출발하기 전과 바로 도착하고 나서다.

 

출발하기 전에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다 보니 뭔가 울적해져 기분이 그냥 그렇고, 막 도착하고 나서는 타지에 연고지 없이 진짜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좀 당황스러워진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막 도착하고 나서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사실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느라 그런 감정이 금방 사라진다.

 

 

 

 

혼자일본여행의 매력은 골목길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행이 있다 보면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서로가 원할 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해야 하고 수다도 떨고,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서로의 원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양보하며 맞춰주다 보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서 이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몰랐던 면을 알아갈 수 있고, 외국에 아는 사람이 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 질수도 있고, 또 모든 것은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되기에 여행 측면에서 더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그와 비교해 혼행의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원하는 곳만 가고 원하는 것만 먹으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내 욕심만 채워도 된다. 다만 사진을 찍는 측면에서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많이 불편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친구랑 갈 때와 혼자 갈 때 사진 개수의 차이가 몇 배가 났다.

 

또, 현지에서 현지인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이 혼행의 제일 좋은 점이 아닐까 한다. 사실 옆에 친구가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도 그 순간뿐이지 그 사람과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게 된다. 친한 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 근데 혼자 다니면 사소한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고 상대방의 관심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나의 경우 혼자 어딘가를 가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들이 데려가는 곳이 진짜 로컬이고 나와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를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밌다. 물론 이것들이 일방향적이어선 안되고 그들의 관심도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타이틀은 '길거리를 생각없이 걸어보자.'인데 적는 내용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내용 같다. 근데 이러한 것들은 다녀오고 난 뒤 내가 깨달은 것들이지 돌아다니면서 고민했던 것들은 아니다. 여행지에 가면 길도 찾아야 하고, 구경도 해야 하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도 먹어야 하고, 사람도 많아 복잡하고.. 의외로 시간이 후딱 간다.

 

 

그래서 사실 혼자 다녀도 외롭다는 생각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갑자기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생각난다. 가기 전에야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막상 가고 나면 정말 별거 없다. 요즘은 여행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표현력이 좋은 거지 막상 그런 깊고 심오한 생각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나만 겪는 특이한 경험도 사실 겪기 힘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혼자 떠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언어 때문이라 생각한다. 근데 요즘은 번역기도 좋고, 사실 구글맵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항에서 수속을 밟을 때에도 그들도 관광객임을 인지하고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몇백 번이고 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부담이 되면 어느 정도 준비해갈 수도 있고.

 

근데 아쉬운 것은 거리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들이 괜히 나 혼자 아쉽다. 현지에 가면 현지 언어를 쓰고 싶은데 그나마 아는 것이 영어뿐이라 영어를 써야 한다. 이번 혼자일본여행에서 좀 크게 느꼈다. 관광지에 가면 영어 설명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까막눈이다 보니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나는 여기에 왔는데 여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간다는 사실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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