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코스 서피랑, 길냥이들이 나를 반겨줬다.
(Seopirang Tongyeong)
숙소에서 좀 쉬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마실 것과 비요뜨를 하나 산 뒤 서피랑으로 향했다. 사실 이 통영 여행코스는 갈 계획이 없었는데, 창문 밖으로 위 글씨가 자꾸 보여서 저런 곳도 있었구나 하며 오게 되었다. 슬리퍼를 신고 나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바로 앞이어서 잠옷 차림 그대로 나왔다.
이 길이 메인 길이 아닌가..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무서웠다. 무슨 철 구조물 사이도 지나오고. 사진이야 약간 밝게 나오긴 하는데 정말 어둡고 길목도 좁고. 무슨 스릴러나 공포영화에서나 나오는 길을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바람 소리만 들렸다. 솔직히 무서웠다.
살짝 뛰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골목길이 드디어 끝났다. 긴장이 풀렸다.
통영 여행코스 서피랑에서 바라본 야경의 모습. 좁은 곳에 건물들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있어 그렇게 이뻐보이진 않는다.
근데 올라오자마자 뭔가 싶었다. 공사 중인 곳도 있었긴 한데 정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바람만 엄청 세게 불고. 올라오고 나서도 약간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도 주말인데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어느 정도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하나 안 보였다. 좀 있다 보니 한두 명 보이긴 했는데 그래서 괜히 더 심심했다. 어둡기도 하고.
그렇게 방황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길냥이들 두 마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 경험상 얘네가 사람한테 다가오는 이유는 배가 고프다는 것인데.. 줄 만한 것이 없었다. 가끔 우연히 만났을 때 빵을 준 적이 있었는데 잘 먹었던 것 같은데 지금 빵이 없었다. 그러다 비요뜨가 생각났는데, 이걸 줘도 되나 싶었다. 원래 동물에게 주는 유제품은 사람이랑 다르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길냥이들은 배고프면 돌도 먹는다고 그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라며 줘도 된다고 해 꺼내서 주었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자마자 울음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린다. 귀여웠다. 빨리 껍질을 까서 먹기 괜찮은 곳에 내려놓았다. 둘이 동시에 허겁지겁 먹을 줄 알았는데 갈색 고양이가 먼저 먹을 동안 다른 고양이는 기다려주었다. 오빠와 동생 사이인가..? 크기로 봐선 아직 새끼들 같았는데.. 뭔가 기특하면서도 신기했다. 갑자기 이 포스팅을 하면서 얘네가 보고 싶어진다.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과는 다르게 거짓 없이 진심으로 나만 바라봐주고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이 인간보다 낫다는 말에 어느 면에선 전적으로 공감한다.
먹다가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나니 갈색 고양이는 숨고 검정 고양이는 이렇게 경계를 하는 모습이다. 처음 보는 나는 믿으면서 개 짖는 소리에 이렇게 허겁지겁 숨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얘네와 산책 아닌 산책을 했다. 가는 곳마다 옆에서 졸졸 따라다녔다. 이틀 동안 혼자 돌아다녀서 약간 심심하기도 했는데 유일하게 얘네가 나랑 놀아줬다. 기특한 것들.. 행혀 자기네들이 먼저 앞선다 싶으면 뒤를 돌아본 뒤 다시 나에게 왔다. 자리에 앉아있는데 어느새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왔을 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놀기도 하고.. 걷다가 어느 곳에 올라가더니 한동안 거기에 자리를 잡고 내가 가는 척을 해도 따라오지 않았다. 아마 여기가 자기들이 자는 곳인가 싶었다. 아니면 이제 나에게 싫증났을 수도 있고.
나도 이제 다시 숙소에 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데 내가 요즘 심적으로 좀 힘든지 갑자기 얘네가 보고싶어졌다. 날 추운데 잘 살고 있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