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맑고 개운한 육수가 매력적인 50년 원조감자탕 일미집
처음 와보고 이런 감자탕이 있냐며 깜짝 놀랐었던 일미집 감자탕을 오랜만에 다시 방문했다. 사실 여기 처음에도 정말 우연한 기회로 방문했다. 나의 경우 감자탕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순댓국까진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나에겐 자주 찾는 음식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엄청난 유행을 했던 때가 있다. 그때는 24시간 장사를 하는 가게도 많았는데, 이 감자탕 프랜차이즈가 24시간 가게 중 가장 인기였었고 항상 언제 가든 사람이 많았다. 그때는 이 가격에 이렇게 튼실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메뉴 자체도 별로 없었고 경쟁할만한 가게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그 당시에 덩달아 엄청 많이 먹었었다. 가족 외식으로도 먹고, 친구들과 점심으로 먹고 또는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먹고 말이다. 그렇게 엄청나게 몇년 동안 먹고 나니까 당분간 생각이 나지 않더라. 그렇게 지금까지 흘러왔던 것 같다. 그래도 아예 질린 것은 아니어서 종종 먹곤 했는데 그래도 그게 일 년에 1~2번 정도가 되겠다. 친구들을 보면 여전히 잘 먹고 종종 먹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 이제는 '굳이?' 이런 음식이 되어버려서 찾지 않게 되더라. 그렇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방문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여기 일미집이 아니라 위에 있는 홍콩반점을 가려고 했었다. 근데 딱 가게 입구에 도착해서 홍콩반점 말고 감자탕이나 먹어볼까 싶었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우연히 들어온 것도 아마 간판에 50년 전통이라고 안 적혀 있었으면 들어오지 않았겠다 싶다. 이런 것을 보면 문구 하나가 판매 전환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는데 깜짝 놀랐었다. 밖에서 보면 조용해보였는데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첫 번째 방문에도 그렇고 두 번째 방문에서도 약 10분 정도 기다린 다음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위에 홍콩반점도 장사가 꽤나 잘 되는데 여기 입지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맛있는 곳들만 이렇게 들어와 있는 것인지. 아무튼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고 딱 처음 국물을 맛보고 감자탕 국물이 이렇게 깔끔할 수가 있나 하면서 일행과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여기 맛집이라며 다음에 또 오자고 하였고 그날이 이날이었다.
감자탕백반의 경우 가격은 9000원이다. 이 구성에는 이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통 알감자 하나와 뼈에 살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고깃덩이 두개가 들어있다. 이 백반 메뉴 말고 감자탕이라고 해서 소, 중, 대 사이즈로 판매하는 메뉴도 있는데 백반과 이 감자탕의 차이점은 라면을 넣을 수 있냐는 것과 마무리로 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지의 차이로 보인다. 여태까지 두 번째 방문인데 아직 백반만 먹어보고 감자탕은 먹어보지 못했다. 사실 이날도 감자탕을 먹어볼까 싶었는데 그냥 깔끔하게 편하게 먹고 싶어서 1인 백반으로 주문을 했던 것이었다. 근데 주변 테이블을 보니 밥이 리필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감자탕 메뉴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잘 드시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50년 원조감자탕 일미집. 그때나 지금이나 처음 딱 숟가락으로 뜨는 이 국물 맛은 정말 일품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고 여태까지 먹어왔던 감자탕의 경우 일단 국물 자체가 깔끔하다기보단 농도가 짙은 탁한 베이스의 국물이었다. 그게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에겐 감자탕 국물은 다 이렇구나 싶었다. 근데 여기 일미집 감자탕은 다르다. 일단 비주얼에선 큰 차이를 못 느끼실 수 있지만 한입 먹어보면 다르겠다. 국물 자체가 굉장히 맑고 깨끗하다. 아마 눈을 감고 먹었으면 그냥 곰탕이나 그런 국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꽤나 부드러운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안에 들어있는 고깃덩이만 보더라도 굉장히 깨끗한 색을 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저 고깃덩이 색깔조차도 나에겐 낯설었다.
아무튼 여태까지 먹어온 감자탕이 이렇게 다를수도 있구나 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준 곳이다. 여기 밑반찬의 경우 테이블에 놓여진 김치 2종과 마늘 그리고 된장이 전부다. 어느 곳은 깍두기만 있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여기는 김치까지 같이 제공이 되었다. 소스는 별도여서 원하는 사람만 먹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감자탕 고기에 소스를 안 찍어 먹는다는 것은 뭔가 직무유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반드시 먹고 있다. 그 소스 특유의 새콤달콤함이 감칠맛을 살려주어서 먹는 중간중간 입 안에서 리프레시가 되는 기분이다. 근데 사실 여기 일미집 감자탕은 국물 자체가 깔끔해서 느끼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딱히 필요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은 것은 사실이겠다.
개인적인 입맛으로 김치보다는 깍두기가 훨씬 더 맞았다. 사실 평소에도 김치보다 깍두기를 더 좋아하긴 한다. 깍두기를 베어 물었을 때 그 무 특유의 단맛이 느껴지는 포인트가 좋다. 정말 맛있는 깍두기 하나만 있어도 공깃밥 하나 다 해치울 정도니까. 그리고 무심하게 놓여져 있는 마늘이 은근히 비밀병기였다. 여기 마늘 찍어먹는 된장의 경우 직접 만드시는 것 같긴 한데 고기 먹다가 하나씩 먹어주면 그 마늘 특유의 알싸함 때문인지 물리는 포인트 하나 없이 계속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더라. 아마 저 마늘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도 은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여태까지 감자탕 먹을 때 마늘만 따로 쌈장 찍어 먹은 경험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여기 일미집 50년 전통이긴 하지만 나만 잘 몰랐던 것인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었다.
9000원에 1인 1감자, 2 고깃덩이를 맛볼 수 있는 일미집. 나의 경우 고기를 다 먹은 다음에 감자를 먹게 되더라. 이번에도 그렇고 저번에도 그렇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고기를 열심히 먹다 보면 가장 아래에 숨어있던 감자가 나타난다. 그래서 그냥 제일 마지막에 먹게 되는 것 같다. 처음 왔을 때는 이 감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먹다가 나중에서야 알았다. 근데 이번에도 고기를 먹다가 굳이 감자를 먹진 않았고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다. 이 감자알이 꽤나 큰데 사실 이것 하나만 먹어도 어느 정도 포만감은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크기다. 그래서 여기 와서 배가 덜 찬 상태로 식사를 마칠 일은 없겠다 싶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육수 리필도 되고 공깃밥도 추가로 제공해 주시니 말이다. 나의 경우 그렇게 먹는 게 가능하더라도 위가 부족해 못 먹지만. 아마 다음에는 백반이 아니라 감자탕을 먹어볼 것 같은데 그때 라면사리랑 함께 먹어봐야겠다. 감자탕에 라면사리라. 아직 잘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