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 이태원 베리베리베리머치
요즘은 주말이면 밖에 나가려고 하고 있다. 사실 이게 작년부터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런 에너지가 없었나 보다. 잊고 있었던 내 루틴이 다시 돌아오면서, 요즘은 아 원래 내가 과거에 이렇게 지냈었구나를 깨닫고 있다. 사실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행동하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작년이 후회되는 것은 아니지만 살짝 아쉬운 것도 있다는 것이 사실 맞겠다. 그래도 그때의 에너지 축적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에 이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또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번 나의 휴일 일정은 안 가 본 곳 가보기였다. 그 목적지가 해방촌이었다. 사실 이태원 해방촌에 대한 경험은 크게 없다. 예전에 1~2번 정도 가봤나? 근데 문득 혼자 걷기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가 잘 안 가본 지역인 이태원을 가보게 되었고, 그럼 해방촌을 가보자 싶었다. 가기 전에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고 그냥 지하철 역에 내려서 내가 아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근데 역시 정보를 찾지 않고 온 탓일까. 내가 생각한 해방촌 방향과 진짜 해방촌 방향이 달랐다. 내가 원래 알던 곳은 이태원 쪽이었다. 여기도 나름 추억이 있는데. 예전에 첫 직장의 합격 소식을 여기서 친구와 있다가 들었다. 그 친구와도 이젠 연락하진 않지만 그때 나의 일을 진심으로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친구는 당시 취업이 쉽지 않아 아쉬워하긴 했는데 결국엔 나중에 다 잘 풀리더라. 뭐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나름 소중한 에피소드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튼 그때 기억의 장소는 해방촌이 아닌 이태원이었고, 지도에 나온 해방촌을 쭉 걷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기 이태원만 오더라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확 느껴진다. 물론 나처럼 구경 오는 한국인들도 많았지만 정말 많은 외국인이 여전히 방문하고 생활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은 비도 안 오는 무더운 여름 날씨였고 걷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해방촌의 경우 쭉 오르막길로 형성되어 있어서 구경하려면 계속 위로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역에서 내렸던 사람이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면 마을버스 같은 것도 있어보였다. 그래서 다음엔 마을버스를 타고 위로 올라가 내려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방촌 그렇게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구경하고 다시 이태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조만간 다시 가 볼 예정이다. 왜냐하면 이때 정보를 하나도 알아보지 않아 남들이 다 가는 곳을 가보지 못했다. 어쩐지 사람들이 오르막길 저 위 끝까지 계속해서 올라가던데, 알고 보니 거기에 신흥시장이라고 해서 요즘 해방촌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어준 공간이 따로 있더라. 난 그 바로 앞에서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거긴 가봐야 할 것 같아 일정을 다시 잡고 다녀올 예정이다. 이때는 혼자 갔지만 이번엔 일정을 잡고 일행과 다녀와 맛있는 것도 먹고 기회가 되면 맥주도 한잔하고 그럴 생각이다. 아무튼 이날 이렇게 해방촌 구경을 끝내고 다시 이태원을 향했다.
따로 구체적인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이때 공연을 보기로 예매를 해뒀어서 그 시간 동안은 자유였다. 다만 공연을 보면 오랜 시간 불편하게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가 부르게 식사는 할 수 없었다. 차라리 공연을 다 보고 뭔가 야식을 먹으면 먹었지 앉아 있는 동안 불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또 배가 고프고 싶진 않아서 밥은 아니지만 뭔가 속은 채울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근데 구체적으로 뭘 먹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더라. 그래서 걸으면서 뭐라도 나오겠지 싶어서 일단 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를 찍고, 걸어가면서 뭔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오늘 소개할 이 이태원 베리베리베리머치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 아마 우연히 걷다가 발견한 것 아니었으면 정말 몰랐을 것이다. 물론 검색해서 나오긴 하는데 나중에 우연히 찾았다고 하더라도 여길 와보진 않았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우연히 방문하고 나니, 여긴 무조건 또 와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바로 즐겨찾기에 추가를 해뒀다. 여기 너무 좋더라. 일단 컨셉도 좋고, 확실히 주말 피크 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이쪽까지 사람이 잘 안 오기도 하고 여기가 덜 알려져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 부분도 너무 좋았다. 약간 아는 사람들만 찾아서 오는 느낌이랄까? 위치도 구석에 있고, 뭔가 작은 성 안에 있는 정원에 들어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테리어도 쾌적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좋았다. 무더운 여름에 잠시 몸을 식히러 피하기에도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공간 자체가 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길을 따라 식사까지 가능한 레스토랑처럼 하나의 컨셉화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여기에서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구조 느낌이었다. 원래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컨셉이라면 식사도 하고 식후 이렇게 카페도 연달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배가 부를 정도의 식사 느낌은 아니지만, 허기짐은 해결해줄 수 있는 적당한 메뉴를 여기서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파르페! 사실 일본 도쿄에서 파르페를 첫 입문하고 한국에선 괜찮은 곳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여기의 이 컨셉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르페 하나를 주문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2층까지 있는 구조였고 적당히 테이블마다 간격이 넓게 독립적인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테이블 구조 특성상 스터디카페와 같은 느낌은 없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기분 좋은 수다를 떨 수 있는 구조로는 완벽했다. 그리고 여기 카페 이름인 베리베리베리머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딸기에 진심인 카페다. 딸기가 언제 체절인진 모르겠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등으로 따로 제철 과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과일은 제철 때가 더 맛있긴 한 것 같다. 아무튼 여기가 딸기를 어디서 수급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딸기에 진심인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인테리어만 봐도 알 수 있고 판매하는 메뉴들만 봐도 알 수 있겠다. 사실 케이크도 하나 먹고 싶긴 했는데 파르페 하나로 참았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파르페 메뉴 자체가 꽤나 비싸다. 여기 이 파르페도 가격이 16,000원이나 했다. 사실 도쿄와 비교하면 비싸다고 볼 순 없겠지만 그래도 퀄리티나 내용물이 다르니까. 개인적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에서 먹었던 파르페가 더 맛있긴 했다. 근데 그건 함부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도쿄에서 먹었던 파르페는 뭐 전 세계적인 대회에도 나가 수상도 하고 그랬었던 곳이다. 가격도 여기의 2~3배 정도 하고. 그래서 비교할 수 없겠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기 카페의 파르페 역시 훌륭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크림보다 아이스크림 지분이 높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래 부분은 생크림이어서 살짝 아쉬웠다. 근데 그건 나의 기호이고 생크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파르페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순서대로 맛과 재료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먹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컵 자체의 깊이가 깊어서 긴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는데, 이 과정도 평소에 즐기기 어려우니 나름 이색적인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먹을 때 굳이 이 순서를 망가트리진 않고 그대로 즐기는 편이다. 아마 다 순서에 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대부분 아마 1인 1파르페보단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으실 텐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이 정도 가격은 합리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 파르페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너무 달지도 너무 인위적이지도 않은 적당히 자연친화적인 그런 맛이다. 자연친화적인 맛이라는 표현이 좀 이상한가. 아무튼 순수 재료 자체의 맛은 유지하고 있고 이 맛들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딸기 덕후들은 개인적으로 여기 이태원 카페를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음식도 예쁘고.
앞서 말했듯이 생크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바닥 끝까지 야무지게 다 해치웠다. 사실 과일을 평소에 잘 안 챙겨 먹는 편인데 이럴 때마다 이렇게 딸기를 즐겨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만약 파르페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나름 균형 있게 과일 섭취가 가능할텐데. 그건 쉽지 않겠다. 가격도 가격이고 뭐 일단 한국에선 파는 곳 자체가 많이 없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파르페를 첫 입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여기 카페에서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싶다.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도가 높을 때, 여길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여기 베리베리베리머치 카페가 그랬다. 사람도 적당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쾌적하고 디저트도 맛있고. 안 올 이유가 없겠다. 그래서 만약 다음에 이태원에서 일정이 있으면 일행을 여기 데려올 예정이다. 공간도 예뻐서 사진 찍기에도 좋고. 커피 맛은 마셔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패스하도록 하겠다. 다만 케이크는 누가 봐도 맛있어 보였다. 딸기에 진심인 딸기 덕후분들은 여기 꼭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