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1시간 동안 씻은 쌀로 만들어지는 초밥

디프_ 2024. 6. 20. 20:56
인천광역시 서구 '맛있는 집'으로 인정받은 청라 고쉐프의 신선한 초밥

 

 

날이 무척 더워졌다. 사실 날이 더워졌을 때는 해산물 관련해서는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뭐 이때가 제철인 해산물도 있긴 한데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는 없더라. 사실 해산물 베이스에 약한 편이고, 그나마 잘 즐기는 분야가 초밥이다. 매운탕이나 어죽, 회 같은 것도 먹는 맛만 먹고 가볍게 맛을 보는 정도지 뿌듯하게 배부르게 많이 먹지는 못하겠더라. 고기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말이다. 그래도 초밥은 그 누구보다 잘 먹는다. 지금은 안 간지 오래되었지만 오마카세를 종종 가기도 했고 초밥집도 그냥 동네 초밥집보다는 이왕 먹을 거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가서 먹는 편이다.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크게 편차가 없는 편이다. 근데 이 초밥의 경우 맛있는 곳과 평범한 곳, 맛없는 곳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평소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고 해서 이왕 먹게 되면 나름 신경을 쓰고 있다.

 

근데 이런 내가 벌써 세번이 넘게 방문한 곳이 있다. 바로 인천 청라에 위치한 고쉐프의 신선한 초밥이라는 곳이다. 여기 처음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금은 광고성으로 변했지만 당시에만 하더라도 정말 찐 맛집을 찾아다니는 유튜버였다. 그래서 믿고 가봤는데 정말 너무 맛있더라. 그래서 그 당시에 포스팅도 했었다. 최애 단골 초밥집을 바뀌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원래 여기 말고 갓덴스시라는 곳을 한국에서 제일 편하고 맛있게 먹기 좋은 초밥집이라 생각했다. 오마카세 같은 곳을 제외하고 말이다. 근데 여기 첫 방문이 그것을 바꾸어버렸다. 퀄리티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고 좋더라. 무엇보다 웨이팅이 길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요즘 갓덴스시는 평일에 가도 뭐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더라. 갓덴스시가 어디서 어떻게 홍보되었는지 모르겠지만 2~3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완전 대표 맛집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갓덴스시도 맛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놓고 비교해 보면 여기 고쉐프가 더 낫긴 하다. 다만 위치나 그런 기타 환경을 고려하면 여전히 갓덴스시도 매력이 있겠다. 아무튼 그렇게 첫 방문부터 반하게 된 곳인데, 앞서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실 해산물의 경우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관리 및 보관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날이 추울 때나 선선할 때 먹는 것과 더울 때 먹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어느 맛집을 가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오마카세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안 간지 오래되어서. 근데 앞서 말한 갓덴스시의 경우 한 여름에 가면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 그래서 딱 그때 느꼈다. 갓덴스시가 한여름에 이 정도 퀄리티와 맛이면 다른 곳들은 더 심하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갓덴스시처럼 관리하는 곳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곳들은 더하겠다. 갓덴스시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잘하는 곳도 여름에 이렇게 나오면 다른 곳들은 더 심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여전히 갓덴스시에 대한 믿음은 있다. 맛있는 곳 중 하나다.

 

그래서 그때 그 실패 이후로 이제 날이 더워지면 초밥 종류는 참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월부터 5월까지 열심히 먹고, 10월부터 다시 또 먹는 편이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좀 참아주고. 근데 딱 내가 확인한 지표는 갓덴스시 하나였고 과연 인생 초밥집으로 등극한 여기 인천 청라 고쉐프의 신선한 초밥도 그럴지 궁금했다. 마침 초밥이 먹고 싶기도 했고, 여기가 여름에 맛있으면 정말 레벨 자체가 다른 것이니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을 내서 와봤다. 별도 예약을 하진 않았고 그냥 와서 기다렸다. 앞에 2~3팀 정도가 있어서 15분 정도 기다리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기의 경우 다 자동화다. 테이블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하면 된다. 화장실은 매장 내부에 있고 주차장은 별도로 있는데 4대까지만 주차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 맛집거리 안에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면 되겠다. 주말에는 별도로 단속하지 않는 거리처럼 보인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와 주문을 했다. 이날은 집에 있는 어머니와 함께 왔다. 사실 어머니의 경우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근데 내가 간다고 하니까, 그럼 가서 튀김 종류 먹겠다고 이렇게 같이 오시게 됐다. 뭐 사실 단순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는 편하게 이야기 못하는 것을 차 안에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 편이다. 난 거의 듣는 편이긴 한데 뭐 나름 재미가 있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했다. 지역 자체는 멀지만 도로도 잘 되어있고 거리도 나름 괜찮아서 한 30~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렇게 새우튀김과 가라아게, 냉모밀을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인 고쉐프의 모듬초밥을 주문하고 우니를 추가 주문했다. 우니 오랜만에 먹고 싶더라. 주문 후 나오기까지 살짝 시간이 걸렸다. 매장 자체가 좁은 것은 아닌데 항시 사람이 꽉 차 있기 때문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일단 역시나 그때나 지금이나 비쥬얼은 합격이다. 저 돌판 위에 올라가서 그런지 사진 찍기도 편하고 맛있어 보인다. 요즘 자영업자들은 사진을 고객에게 찍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들이 알아서 찍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충족하였다. 모듬초밥의 경우 광어, 참돔, 제철생선 2피스, 연어, 참치즈케, 아카미, 북해도관자, 아나고, 주꾸미, 단새우(감태), 아귀 푸아그라가 기본 구성으로 들어가 있다. 처음에 왔을 때 저 아귀 푸아그라가 성게알인 줄 알고 여긴 기본으로 성게알도 나오네 하면서 감탄했었다. 근데 막상 먹어보니 성게알과는 맛이 달랐다. 조금 더 우유 같은 담백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메뉴판을 살펴보니 우니가 아니고 푸아그라였다. 비쥬얼은 처음 봤을 때 나름 흡사한데. 아무튼 모듬초밥으로 먹을 경우 기본 퀄리티 이상해주는 곳에선 다양한 맛을 믿고 즐길 수 있으니 추천드린다. 다만 좀 신뢰도가 떨어지는 곳의 경우 내 입맛에 맞는 것만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

 

주문한 모든 메뉴가 나왔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아 먹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기만의 장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단 여길 오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여기 쉐프님께서 직접 해주신 말이다. 초밥에 들어가는 쌀의 경우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1시간 동안 씻으신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1시간을 씻냐고 그게 말이 되냐고 물으니 다음과 같은 답변을 주셨다. '저희가 밥을 하루에 약 8K를 합니다. 초밥밥은 일반밥과는 다르게 젓가락질할 때는 풀어지지 않고 입 안에 넣었을 때 사르륵 풀리면서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4K를 약 30분씩 씻어 총 1시간 동안 씻게 됩니다.'라고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손님에게 내어지는 흰쌀의 경우 30분 씻는 것이긴 한데, 하루 기준으로 보면 정말 1시간 씻은 쌀이 손님에게 내어지는 것이 맞겠다. 

 

사실 이게 정말 1시간 씻어서 여기 대단하다, 역시 맛집이다 이런 느낌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이런 쉐프님의 말을 신뢰하는 이유는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서비스와는 별개로 해당 가게 주인의 고집이라고 말해야 하나, 철학 같은 것이 있으면 좀 믿고 먹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곳에 갔을 때 내가 맛있다고 못 느끼면 그냥 입맛이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곳을 갔다는 것만으로도 경험치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그니까 복사 붙여넣기식의 가게가 아니라, 정말 소신을 갖고 차린 가게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게 희소성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더 맛있는 경우도 많더라. 그리고 뭔가 다른 곳에서 즐길 수 없는 여기만의 맛을 즐긴 것 같고. 이미 여기 고쉐프의 경우 너무 유명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지점이 확장된 것도 아니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게라 생각한다.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하실 것 같다. '여름에 안 먹는다더니, 갓덴스시는 별로라고 했는데 그래서 여긴 어떤데?'라고 말이다. 사실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갓덴스시와 마찬가지로 여기 고쉐프 역시 여름을 이길 수 없었다. 이건 내가 겨울과 봄에 먹어봤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에 먹으면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맛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에 먹는 것과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체감으로 겨울, 봄에 먹는 맛이 10이라고 한다면, 여름에 먹는 맛은 3~4 정도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여길 여름에 첫 방문했다고 하면 분명히 재방문은 안 했을 것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다. 그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초밥의 경우 남들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 여름에 가면 실망할 수 있겠다 싶다. 물론 여전히 여름에도 초밥 가게들은 인기가 많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여기 팁이 하나 있다. 사실 이전에 왔을 때는 냉모밀이 아닌 냉우동을 먹었었다. 냉모밀 파는 가게들은 많아도 냉우동은 없으니까 말이다. 근데 여기 모밀이 아닌 우동 드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어머니가 옆 테이블을 보고 어묵도 있다고 하시길래, 사이드 메뉴에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없더라. 나중에 점원분에게 사이드 메뉴가 별도 있는 것이냐 여쭤보니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저건 뭐냐고 여쭤보니 우동을 시키면 같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확실히 비주얼적으로도 그렇고 메밀보다는 우동 드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이날 바빠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모밀 면발 역시 조금 풀어져 있었다. 탱탱한 식감이 없더라. 간혹 맛있는 돈까스 집이나 초밥집에서 이렇게 면발이 풀어져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음식과 함께 나와야 해서인지, 미리 삶아두셔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그 포인트가 은근히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1시간 동안 씻은 쌀로 만들어지는 초밥 고쉐프에서의 식사가 끝이 났다. 사실 여기 가격 자체가 저렴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먹으니 2인 기준으로 꽤나 높은 금액이 나왔다. 근데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시켰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술 드시는 분들은 아마 더 나오실 것이고. 만약 나도 이 동네에 거주했다면 맥주 한잔 정도는 했을 것 같다. 근데 위치상 아마 그럴 일은 없겠다. 갓덴스시에 이어 여기 인생 맛집까지 여름 무더운 날씨에 굴복하여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이 가게를 또 안오진 않을 것이다. 가을이 다가오면 다시 재방문해서 먹을 계획이다. 물론 여름엔 다시 안 오겠지만. 그래도 배부르게 잘 먹었고, 초밥 먹고 싶을 때가 또 다가오겠지만 한 3개월 정도는 참아야겠다. 만약 한 여름에도 맛있는 초밥집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나의 인생 스시집 두 곳은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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