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용산경찰서 직원분들이 수시로 방문한다는 백반 전문 손맛집

디프_ 2024. 5. 17. 20:01
최근 가봤던 백반 전문집 중에 가장 퀄리티가 좋았던 용산 손맛집

 

 

예전엔 밖에서까지 한식을 찾는 것을 크게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하루 세끼 거의 다 한식을 기본으로 가져갈텐데 굳이 왜 밖에서도 한식을 사 먹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물론 자취를 한다거나 그러면 좀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집에서 있을 경우 주로 집밥을 먹을 테니. 근데 이게 직장인이 된 뒤에 다르고 또 나이가 든 뒤에 다르더라. 물론 여전히 양식이나 중식, 일식 등을 좋아한다. 라면도 좋아하고 피자, 치킨, 햄버거 모두 좋아한다. 근데 이제 그것들은 확실히 주식이 아니라 가끔 즐기는 음식으로 되어버렸다. 예전에 유럽 여행 한 달 넘게 갔을 때도 매번 햄버거 같은 것만 먹어도 소화에 문제없고 즐겁게 잘 지냈었는데, 이제는 하루 세끼 중에 두 끼만 연속으로 기름진 것을 먹어도 좀 불편하더라. 솔직히 막 그렇게 땡기지도 않고. 사실 아침은 거의 안 먹으니 두 끼를 먹는 셈이 되는데 그 두 끼 연속 기름진 것을 먹으면 불편하긴 하더라.

 

근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닌 것 같고, 주변을 봐도 나처럼 뭔가 민감한 사람은 없더라. 근데 아버지를 닮아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 너무 막 써서 이제 그 영향이 오는 것 같다. 뭐 술, 담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야식도 자주 먹고 기름진 것 먹고 바로 눕고 그랬으니까. 먹고 바로 누워서 자고 그랬다. 그때 배가 땡기는 기분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지니까 오히려 살짝 그 불편함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바로 누워서 자는 게 마음 편하니까. 근데 이젠 그런 기분을 잘 못 견디겠다. 아마 자고 일어나서 오히려 더 불편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먹고 난 뒤에 걷거나 최소 2시간 정도 지난 뒤에 누우려고 하는 편이다. 졸리더라도 앉은 자세로 졸거나. 이제 과거의 즐거움은 끝났고, 앞으로 이렇게 관리하는 것이 맞겠다.

 

아무튼 서론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밖에서도 한식을 사 먹는 것을 이제 좋아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는 메뉴도 많고 더 다양하기도 하겠다. 특히 매일매일 메뉴가 바뀌는 백반 느낌의 가게들이 좋더라. 약간 집밥 느낌이 나는데 매일 메뉴가 바뀌니까 먹는 재미도 있고, 또 다양한 밑반찬으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찾는 것 같다. 나도 이제 그중 일부가 되었고. 오늘 소개할 여기 손맛집의 경우 근처에 바로 용산경찰서가 있다. 그래서 거기 직원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한다. 나의 경우 지나가다 우연히 이 가게를 봤었는데 겉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내부를 살펴보니 사람들로 꽉 차 있더라. 그래서 여기 다음에 와봐야겠다 싶었다. 그땐 어차피 자리도 없었고, 다른 메뉴를 먹으려고 했으니. 그렇게 이날 와봤는데, 딱 한 자리가 남아있어서 다행히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앉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살짝 대기가 발생하더라. 근데 회전율이 높아서 그런지 자리가 금세 생겼고 사람들도 바로바로 앉을 수 있었다. 첫 방문이다 보니 뭘 먹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메뉴판을 살펴본 뒤에 그래도 기본 메뉴보다는 정식을 먹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정식으로 주문했다. 매운 갈비찜 정식 하나와 북어구이 정식 하나씩 주문했다. 사실 매운 갈비찜의 경우에는 가격이 15,000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그래도 첫 방문이니까 한번 먹어봤다. 다른 단골 손님처럼 보이는 손님들의 경우 굳이 정식을 드시지 않고 그냥 단일 메뉴를 드시더라. 단일 메뉴의 경우 가격 구성이 7~8천 원 대로 나쁘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주문하여 나온 모습을 보니 퀄리티가 꽤나 괜찮더라. 옆 테이블에서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 하나씩을 시켜 드셨는데 오징어볶음 비쥬얼이 꽤나 괜찮았다. 크기 자체가 커서 살도 통통하고 맛있어 보였다.

 

시간이 좀 흘러서 모든 메뉴가 나왔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계란찜이 정말 크게 하나 통으로 나오더라. 솔직히 계란찜 하나여도 둘이서 먹을 경우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먹는 사람도 저 계란찜 혼자 다 못 먹지 않나? 실제로 일행이 계란찜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건 양이 많다고 하더라. 뭔가 보자마자 딱 술안주 느낌이 났는데, 저녁 장사도 하시니까 술 드시는 분들은 이렇게 주문해서 드시면 속도 편하게 많이 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반찬은 오징어젓갈이었다. 사실 계란찜도 훌륭하고 여러가지 밑반찬도 다 신선하고 좋았다. 백반의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밑반찬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날의 경우 국물까지 포함해서 대충 9~10가지 찬이 깔린 것 같다. 그래서 하나씩만 맛보면서 밥을 먹어도 밥 한 공기 뚝딱 사라지겠다. 근데 그중에서 이 오징어 젓갈이랑 제일 많이 밥을 해치웠던 것 같다. 짭조름하니 맛있더라.

 

근데 슬슬 날이 더워져서 해산물을 먹을 때 살짝 걱정이 되긴 하더라. 뭐 젓갈류는 덜하긴 할텐데 그래도 뭔가 무더울 때 해산물 먹는 것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한 겨울에 먹을 때보다 맛이 덜한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스시 종류가 그렇더라. 맛집에 가더라도 여름에는 그 특유의 찰기라고 해야 하나. 쫀득쫀득함이 줄어들더라. 뭐 나에게 그날만 그랬던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전체적으로 딱 집밥 느낌처럼 속 불편함 없이 정갈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다. 물론 매운 갈비찜이나 이런 것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좀 자극적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겐 또 이게 맛있는 맛일 수도 있으니까. 북어구이도 개인적으로 가시 발라서 먹기가 귀찮아서 많이 안 먹긴 했는데, 해산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시 잘 발라서 잘 드시더라. 내 일행이 그랬다. 개인적으로 꼭 먹다 보면 가시를 잘 발라도 가시가 있어서 뭔가 생선구이 종류는 삼치 이런 것 아니고서야 잘 안 먹게 되더라.

 

오징어젓갈 올리고 김에 밥 싸서 열심히 먹어주었다. 이렇게 정갈한 백반을 먹고 나면 포만감이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그 속이 불편하지 않다. 실제로 1~2시간 지나면 소화가 잘 되기도 하고. 여기 나름 이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인데, 한 번 방문하고 나서 왜 용산경찰서 직원분들이 수시로 방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여기 근처 어디 갔던 곳은 운동부가 따로 오기도 하는데 뭔가 이 근처에 알짜배기 맛집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나랑 일행이 이날 첫 방문을 통해 한 말은, 다음에는 정식 말고 기본 메뉴를 먹어보자는 것이었다. 옆 테이블 오징어 볶음과 제육 볶음 비쥬얼이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우리가 이날 주문한 것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했으니까. 밑반찬이야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고. 그래도 이 정식이 별로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가봤던 백반 전문집 중에 가장 퀄리티가 좋았던 곳이라 생각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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