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45년간 미국 대사관을 책임졌던 사장님의 정통 아메리칸 브런치

디프_ 2023. 10. 29. 12:13
조지부시,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 내한 당시 디저트와 에피타이저를 만드셨던 패스트리쉐프

 

오랜만에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편안한 시간까지는 모르겠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요즘은 이상하다. 원래 개인적으로 날씨 운이 없는 편이었다. 뭔가 어딜 놀러 갈 때면 비가 오거나 뭐 화창하지 않거나 그러더라. 태풍이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우산을 챙길 일이 없는데 꼭 비가 와 우산을 챙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냥 나는 날씨운이 없구나 싶었다. 근데 최근에 다녀온 여행도 그렇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춥거나 덥지도 않고 비가 오거나 그렇지도 않고 정말 딱 좋더라. 그래서 내 날씨 운이 다시 돌아왔나 싶었다. 근데 돌이켜보니 날씨운은 좋아지고 다른 게 안 좋아졌다. 바로 컨디션. 평소 멀쩡하다가도 꼭 쉬는 날이 몰려오면 몸이 안 좋더라. 감기가 걸리기도 하고 이상하게 몸살 기운이 오기도 하고 그렇더라.

이날도 살짝 어이가 없었다. 오랜만에 쉬는 날을 잡고 이렇게 나왔는데 갑자기 몸이 축 쳐지더라. 뭔가 졸리거나 피곤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잠을 자야 할 것 같은 상태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냥 쉴까 싶다가도 모처럼만의 평일 여유를 부리기로 한 날에 똑같이 보내긴 아쉬워서 그냥 나왔다. 결국 이날 어찌저찌 목표치를 다 채우긴 했는데 아무튼 아쉬웠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모처럼만에 쉬는 날 아픈 만큼 서러운 것도 없으니 이것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 소개할 곳은, 쉬는 날 꼭 가보고 싶어서 찾아간 나름 특색이 있는 브런치 맛집이다. 간혹 여기 아니면 맛을 못 볼 것 같은 곳은 무조건 가보려고 하는 편인데 여기가 그렇다. 가게 정통 자체가 '미국 대사관에서 45년간 패스트리쉐프로 계셨던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단순 홍보용이 아니고 가게를 직접 찾아가 보면 친절한 설명과 함께 미국 유명인들과 사장님께서 같이 찍으신 사진들이 붙어있다. 역대 대통령부터 해서 유명한 배우들까지. 사실 일반인이 이런 곳에서 오래 일하셨던 분의 요리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단순 맛을 떠나 그런 경험 자체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주말에 올 경우 여기 웨이팅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혼자 또 와서 기다려서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평일에 꼭 와보고 싶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이날 날씨가 좋아서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혼자 매장 내부에서 식사를 즐겼었는데 여러모로 그 기분 자체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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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래 계획은 식사를 따로 하고 나중에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또 하는 것이었다. 근데 여기 별도 커피도 판매하고 있어, 먹다가 뭔가 목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커피도 시키면 좋겠다 싶었다. 근데 디카페인 종류는 판매하지 않았고, 그렇게 그냥 커피는 그럼 다른 곳에 가서 먹어야겠다 싶었다. 이날 내가 주문한 메뉴는 시그니처 더크림 팬케이크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유명한 가게에 가면 꼭 그 가게 시그니처를 먹어본다. 다른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그니처를 먹어본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올지 말지를 정확하게 정할 수 있고, 또 오게 되면 그 메뉴를 먹으면 되니까. 그 시그니처 메뉴가 여길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일 테니 그 이유를 알기도 좋겠다.

 

조지부시,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 내한 당시 디저트와 에피타이저를 만드셨던 패스트리쉐프님이 운영하는 서촌 더크림. 여기 시그니처 팬케이크의 경우 오븐에서 구워 나오는 팬케이크로, 푹신한 카스테라 느낌이 있으며 오늘의 스프와 샐러드, 구운 토마토와 구운 아스파라거스가 포함된 메뉴다. 주문 후 반죽하여 오븐에서 20분 굽기 때문에 손님에게 나오기까지 약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식당에서 기다리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주문 후 바로 나오면 의심하는 편이다. 이거 만들어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 나갈게 잘못 왔나? 이러면서 말이다. 근데 오히려 주문 후 시간이 좀 걸려서 나오면 신선한 것을 만들자마자 먹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

근데 이 부분은 아마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음식점에서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늦게 나오면 또 늦게 나오는 대로 화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근데 개인적으론 좋다. 아무튼 그렇게 주문 후 시간이 걸려 메인 메뉴가 나왔고, 나오자마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준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사실 팬케이크 자체를 이렇게 하나의 요리로 먹은 적은 거의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에 학생 때 영국 놀러 가서 유명한 팬케이크 맛집에서 먹어본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근데 그때도 비쥬얼은 이것과 달랐다. 그 얇은 팬케이크가 여러 겹 쌓여있는 모습이었지, 이렇게 하나가 크게 부푼 상태로 먹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컸고 맛이 궁금했다. 무엇보다 식감도!

 

일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이 맛은 개인적으로 이 음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여기 아니면 맛을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애초에 이렇게 파는 곳도 많이 못 본 것 같다. 일단 전체적으로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맛이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나 싶다.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판에 담겨 그 자체로 나오기 때문에 그 온도를 계속해서 가지고 있어서 끝까지 촉촉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각종 사이드 야채, 스프와 함께 먹으니 조합도 괜찮고 물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메이플시럽에 곁들여 먹으니 먹는 재미도 있었다. 다만 혼자서 다 먹기엔 양이 좀 많다. 양이 많다는 것이 배부르다는 것도 살짝 포함인데 혼자 다 먹으면 좀 물릴 수 있다. 그래서 둘이서 나눠 먹으면 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다 먹었다. 맛있으니까 먹을 수 있었다. 바닥에는 이렇게 눌러붙어 있는, 조금 바삭한 팬케이크가 있는데 또 이걸 긁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식감이 조금 바삭해서 재밌었다. 확실히 다른 브런치 가게들과는 다르게 45년간 미국 대사관을 책임졌던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정통 아메리칸 브런치를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바로 옆에 놓여져 있던 쿠키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날 들를 곳이 있어 선물로 좀 사갈까 했는데 다음날 먹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기고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정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들고 다닐 체력이 부족할 것 같아 사지 않았다. 다음에 또 여기 서촌 더크림 가게 되면 그땐 사보지 않을까 싶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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