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이게 익은건가?" 싶을 때 먹어야 한다는 아레고기 숙성생고기

디프_ 2023. 6. 13. 20:42
직접 구워 먹어야 하는 대신에 가격은 착했던 아레고기 고양점

 

밖에서 사먹는 고기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밖에서 잘 안 먹어봐서 원래 그랬는데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요즘 트렌드가 이렇게 만든 것인지 말이다. 분명히 5~6년 전만 하더라도 밖에 있는 고깃집들이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흔히 비교하면 제주도 스타일로 두껍게 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더라. 예전엔 밖에서 사 먹어도 그냥 정육점에서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이랑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땐 내가 맛집 같은 곳들을 잘 안 다녀봐서 몰랐나? 제주도에나 놀러 갔을 때 흑돼지처럼 두툼하게 나와서 엄청 맛있다 느꼈었는데 요즘은 어디든 다 그렇게 두툼하게 육즙 가둬서 나오니 제주도 흑돼지의 매력도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대체재가 많으니까.

오늘도 그런 가게 중 한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아레고기라는 곳이다. 이름이 꽤나 특이한데 아레라는 의미에 뭐가 있는 줄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 주차장이 따로 없다. 근처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된다. 근데 그 주차장이 도로 한가운데에 있어서 가게를 찾아오면 알아서 있겠지라 생각하면 안되고 그냥 네비게이션을 찍고 가는 것이 편하겠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8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저녁을 먹는 손님들이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은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그래도 나름 이 동네에서 입소문은 난 가게인 것 같았다. 특정 회사에서는 회식도 하는 것 같고 그렇더라.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고깃집들을 가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첫번째로는 숯이다. 그냥 불로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숯에서 직접 강하게 구울 수 있도록 나오더라. 저게 향을 입히는 것도 입히는 것이지만 겉표면을 후딱 구워서 육즙을 가두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근데 그냥 개인적으로 단순 불로 굽는 것보다 저렇게 숯으로 나오는 가게들 보면 정성이 있는 것 같아 맛집 같은 느낌이 나서 좋다. 그리고 두 번째 특징은 고기 자체가 두툼하게 나온다. 얇은 고기를 판매하는 맛집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서로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다 두께는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그 외에는 서비스나 뭐 인테리어, 아니면 다른 이색적인 메뉴들로 나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 아레고기 역시 그런 기본적인 것들은 다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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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처음에 먹으려고 하자마자 딱 아쉬운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다른 고깃집들과는 나름 다른 부분이었다. 바로 손님이 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한다는 것! 앞서 말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요즘 가게들은 기본적으로 고기를 일하시는 분들이 직접 구워주신다. 아무래도 두께가 있기 때문에 알맞게 구워서 먹기가 힘들기도 하고 뭐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근데 여기는 손님이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다른 곳들보다 조금 더 착했던 것 같다. 가격은 같더라도 일단 양이 더 많으니까. 그래서 노동이 들어가는 만큼 나름 가성비는 있는 합리적인 가게였다. 개인적으로는 돈을 몇천원 더 내고서라도 구워주는 곳들이 좋다. 특히 남자끼리 갔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그래도 숯의 장점으로 고기가 후딱 구워졌다. 그리고 여기 맛있게 먹는 Tip이 한쪽 벽에 붙어있었는데 그 부분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돼지고기는 바싹 구워야 한다는 말은 옛말! 옛말과 달리 깨끗한 사육 환경에서 좋은 사료를 먹이고 키운 돼지고기. 딱 80%만 익혀 드셔야 최상의 육질과 육즙을 느낄 수 있습니다. 80%가 어느 정도야? 할 땐, "이게 익은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드시면 됩니다.'라고 안내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먹는 방법도 다양하게 알려주셨다. 같이 나온 생와사비, 갈치속젓, 홀그레인머스타드, 안데스 호수 소금, 다진 마늘 장아찌, 겨자 쌈무, 카레가루, 명이나물을 한 가지씩 꼭 곁들여 먹으라고. 근데 개인적으로 고기는 한 종류이지만 이렇게 같이 곁들여 먹을 종류가 많은 가게를 좋아한다. 이래야 먹는 재미가 있고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고기를 다 먹고 나서도 배가 부를 경우에는 기타 메뉴인 껍데기나 그런 것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근데 우린 이날 고기로만 배를 채웠다. 일단 처음에 2인분을 시켰던 것 같은데 고기를 추가로 주문해서 굳이 다른 메뉴를 먹진 않았다. 처음엔 김치찌개를 시킬까 하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고 해서 참았는데 그 부분도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고기를 먹었다. 그리고 중간에 좀 불이 약해진 느낌이 들어 숯 이야기를 했는데 그 후드를 강하게 작동해주셔서 다시 화력을 강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었다. 처음엔 우리 테이블만 여기가 계속해서 올라오길래 뭔가 했는데 후드를 안 켜주셔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사장님이 여기 테이블 담당해 주셨던 분을 따로 부르시던데 무슨 말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뭐 큰 일은 아니니까.

 

여러 가지 소스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역시나 소금이 짱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여기 사장님이 원하시는 바인 "이게 익은건가?" 싶을 때 고기를 꺼내서 먹어주기 시작했다. 돼지고기가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확실히 소고기보다는 아직 좀 무섭다. 그래도 소고기는 조금 얇기라도 하지, 위 고기처럼 두꺼운 삼겹살이나 목살의 경우 안에가 덜 익었으면 아직 먹기에는 좀 그렇더라. 근데 아마 그건 나의 굽기 스킬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사장님이 구워주신 뒤에 지금 먹으면 딱 좋다고 했을 때 먹으면 정말 한입 물었을 때 안에서 육즙이 팍 나오고 두께에도 불구하고 소고기처럼 부드럽고 그렇더라. 먹는 것이든 뭐든 역시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물론 그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때 한정이지만!

 

고기만 열심히 계속해서 먹었다. 직접 구워 먹어야 하는 대신에 가격은 착했던 아레고기 고양점 개인적으로 이 동네에서 왜 인기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그냥 동네에서 흔히 걷다가 만날 수 있는 퀄리티의 가게는 아니었다. 차별화 포인트는 확실히 있었다. 다만 이런 가게들은 많기 때문에 동네 기준으로는 가볼 만한 느낌이지 멀리서 찾아올만한 그런 퀄리티는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 방문은 추천드리지만 이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 한정이다. 근데 정말 요즘 고깃집들이 웬만하면 다 너무 맛있어서 아마 사장님들도 이 동네에서만 소문나자는 마인드지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이런 것은 아니실 것 같다. 솔직히 동네에서만 인기 있어도 웨이팅이 생기는데 뭐 충분하지 않나? 아무튼 숙성생고기 너무 부드럽고 맛있게 잘 먹었다. 조만간 고기 맛집 한 번 더 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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