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구로몬시장 성게알 듬뿍 우니덮밥을 찾아 떠났던 여행

디프_ 2023. 2. 10. 20:35
문을 일찍 닫는 시장 특성상 아침 일정으로 방문하기 좋은 구로몬시장

 

개인적으로 어느 여행지에 가면 꼭 시장 투어를 한다. 뭔가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고, 관광지와는 다르게 정말 여기 현지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도 지방에 놀러 간다거나 제주도에 간다거나 그럴 때도 말이다. 물론 요즘은 시장도 관광지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오히려 물가도 저렴하지 않고 그렇다고 하는데, 그런 곳은 유명한 곳들이고 그 동네 사람들만 다니는 곳들이 확실히 따로 있긴 하겠다. 근데 또 거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둘러보기엔 확실히 심심한 부분들이 있겠고. 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시장투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근데 오사카에 왔을 때 딱히 시장을 가본 것 같진 않다. 기억나는 곳이 없다. 근데 이번에 이렇게 나름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을 처음으로 다녀와봤다.

여기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사카를 그렇게 자주 왔으면서 갑자기 안 가본 곳을 오기 전부터 일정에 넣는다고? 근데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요즘 우니에 빠져있다. 성게알이라고 말하면 더 이해하기 쉬우시겠다. 원래 바다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해산물에 약한 편이다. 뭔가 남들은 그게 맛있는 맛이라고 하는데 나에겐 아직 좀 익숙해지기 힘든 그런 맛이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맛있음이 느껴지기 시작한 재료가 성게알이었고 언제부턴가는 그 녹진하면서 고소한 맛에 빠져버렸다. 다만 재료 특성상 평소에 자주 먹기 힘들고 또 가격도 비싸겠다. 그래서 뭐 오마카세나 초밥집을 갈 때나 겨우겨우 먹었던 것 같다. 아마 이렇게 항상 아쉬움이 남게 먹어서 더 빠지게 된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요즘 제일 좋아하는 맛 중 하나로 자리 잡아버렸다.

근데 아는 형이 말해주길 자기 직장 상사분이 오사카에 놀러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고 했고,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구로몬시장이라는 곳이었다. 여기를 꼭 들리는 이유는 바로 우니덮밥을 먹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그래서 딱 그 말을 듣자마자 여기다 싶었다. 그리고 꼭 가야겠다 생각했고 드디어 이날 온 것이었다. 시장 특성상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 일정으로 잡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 오사카의 경우 관광지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편이다. 나라, 고베, 교토 등을 가지 않으면 대부분 30~40분 이내에 도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 역시 오기 쉬웠다. 일단 아침에 편의점으로 대충 배고픔을 해결했기 때문에 천천히 시장 내부를 둘러보면서 내가 원하는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냥 이렇게 돌아다니면 눈에 보일 것 같아 따로 가게를 구글맵을 통해 찾아보지도 않았다. 이게 자유여행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유로움.

반응형

근데 Kuromon Martket 내부가 그리 넓지 않았다. 천천히 거닐어도 한 30분이면 다 보는 느낌? 이날이 평일이기도 해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거닐기도 쉬워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찾던 우니덮밥 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근데 문득 그 사이즈를 보고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성게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덮밥 위에 잔뜩 올려진 것처럼 대량으로 먹어본 적이 없다. 초밥집에서 먹으면 딱 한두 덩이만 나오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 정도가 딱 내 입맛에 맞았던 것일 수도 있다. 가격 역시 한국 돈으로 5~6만 원선에서 제일 큰 사이즈가 판매하고 있었으니까 한두 입 먹고 포기하기엔 액수가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사실 일행이 한 명만 더 있었다면 도전해 볼 법한데 뭔가 자신이 없었다. 한 번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내부를 조금 더 돌았던 것 같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다. 일단 이번엔 포기하기로 말이다. 솔직히 애초에 한국에서 일본에 오기 전부터 구로몬시장 장소는 성게알 듬뿍 우니덮밥을 찾아 떠나는 여행 컨셉을 확실히 잡고 왔는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바뀌어 버렸다. 막상 먹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한입 먹고 맛있으면 다 먹을 수도 있겠지만 물회 같은 것을 먹어도 딱 두 입 정도까지만 새콤 달달하니 맛있음을 느끼고 그다음부터는 잘 못 먹기 때문에 뭔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어느 정도 절충을 하여 초밥집처럼 한 피스, 두 피스 정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찾았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 아까부터 돌아다녔는데 여기에만 유독 현지인들이 많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구글맵을 통해 리뷰를 보기도 했는데 나름 괜찮아 나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

따로 매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밖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나의 경우 큰 가방과 함께 했기 때문에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차지를 좀 하였는데 다행히 의자 위에 올려놓고 내 행동반경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영어 메뉴판을 활용하여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사실 주문할 당시에 뭔가 정신이 없었다. 배가 고팠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뭔가 불편했다. 아마 자리가 기댈 곳도 없고 주변이 막혀있어서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다. 혼자 앉는 자리가 구석진 안쪽에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세가지 메뉴를 주문했던 것 같다. 가격의 경우 해산물이라 그런지 뭔가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식당에서 먹은 기준으로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내가 해산물에 가장 취약해 이 가격이 체감이 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여기 시장 내부에서 확실히 사람이 제일 많은 가게인 것은 맞아서 믿고 먹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음식들의 경우 빠르게 나오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번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순서대로 나왔다. 근데 그 순서는 나름 빠르게 나왔다. 그렇게 조개를 맛보고 있다가 오늘의 주인공인 성게알이 나와 이렇게 바로 먹어봤다. 간장과 와사비의 경우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 셀프로 준비해서 먹으면 되겠다. 근데 이렇게 우니만 먹어본 적은 이날이 처음이라 어떻게 먹는 줄도 몰랐다. 일단 그냥 저렇게 간장과 와사비를 뿌려봤다. 그리고 처음 우니만 이렇게 떠서 먹어봤는데 확실히 크기를 작게 먹으니 뭔가 감칠맛이 났다. 감칠맛이 났다고 말하기도 뭐 할 정도로 무슨 맛이 지나갔나? 이 느낌이었다. 그래서 먹더라도 한 번에 팍 먹어야겠다 싶어서 다음 입은 크게 먹어봤다. 그때서야 맛이 조금 났는데 뭔가 좀 아차 싶긴 했다. 그냥 우니덮밥을 먹어봤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없다라는 느낌이 맛있지 않다는 느낌이 아니라 맛을 제대로 못 느낀 느낌이었다. 그래서 살짝 아쉬움이 들었다. 근데 한편으론 차라리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이 리스크가 없고 괜찮은 선택이었다 싶었다. 그렇게 자판기에서 직접 뽑아 먹은 탄산음료와 함께 여기 구로몬시장에서의 식사를 끝냈다.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히 나쁘지 않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긴 아쉬웠다. 그래서 아까 돌아다니면서 본 국화빵 같은 것을 파는 가게에서 주전부리 하나 사 먹기로 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아까 우니덮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가게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다음에 올 수도 있으니. 사실 원래 처음 오려고 찾아두었던 그 가게는 여기 시장에 있지 않았다. 그 가게가 있었다면 아마 먹어봤을 것 같은데 애초에 가려했던 맛집이 없으니 김이 어느 정도 샌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처럼 또 열심히 우니덮밥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하실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라고 이렇게 포스팅을 남겨본다. 만약 나처럼 고민이 되는 상황이시라면 그냥 남기시더라도 덮밥을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어차피 대부분 혼자가 아닌 일행과 함께 하실 테니 둘이서 하나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국화빵 같은 일본 과자는 안에 팥이 들어간 것이 적당히 뜨겁고 달달하니 딱 내가 예상한 그 맛 그대로였다. 그래서 해산물의 그 비린맛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 궁합이 좋은 간식 중 하나였다. 다만 사장님께서 친절하신 느낌은 아니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근데 이거 몇백 원짜리 과자 하나 사놓고 친절함을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이렇게 구로몬시장에서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성게알 듬뿍 올라간 식사 대신에 몇 젓가락이면 끝나는 것으로 먹어봤는데 그래도 이 경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시장을 와보기도 했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