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단골이 되고 싶어진 고베의 작은 베이커리 카페 Le Pan

디프_ 2023. 2. 7. 20:24
빵과 디저트도 훌륭한데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매력 있는 고베 카페 Le Pan

 

이번 여행 메인 컨셉은 분명히 카페였는데 하루에 갈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뭐 저녁에도 커피를 마시고 푹 잘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은데 또 그게 아니고, 막상 구움과자 종류만 판매하는 곳은 또 찾기가 힘들고. 물론 있긴 있었는데 내가 가는 곳들의 경우 관광객에게 알려진 곳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에 유명한 곳이다 보니 또 가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재료가 없다거나 쉬는 날이거나 사람이 많아 대기가 있다거나 등등. 그래도 나름 다닌다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못 다녔다. 차라리 밥을 포기하고 디저트 카페만 갔으면 좀 달라졌으려나. 아무튼 갑작스럽게 온 고베에서 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좀 앉아서 쉴 공간이 필요했다. 춥진 않았지만 좀 쉴 때가 되었다. 여기 나름 오르막길에 관광 장소들이 있더라. 그래서 살짝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 오사카로 돌아가기 전에 갈만한 곳을 찾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갈만한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었고 거길 가기로 했다. 원래 다른 유명한 곳이 있었는데 거긴 약간 홍대나 이태원에 새로 생긴 유명한 빵집처럼 그런 곳이었다. 뭔가 일본의 감성이 없달까. 난 여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런데를 갈 필요가 없었다. 여기 사람들이 편하게 가는 곳이 나에겐 이색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 전에 잠시 휴식 타임을 갖고 고베의 작은 베이커리 카페 Le Pan에 오게 되었다. 솔직히 갈증도 좀 났다. 목이 말랐다. 뭐 물을 들고 다닌 것도 아니고 음료수를 마신 것도 아니고 아까 식당에서 물을 마신 것이 전부였어서 그냥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여기 들어와서 빵부터 골랐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소금빵도 있고 잘 찾아온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구경을 하고 먹을 것도 다 골랐겠다 이제 마실 것을 고르려고 했다. 친구한테 듣기로 라떼면 좀 달달한 베이스라고 했으니 그거라도 시켜야겠다 생각했다. 근데 커피 종류가 없는 것이었다. 음료수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과일 음료 같은 것은 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확실히 커피는 없었다. 그래서 커피가 없냐고 여쭤보니 무료로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고 말씀을 주셨다.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면 좀 마셔볼 법한데 그게 아니라 아 그럼 괜찮다고 말씀드린 뒤 디저트와 빵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좀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모금 마실 거라도 커피 맛이라도 봐볼걸 그랬나? 근데 뭐 별도 어떻게 만드시는 것은 아니고 단순 기계로 추출하는 거라 맛에 대한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반응형

그렇게 몇 없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내가 산 것들을 먹을 준비를 했다. 밖에서 먹고 간다고 하니 이렇게 친절히 접시에 먹을 것들을 담아주셨다. 소금빵의 경우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이것까진 다 못 먹을 것 같아 사진만 찍고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달달한 커피를 못 마셨으니 달달함을 다른 것들로 빨리 채워주고 싶었다. 일단 여기 비주얼도 너무 예쁘다. 그리고 가격은 사실 고려하지 못했었는데 막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쌌으면 뭔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텐데 그냥 내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지불이 이뤄졌던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그냥 여기 비주얼도 그렇고 사장님 분위기도 그렇고 여기 느낌도 그렇고 딱 모든 것들이 내가 원하던 감성이어서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내 마음의 문제만 벗어내면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햇살도 딱 좋게 비치고.

 

그리고 야외에 테이블이 한 세개 정도 있었나. 내가 약 1시간 정도 머물렀었는데 여기 빵집에 계속 사람들은 드나들었다. 근데 근처에 거주하시는 것인지 대부분 포장만 해가셨다. 나처럼 여기 야외에 앉아 먹는 사람은 나처럼 사진을 찍는 한 일본인 커플 밖에 없었다. 이분들도 놀러 온 것 같은데 파워블로거 느낌으로 DSLR 같은 것으로 여자친구분을 모델로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더라. 안에 계신 사장님께서 나나 그 사람들이나 사진 찍는 것을 보셨는지, 아니면 그냥 놀러 온 사람들인 것 같아서 챙겨주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비스로 빵을 주셨다. 보니까 KOBE KITANO라고 쓰여있다. 저게 이름인가? 나중에 먹어봤을 때 초콜렛으로 만든 맛이었는데 그냥 담백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사장님께서도 근데 저 서비스를 주실 때 오히려 주시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머뭇거리시더라. 내가 못 받을 것도 고려하신 것처럼 말이다. 그런 무드 자체가 너무 좋게 느껴졌다.

 

단골이 되고 싶어진 고베의 작은 베이커리 카페 Le Pan에 내가 앉아서 본 뷰다. 솔직히 정말 말 그대로 동네에 위치한 카페이기 때문에 따로 뷰라고 말할 것이 없다. 오히려 아까 관광을 하러 맨 위로 걸어 올라갔을 때 거기서 뷰가 좋았겠다. 근데 아마 거기서 카페를 갔으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도 많고. 근데 여기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혼자 여행을 와서 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겠다. 근데 그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그건 나의 몫이었고. 그래도 마음은 제대로 다잡지 못했지만 입은 즐거울 수 있었다. 확실히 좀 지친 상태에서 달달한 것들이 들어가니 어느 정도 리프레시도 되고 에너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게 카페인의 힘인가? 아니면 당의 힘인가? 뭐 이래저래 좋았다. 적어도 뭔가 덕분에 신이라도 나니 말이다. 그래서 때로 카페인이 행복감을 줄 때가 있다. 밤에 잠이 들지 못할 땐 괜히 마셨나 싶지만.

 

솔직히 여기 뭐 맛 평가나 그런 것은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뭐 그런 수준이 없었다. 내가 이 디저트와 베이커리 세상을 잘 모르기도 모르지만 여기서 뭘 추구하는지도 모르니까. 근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뭔가 하나하나 다 깔끔하고 완벽했다. 뭔가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다. 그냥 메뉴가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하는 느낌? 신선하다거나 퀄리티나 그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여기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니까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보다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아닐까 싶다. 솔직히 다음에 고베 자체를 또 오게 될진 잘 모르겠다. 오사카도 잘 모르겠으니. 근데 만약에 오게 된다면 여기 Le Pan은 무조건 다시 와보고 싶다. 약간 과장을 더해 여기만을 위해 고베를 올 의향은 있다. 고베규도 맛있었지만 솔직히 여기만큼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만약 정말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정말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것들이 다 좋아 딱히 말할 게 없는 느낌이다. 만약 고베 여행을 가실 예정이시라면 여기 들려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