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1982년 개업 이후 4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청동수제비

디프_ 2022. 11. 17. 20:39
진한 육수의 삼청동수제비와 100% 감자만으로 만든 쫄깃한 감자전

 

11월이다.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는 입동도 지났다. 가을도 이렇게 끝났나 보다. 오늘 소개할 곳은 한창 날이 좋았던 가을, 삼청동에서 즐겼던 식사다. 이상하게 이 시기에 이 근처에 갈 일이 많았다. 원래도 좋아했던 지역이긴 하지만 잘 갈 일이 많이 없었다. 뭔가 이상하게 발걸음은 쉽게 안 떨어지는데 갈 때마다 만족스러운 그런 장소랄까. 이날도 처음에 혼자 산책을 즐기다가 지인을 만나 이렇게 식사를 하고 또 무작정 걸었다. 날씨가 좋으니까 발걸음이 가벼웠다. 원래 계절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았었는데 이젠 비가 오면 기분이 다운되고 화창한 낮의 날씨를 즐길 수 있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다. 아무튼 그렇게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냥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좀 가벼우니까 더부룩한 느낌도 없고 기분 좋음의 연속이었다.

 

이 친구랑 이런 음식을 먹은 것은 아마 이날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한식을 먹은 적이 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메뉴를 먹으면서도 이렇게 먹은 것은 처음 아니냐며 말을 했었다. 일반적으로 좀 맛집을 찾아갈 경우 양식이 많다. 아니면 브런치 느낌이라든가. 한식의 경우 뭐 쉽게 말하면 구워 먹는 고기나 그런 것을 말할 수 있겠는데 이 친구랑 고기 구워 먹은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있었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근데 이날은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한식 맛집이 많았고, 또 날이 가을이기도 해서 좀 쌀쌀해져서 뜨끈뜨끈한 음식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여기 1982년 개업 이후 4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청동수제비 가게가 후보군에 올라왔고 의견이 통일되어 이렇게 오게 되었다.

 

솔직히 오기 전만 하더라도 큰 생각은 없었다. 일단 평일 낮이기도 했고 그냥 여유만만이었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한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천천히 사진도 찍어가면서 그냥 생각 없이 걸었다. 뭐 우선 오기 전엔 그냥 여기 가보자고 해서, 메뉴만 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오자고 한 것이기 때문에 맛집이겠구나 하는 큰 기대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맛집이라고 하더라도 평일 낮이니까 못 먹는 일이 발생한다거나 다른 일이 생길 것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 근데 같은 길로 향하는 사람들이 길마다 조금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목적지였다. 다들 이 가게를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줄이 있길래 봤더니 웨이팅 줄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근데 나름 회전율이 높아서 자리가 금방 생겼고 한 20분 정도 기다린 뒤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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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 가게 상호명인 삼청동수제비 이름을 따라 메인 수제비 2인분을 주문하고 나의 요청에 따라 감자전 하나를 주문했다.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감자전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겉은 바삭하고 담백한 그 맛이 은근 매력 있는 음식이다. 다만 파는 가게가 우선 많지 않다. 이게 손이 많이 가나? 정말 파는 가게들을 많이 못 봤다. 그나마 보이는 것이 부침개나 파전 같은 것들? 감자전은 잘 안 보이더라. 그래서 파는 가게가 보이면 이렇게 꼭 주문해서 먹고 있다. 아무튼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이렇게 장사도 잘 되고 이게 기본적으로 끓여놓으면 되는 것 같아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뭐 오래 걸린 것은 아니고 한 10~15분 정도 지나서 음식이 나온 것 같다. 감자전은 그보다 조금 더 늦게 나오고.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가게가 1982년 개업 이후 4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청동 맛집 중에 맛집이다보니 사람들에게 꽤나 소문도 많이 낫겠다. 그래서 그만큼 블로거들이나 유투버들이 많이 찾아와 촬영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서 뭐 사진 촬영이나 그런 것은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다. 근데 나의 경우 평소에도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진을 찍는 편이긴 한데 그 문구를 보고 조금 더 조심히 찍긴 했다. 솔직히 나의 경우에도 뭔가 내 얼굴이 찍힌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불편하기 때문에 왜 그런 문구가 붙어있는지 충분히 공감되었다. 여기 미쉐린도 꽤 오랜 기간 수상하였고, 평일 낮에도 이렇게 대기가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입맛에 안 맞는 사람만 별로라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는 가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의 유명세는 그냥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솔직히 맛이 어땠나 어떻게 적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이다. 특별할 것은 없다. 근데 딱 먹어보면 기본에 충실한, 호불호 없는 그런 맛이다. 아 하나 기억 남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짜게 먹는 편인데 수제비 첫맛을 보고 나서 간이 괜찮다 느꼈다. 내 입맛에 괜찮을 정도면 간을 심심하게 드시는 분들에겐 좀 짤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기본적으로 간을 해서 나오기 때문에 추가적인 간 조절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래서 거기서 그나마 좀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을 제외하고 진한 육수 맛과 충분한 양이 제공되고, 감자전은 100% 감자만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쫄깃하고 바삭하고 담백하다. 이 두 메뉴의 조합이 꽤나 괜찮고 맛부터 메뉴 자체가 이 지역의 감성을 잘 살려낸 것 같다. 딱 정말 이 장소에 있어야 할 가게 느낌이랄까. 기분 좋고 속 편하게 즐거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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