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미쉐린 선정 고기 덮밥 달인이 내어주는 밀본 한상차림

디프_ 2022. 11. 7. 20:46
군만두, 녹두전, 고기덮밥, 국물까지 한상 실하게 나오는 밀본

 

요즘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혼밥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진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가게에서 테이블이 따로 있기도 하고 그렇더라. 근데 단순 그게 시대 흐름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유투버들이 혼자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고 가니까 그런 영향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지극히 근거 없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아무튼 그렇다. 나의 경우에도 혼밥을 즐겨하는 편이기 때문에 나름 혼밥을 할 때 기준들이 있다. 일단 좀 조용한 곳.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매장이 넓으면 내 테이블 주변은 조용할 수 있고, 매장이 좁으면 사람이 없어야 조용하겠다. 그래서 조용한 곳을 찾고 또 너무 밀착된 곳은 피하는 편이다. 혼밥 자체가 뭔가 그 고유한 바운더리는 안 넘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수다 떨려고 혼자 밥 먹진 않으니까. 그 외에는 딱히 신경 쓰는 것은 없겠다.

 

오랜만에 고양 스타필드를 방문했다. 여기도 정말 종종 오는 것 같다. 집에서 가깝진 않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냥 약간의 드라이브도 하고 가볍게 기분 전환이 되는 곳이다. 뭐 딱히 안에 와서 이것저것 볼 것은 없지만 필요한 옷들 사기엔 좋다. 예쁜 옷은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할 일을 어느정도 둘러보고 식당 코너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 딱이다. 영화를 가거나 폴바셋이나 스타벅스가 있으니 커피를 한잔해도 되겠다. 근데 여기가 막상 둘러보면 딱히 먹을 것이 없다. 이날도 뭘 먹을까 하고 좀 돌아다녔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떡볶이는 별로고 또 그렇다 해서 돈까스도 아니고. 뭔가 밥이 먹고 싶었다. 그러다 약간은 이색적인, 미쉐린 선정도 된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밀본이라는 간판이 있었고 메뉴를 살펴보니 고기 덮밥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나름 세트 메뉴로 다양하게 즐기고 싶었고, 그 구성에 맞는 메뉴가 있어 주문을 했다. 그리고 여기 충분히 혼밥을 즐길 수 있을, 바 테이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끝쪽에 혼자 자리를 잡아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메뉴가 나오길 기다렸다. 메뉴가 나오기까지 한 10~15분 정도는 기다렸던 것 같다. 바로 나왔고 음식을 들고 내 자리에 앉았다. 대부분 주문을 하고 테이블 같은 자리로 가서 그런지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일단 기본 구성으로는 김치와 절임무, 군만두, 녹두전, 소스가 나왔다. 그리고 메인 요리와 여기 고기 육수 베이스인 것 같은 국물을 컵에 담아주시더라. 물 대신에 주시는 것 같았다. 처음 맛보고 그냥 숭늉처럼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관심이 확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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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아무래도 밥을 먹기도 하고 고기 자체가 좀 볶아져 나와 수분기가 없다 보니 목이 막혔다. 그래서 물 뜨러가긴 귀찮고 이 육수를 마시게 됐는데 이상하게 맛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분명히 심심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 음식들과 조합이 잘 맞아서 그런 것이겠다. 괜히 고소하게 느껴지고 감칠맛도 있고 그 뒤로 계속해서 손이 가서 나중엔 한번 더 요청드려서 받아 마시기도 했다. 음식 간의 궁합을 맞추는 이런 센스를 보면 여기가 괜히 미쉐린 선정되고 이렇게 복합몰까지 입점된 것은 아니겠다. 그래서 이때 별로 먹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간중간 샐러드로 입가심도 하면서 식사를 즐겼다.

튀김은 언제나 정답이다. 사실 근데 이게 전체적으로 좀 탄산이 필요한 조합이긴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기 덮밥 메뉴 자체가 좀 퍽퍽한 느낌이 있다. 목이 막히는 느낌이랄까? 촉촉한 베이스가 아니다보니. 근데 이 군만두와 녹두전도 그런 부분이 있겠다. 물론 정말 겉바속촉 표본처럼 잘 튀겨져 나오긴 하는데 그냥 그 튀긴 음식만의 어쩔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겠다. 그래서 사이다가 생각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여기 육수가 있으니까 그것으로 달래 봤다. 탄산 자체가 그 필요한 순간만 넘기면 또 나중엔 생각나지 않는다. 솔직히 물로도 대체되는데 그 순간을 넘기기 힘든 것이겠다. 나는 그렇다. 아무튼 그렇게 녹두전도 오랜만에 즐겨가면서 오랜만의 혼밥을 즐겼다.

 

세트 메뉴로 구성되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충 나오지 않았다. 안에 꽉꽉 내용물이 담겨 실하게 나왔다. 이 가격이 15,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저렴하다고 볼 순 없고 한끼 식사로 어떻게 보면 비싼 금액이겠다. 근데 이 구성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물론 가짓수나 양으로 보면 비싸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일단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과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높았다는 점으로 만족했다. 일단 한상차림으로 깔끔하게 나오니까 그 부분이 좋았다. 괜히 이것저것 많은 것보다 이렇게 깔끔하게 나오는 것이 좋다. 물론 백반 스타일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긴 한데 여기서 그런 느낌은 찾기 힘들겠다. 애초에 이날은 그런 스타일을 원하지 않기도 했고.

 

미쉐린 선정 고기 덮밥 달인이 내어주는 밀본 한상차림, 먼저 밥부터 좀 해치웠다. 그 안에 들어간 통마늘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마늘향도 올라오고 식감도 좋고. 어느정도 느끼함도 잡아주었다. 그리고 튀김 만두는 제일 마지막으로 먹었다. 이 날따라 이상하게 녹두전에 먼저 손이 갔다. 맛있어서 아껴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김치 같은 걸로 입가심도 해가면서 즐겼다. 전체적으로 구성이나 조합이 좋았다. 젓가락을 자주 움직일 수 있기도 했고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 뭔가 먹고 난 뒤에도 깔끔할 것 같았다. 뭔가 데이트 코스로도 좋은 느낌? 물론 여기처럼 작은 팝업 스타일이 아닌 정식 가게를 가야겠지만. 검색해보니 나름 전국적으로 매장이 많이 입점되어 있는 것 같다.

만두 역시 속이 실하게 잘 들어가 있다. 그리고 양도 어느정도 되었다. 배고파서 먹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조금 남기게 되더라. 밥은 거의 다 먹은 것 같은데 군만두였나 아무튼 뭐 하나가 남았다. 따로 주신 육수도 마시다 보니 은근 포만감이 올라왔나 보다. 처음엔 밍밍했는데 나중엔 그 고소함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담백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한 음식이 내 체질에 맞다는 것을 알아서 뜨거운 음식을 찾아서 먹는 편이라 그런 뜨끈한 국물이 있어 좋았다. 그렇게 식사를 다 마쳤고 내가 먹은 접시를 반납대에 반납을 하고 나왔다. 정말 누구 터치 없이 혼밥 오랜만에 깔끔하게 잘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당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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