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주막에서 제대로 즐기는 바삭바삭한 파전 어때요?

디프_ 2022. 8. 11. 20:33
막걸리까지 있었으면 딱이지만 밀키스로 대신했던 매콤한 파전

 

부여 1박 여행을 다녀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솔직히 1박 여행에서 뭐 얼마나 새로운 것을 많이 봤나 싶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갔던 곳이 너무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막 유적지나 박물관, 전시회 등 그런 곳에 가는 것은 좋아한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에 대해 알아가거나 설명을 듣거나 가이드 투어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보고 내가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막상 다녀와도 모르는 내용도 많고 그렇다. 물론 가끔 너무 신기한 것이 있으면 가만히 서서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을 읽곤 하는데 그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예전에 스페인 가우디성당에 갔을 때도 1일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여 비싼 돈 주고 이용했었는데 거기서도 막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기보단 그냥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솔직히 예술이란 것이 정답이 있나 싶기도 하고. 그냥 보고 내가 느끼는 것이 좋더라. 그에 관심이 생기면 더 알아보는 것이고. 역사는 좀 다르겠지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부여에서 백제문화단지를 다녀왔었다. 근데 이 공간 자체가 너무 힐링이고 좋았다. 다행히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땡볕이라 무덥기도 했는데 그늘진 공간이 있어서 잠시 누워 선선한 바람을 즐길 수 있어 좋았고 공터가 넓어서 멍하니 걷거나 쉬거나 그러기 좋았다. 물론 사진 찍기도 편했는데 날이 덥다보니 그렇게 많이 생각은 안 나더라. 아무튼 그렇게 둘러보고 있었다. 솔직히 여길 다 본 뒤에 저녁 먹으러 갈 곳을 미리 정해뒀었다. 그 공원 같은 곳 근처에 연꽃밥인가. 아무튼 부여에 오면 꼭 먹어줘야 하는 메뉴가 있는데 그걸 잘하는 가게가 있어서 거길 가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이렇게 눈앞에 주막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길 그냥 패스할 수 없었다. 메뉴판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래. 전 하나가 얼마나 배부르겠어. 가볍게 먹고 가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실내에도 자리가 있었지만 이런 장소는 야외 감성이지. 밖으로 자리를 잡았고 대부분 같은 생각인지 다 야외에 앉으시더라. 더위와는 또 별개인 느낌이다. 아예 더운 것이 싫었으면 진작에 여기 백제문화단지 내부도 돌아다닐 수 없었겠다. 아무튼 그렇게 자리를 잡았고 파전 하나와 밀키스를 주문했다. 앞서 말했듯이 막걸리는 운전을 해야해서 마실 수 없었고 또 어차피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딱히 생각나지도 않았다. 여기의 목적은 가볍게 먹는 것이었다. 주문의 경우 안으로 들어와서 별도로 해야 했고 그렇게 얼음컵까지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덥긴 더워서 갈증이 났다. 갈증 해소엔 물이 최고지만 뭔가 탄산이 먹고 싶었다. 아니면 색깔이 비슷해서 무의식적으로 막걸리를 대체하고 싶었나? 솔직히 두부김치나 도토리묵도 먹고 싶긴 했는데 너무 헤비할 것 같아 패스했다.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주문해서 먹을걸 그랬다. 그 이유는 다음 사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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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서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셨다. 밀키스 한병만 먹으려 했는데 먹다 보니 금방 사라져서 하나를 더 사왔다. 그렇게 바삭바삭한 메인 파전 요리를 즐기기도 전에 뭔가 물배를 채워버렸다. 근데 뭔가 이 감성에 얼음 음료는 너무 적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파전이 뭐 광장시장에서 나오는 빈대떡처럼 두껍진 않았지만 나름 크기가 있었다. 먹다 보니 배가 불렀다. 결론은 먹다가 고민을 했다. 이 상태로 저녁 먹으러 가면 다 남길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결국 저녁을 포기하고 여기에서 시간을 더 길게 가지며 음식과 함께 힐링하는 길을 선택했다. 주막 주변에 고양이들도 돌아다녀서 따로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다들 살이 토실토실하게 쪘더라. 잘 먹고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고 있나 보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적당한 소음과 함께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즐기니 정말 고요하고 행복하고 그랬다. 이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고 좋았다.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 파전이 나왔다. 영어로는 Green Onion Pancake라고 하는구나. 관광지 답게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영어 표기를 같이 해줬다.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에는 한글로만 있고 메뉴판에 그림이 없는 가게들이 많은데 그러면 관광객들의 경우 선택이 매우 힘들 것이다. 가격 자체는 하나에 18,000원으로 솔직히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다. 근데 이런 관광지 안에서 놀러 온 사람들 한정으로 장사하는 가게의 경우 어쩔 수 없겠다. 그리고 우린 이 가격 안에 희소성과 공간이라는 가치까지 지불하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물론 막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보이는 것만으로 전부를 판단해버리면 아마 살아가기 너무 힘들 것이다. 밑반찬의 경우 단무지, 간장, 김치가 나왔다. 간장의 경우 청양고추인지 매콤한 베이스였고 다른 것들은 평범했다. 애초에 특별할 것도 없긴 하지만.

 

근데 여기 그냥 관광지라서 대충 나오는 그런 스킬이 아니었다. 디테일한 파전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 뭐라고 해야하지. 피자 반죽이라고 해야 하나. 도우처럼 아래 깔리는 그런 것이 없고 정말 파 자체를 튀겨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막 젓가락으로 맛있게 떠먹을 순 없고 이렇게 뭉쳐서 먹어야 한다. 요리를 잘 모르지만 전분 같은 것이 뭔가 재료들이 서로 달라붙게 만들어 모양을 만들어주지 않나? 끈적끈적하게. 근데 그런 것이 없고 정말 순수하게 파 자체와 여러 가지 재료를 튀기기만 해서 내어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느끼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고 바삭함이 살아있었고 파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의 경우 목적은 실패했지만 이날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도 부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 때문이라기보단 밀키스를 하도 마셔서 배가 찼던 것 같다.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알밤 막걸리 못 마신 게 좀 아쉽다. 요즘 막걸리에 좀 빠져있는데!

원래 한번 식사를 하면 처음부터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만 바라보고 후다닥 먹은 뒤에 그 공간을 바로 빠져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먹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근데 여기선 정말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엔 아까웠다. 일단 이런 주막 감성도 굉장히 오랜만이고 양반다리로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양반다리의 경우 복숭아뼈도 아프고 허리도 불편해 무조건 의자에 앉아서 먹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근데 여기선 뭔가 양반다리 감성이었다. 이런 표현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그냥 내가 그럴 때가 있다. 그래서 그렇게 먹는 중간중간 주변도 구경하고 멍도 때리고 핸드폰도 보고 하면서 음식을 즐겼다. 식당에 들어가서 먹는 것만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쉬다 온 기분이 드는 것은 여기 백제문화단지 주막에서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이 공간이 나에게 좋게 다가왔음을 알 수 있겠다. 지금 포스팅하면서 다시 생각하니 또 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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