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목살이 맛있다고 소문난 348시간 교차숙성 월촌도야지

디프_ 2022. 5. 24. 23:45
요즘은 목살 맛집이 찐 고깃집이라고 한다!

 

이상하게 밖에서 사 먹는 목살이 맛있는 요즘이다. 원래 목살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 가서 구워 먹을 고기를 사려고 할 때도 개인적으로 목살은 선호하지 않았다. 그냥 삼겹살을 사가서 더 맛있게 먹지 굳이 먹나 싶었다. 근데 이게 또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 부위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었다. 뭔가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도 또 그렇다고 하여 뻑뻑하지 않고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것 같고 적당히 부드럽고 맛있는 느낌이랄까? 아마 좀 드셔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단순 예전처럼 저렴하고 양을 채우기 위한 목적만 있는 부위는 이제 아닌 것 같다.

만약 위에 내가 가진 목살에 대한 느낌을 공감하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오늘 소개되는 월촌도야지를 한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긴 간판 자체에 '목살이 정말 맛있는 집'이라고 붙어있고 이런저런 여기만의 차별화된 숙성 과정이라든가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입속의 감동을 위한 노력. 맛있어지기 위해 기다리는 348시간. 더욱 부드럽고 더욱 진해지는 숙성육은 단순히 숙성 기계와 짧은 요령으론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부위별, 계절별로 다른 시간, 다른 온도 매번 바뀌는 숙성 기법은 월촌도야지의 땀과 노력입니다.'라는 설명 말이다. 일단 먹어보기 전에 읽은 글들이지만 장사도 잘 되는 곳이고 뭔가 다른 게 있으니 이런 어필을 하는 것일 테니 신뢰가 갔다.

그렇게 자리를 안내 받고 바로 목살 2인분을 주문했다. 2인분 단위로 주문이 가능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인분 160g에 14,000원으로 가격은 요즘 기준으로 평범한 것 같다. 뭐 솔직히 정육점이나 다른 곳에서 사 먹으면 더 가성비 좋게 먹을 수 있겠지만 그건 여기만의 방법이 들어가 있지 않은 금액이니까 굳이 비교하기 힘든 부분이 있겠다. 그렇게 따지면 뭐 이것저것 다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혼자 생활하다 보면 재료 사고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오히려 사 먹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차원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주문을 하고 이것저것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나름 체계화가 되어있어서 금방 상이 꽉 찼다. 일단 비주얼적으로 푸릇푸릇 눈이 즐거워지는 순간이었다.

파채로 입가심을 하고 있으니 직원분이 와서 이렇게 직접 구워주셨다. 일반적으로 이런 목살 맛집의 경우 일단 고기가 엄청 두껍다. 그리고 직접 구워주신다. 제주도도 흑돼지가 처음 두껍게 나오는 곳은 직원분들이 구워주신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 목살 부위는 개인적으로 맛 자체가 굽기 실력에 좌우되는 부분이 큰 것 같다. 일단 이렇게 두꺼울 경우 고기 잘 못 굽는 사람은 태우기만 하고 안에 익지 않은 상태로 먹기 쉽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맛있게 굽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구워주시는 사람이 중요할테고, 그렇다고 너무 구워 육즙이 다 빠져 퍽퍽한 맛이 나게 구워져도 안될 테니 이렇게 직원분께서 하나하나 케어해주시는 것 같다. 고객을 위해서도 그렇고 여기 월촌도야지가 추구하는 맛을 위해서도 말이다.

 

된장찌개는 기본으로 나왔던 것 같고 계란찜의 경우 별도 추가를 했다. 솔직히 먹고 나서 고기를 한번 더 먹을까 싶었는데 일단 계란찜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도 해야했고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셀프바에 이것저것 많이 있는데 라면도 직접 끓여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계란후라이도 해 먹고 김치찌개도 가능했나. 아무튼 직장 근처에 이런 가게들이 많은데 뭔가 직접 만들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직접 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만 구비되어 있고 손이 안 가는, 서비스 차원적인 그런 혜택들 말이다. 이날의 경우 계란찜도 있어서 굳이 뭔갈 만들어 먹지 않았지만 배고플 때 친구들이랑 오면 정말 이것저것 다양한 조합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여러 번 포스팅을 하면서 말하기도 했지만, 고기를 이렇게 직접 구워주는 가게의 경우 먹기 직전까지 같이 온 일행이 아닌 구워주시는 분이 같이 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에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고 뭔가 모르는 사람 있는데서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며 떠들기도 뭐하고. 이런 것도 mbti랑 관련이 있나? 뭔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랑 있으면 말을 아끼게 된다. 이 사람들 역시 내 말을 굳이 듣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서 나름 침묵 수행을 하면서 이렇게 계란찜도 먹고 된장찌개도 먹어가면서 고기가 다 익길 기다렸다. 일단 348시간 교차숙성을 한 목살의 경우 전체적으로 구워주신 뒤에 이렇게 먹기 좋게 썰어서 각 단면을 다시 구워주셨다.

 

예전엔 두꺼운 고기를 정말 어떻게 굽나 싶었다. 그리고 조금만 두꺼워도 내가 구우면 안이 하나도 안 익었더라. 그래서 포기하곤 했는데 이제 이곳저곳 다니면서 살펴보니 처음부터 아예 다 구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겉면만 적당한 온도로 달궈준 뒤에 이렇게 먹기 좋게 잘라서 한번 더 굽는 시스템이더라. 난 뭐 어떻게 하면 안에 까지 골고루 구워지는 줄 알았는데 그런 마법 같은 방법은 없었다. 뭐 에어프라이어나 찜기 같은 것이면 몰라도 숯불에선 우선 없었다. 그냥 너무 화력이 세지도 않고 약하지고 않게 해서 골고루 익혀줘야 했다. 다만 겉면을 다 전체적으로 먼저 굽는 것은 아마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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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까지 너무나도 먹기 좋은 상태가 되었고 본격적으로 먹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구워주시는 분도 가셨겠다 실컷 수다를 떨며 뭔가 봉인해제가 된 것처럼 바로 젓가락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채가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감칠맛 좋게 살아있어 입가심을 하기 좋았다. 그리고 여기 소스가 세종류로 다양해서 좋았다. 물론 소금이 짱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월촌도야지만의 특별한 348시간 교차숙성 방법으로 만들어진 목살을 즐기기 시작했다. 일단 앞서 말했지만 이런 데서 이렇게 맛있다고 자랑하는 고기들은 우리가 먹어왔던, 알던 그런 부위가 아니다. 정말 어느 곳은 소고기처럼 스테이크처럼 정말 부드럽게 사라진다. 두께와 부드러움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 밑반찬이 다양하다는 점도 좋았다. 셀프바를 이용했으면 이것저것 더 많았겠지만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렇게 와사비도 있고 묵은지도 있고 또 중간중간 버섯을 기름장에 찍어서 먹기도 했다. 마늘 쌈장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냥 2인분만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손이 갈 것들이 많은 것이 소비자 입장에선 반갑고 환영할 일이었다. 여기 역시 장사가 잘 되고 나름 입소문이 나서 찾아온 곳인데 역시나 그런 곳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여기 먹고 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아쉬운 점은 그냥 고기 구울 때 내가 침묵 수행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 가게가 고쳐야 할 점이라든가 그런 것은 아니겠다. 그냥 내가 적응해야 하는 일인 것이지!

 

잊고 있던 계란찜도 먹고 고기도 계속해서 먹고 그랬다. 아무래도 한점 한점 두께가 두껍다보니 처음에 양이 굉장히 적게 느껴질 수 있는데 먹다 보면 배가 찬다. 뭐 내가 이것저것 먹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공깃밥도 별도로 먹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찌개 자체가 뭔가 굉장히 깊은 맛이 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렇게 아래 게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 역시 해산물이 들어가니까 이런 맛이 나는구나 싶었다. 처음엔 놀랐다. '이 맛 뭐지?' 하면서 말이다. 그냥 여기 기본적으로 하나하나 나오는 음식들이 실력이 있고 기본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충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고민한 흔적들이 들어가신 것이겠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버섯을 평소 잘 안 먹는 쌈까지 싸가며 이날의 식사를 마무리했다. 2인분만 먹어서 아쉽긴 한데 1인분을 추가해서 먹기엔 다소 배가 부르기도 했다. 막 여기 월촌도야지가 가격 대비 양이 많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먹은 것 대비 배가 더 부르긴 했다. 실제로 버섯부터 해서 찌개나 계란찜, 공깃밥까지 먹었으니 양이 적은 것은 아니겠다. 고기만 먹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근데 다음에 오면 목살뿐만 아니라 삼겹살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48시간 교차숙성이 한 부위만 이뤄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다른 부위들도 맛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오면서 계산을 하고 손님들에게 공짜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 들고 나왔다. 이런 디테일도 너무 좋다. 솔직히 가게 입장에선 대량 주문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은 포인트일 수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이게 오랜 기억에 남는다. 큰 기대 없이 찾아온 가게인데 생각보다 맛있게 잘 먹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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