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한식을 그 어느 곳보다 고급스럽게 내어주는 이태원 파르크

디프_ 2022. 4. 21. 21:43
요즘은 이렇게 깔끔한 가정식 백반 스타일의 가게가 좋다

 

오늘은 좀 이태원과 어울리지 않는 식당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근데 표현이 좀 이상하다. 이태원과 어울리지 않는다기보단 그냥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좀 다른 이색적인 가게가 있었다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내가 매번 이태원 맛집 포스팅을 하면 뭐 브런치 가게나 파스타나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 가게를 주로 소개했는데 오늘은 가정식이다. 그것도 일식이 아닌 한식! 뭔가 요즘 이상하게 한식이 그렇게 땡긴다. 아무래도 입맛 맛 자체가 변했다기보단 그냥 한식이 그나마 제일 소화가 잘 되니까 몸이 잘 받는 걸 알아서 입이 원하는 느낌이랄까. 밖에서 한식 먹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바뀌어가는 입맛에 맞춰 어울리는 가게를 찾았고 한번 같이 봐보시면 좋겠다.

이 지역 자체를 많이 가보긴 했지만 골목길은 항상 헷갈린다. 그래서 어느날은 그냥 지도를 딱히 보지 않고 발이 움직이는대로 구경해보자고 그냥 돌아다니고 그런다. 여기 이태원 파르크 역시 처음 가보는 길로 날 안내했고 여긴 시간을 맞춰 가야 했기 때문에 지도 앱을 켜고 그 길을 따라갔다. 근데 근처에 도착했는데 가게가 어딘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지도를 봐서 여기가 맞는데 하고 고개를 돌리다 여길 발견할 수 있었다. 딱히 간판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한눈에 띄진 않았다. 오히려 메뉴판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느낌이랄까. 평소 여기가 웨이팅이 있는지 없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갔을 때엔 전체적으로 한산한 느낌이었고 밖에서 메뉴판을 살펴볼 필요 없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았다.

휴지는 그냥 의미없이 단순하게 저 parc 텍스트가 예뻐 보여서 사진을 찍어봤다. 그리고 여기 코스처럼 나오는 메뉴가 있었는데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맛을 즐길 순 있을 것 같아 고민을 좀 했다. 그러다가 그냥 단일 메뉴로 주문하자고 의견이 합쳐졌고 그렇게 주문하게 됐다. 그렇게 고추장 항정살 구이와 채소구이, 수란&베이컨을 올린 묵은지 볶음밥 하나를 주문했다. 세트로 주문할 때보다 단일품으로 주문을 하니 가격은 상당히 낮아졌다. 근데 애초에 단일 메뉴 자체가 가격이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주변을 둘러봤다. 가게는 조용했지만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창가 쪽 햇살이 들어오는 곳은 사람들이 많아 그늘진 곳에 앉게 되었다.

 

메뉴는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결혼식을 가도 뷔페 스타일보단 이렇게 한 사람당 한 테이블로 정갈하게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가 그런 느낌으로 메뉴가 나와 좋았다. 이렇게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막 고기만 많거나 그러면 솔직히 밑반찬이라 할 수 있는 채소, 야채류를 잘 안 먹게 되는데 좀 챙겨서 먹게 되더라. 뭔가 그릇 하나하나를 다 비워야 하는 의무감이 든달까. 그렇다 보니 더 다양하게 먹게 되는 것 같고 상대적으로도 몸에 좋겠다 싶다. 그리고 뭔가 과식도 막아주는 느낌이다. 내가 먹어야 할 양이 정해져 있으니 먹을 만큼 먹으면 그냥 배부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사실 다 먹고 난 뒤에 30분만 지나도 배가 엄청 부른데 막상 먹을 땐 그 포만감이 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먹으니 결국 과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한입 정도 먹고 있으니 바로 수란&베이컨을 올린 묵은지 볶음밥이 나왔다. 다행히 별로 먹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샷을 찍을 수 있었다. 항공샷이라는 용어를 요즘도 쓰는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에 블로그를 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표현이다. 음식이 다 나오도록 위에서 찍으니 그렇게 말한다고. 근데 또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어서 음식 사진을 괜히 전체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다. 구도 예쁘게 잘 찍는 사람들 보면 내가 찍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예쁘게 잘 찍더라. 그런 센스가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근데 내 블로그는 그런 예쁜 것보다는 사실주의 느낌이니까. 아무튼 헛소리가 길었는데 비쥬얼에서 알 수 있듯이 한식을 그 어느 곳보다 고급스럽게 내어주는 곳이다. 먹기 전에 우선 눈으로 즐거우니 맛도 기대가 되었다.

우선 깔끔하고 시원한 국으로 입가심을 좀 했다. 전체적으로 간이 약한 것도 아니고 센 것도 아니고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 뭔가 계속해서 손이 가는, 감칠맛이 있는 맛이랄까. 한식의 경우 뭐 특정한 메뉴 하나가 간이 세버리면 다른 것들이 맛이 있어도 묻혀버리곤 하는데 여기 역시 그런 것들을 잘 조절해서 내어주시는 것 같았다. 나의 경우 찾아서 왔기에 나름 기대치가 있어서 어느정도 만족했던 것이지 우연히 지나가다 이 가게에 들렸으면 충분히 맛집이라 말할 수 있는 비주얼과 서비스 응대, 맛이었다. 한식을 좋아하시는 분과 양식을 좋아하시는 분 모두가 선호할 것 같은 느낌이다. 퓨전 스타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양식도 잡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 계란 때문인가.

지금은 차돌박이로 바뀐 것 같은데 저 고추장 항정살 역시 맵다고 말할 순 없고 그냥 매콤한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밥이랑 잘 어울렸고 계속해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여기 파르크의 경우 국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밥의 경우 계속해서 리필이 가능하다고 했다. 솔직히 밑반찬부터 모든 메인까지 다 먹고 나면 배가 부르긴 하는데 계속해서 밥과 함께 곁들일 거면 밥 양이 처음에 다소 적게 나오긴 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 한번 추가 요청을 드렸었다. 다만 다 먹진 못할 것 같아 조금만 주실 수 있냐고 말이다. 근데 그 주문을 까먹으셨는지 한 공기 꽉 채워 가져다주셨고 나름 먹는다고 먹었는데 결국 조금 남기고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볶음밥도 함께 먹어야 했으니까 뭐 어쩔 수 없었다.

 

같이 한줄 나온 베이컨의 경우 솔직히 그냥 아무 느낌 없을 것 같은데 저게 또 다른 입안의 자극을 가져다주었다.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입맛을 다시 리프레시 해준달까. 좀 이상한 표현이긴 한데 아무튼 새로운 자극이 다가오니 다시 먹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입씩 베어 무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항정살의 경우 삼겹살과는 다른 식감을 주지만 나의 경우 굳이 삼겹살이 아니라 왜 항정살을 사용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맛이 없다기보단 더 맛있는 재료가 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식감은 확실히 항정살이 강력하긴 하니까. 아무튼 이렇게 이것저것 맛을 즐기면서 계속해서 식사를 즐겼다. 동네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가정식 백반 가게이나 가격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서야나 먹을 수 있는 가게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처음 비쥬얼은 정말 고급스러웠지만 먹다 보니 이렇게 역시나 좀 지저분해지고 비쥬얼이 안 좋게 되었다. 요즘 들어 느끼는 생각인데 원래 애초에 음식을 깔끔스럽게 잘 먹는 편은 아니긴 했는데 요즘 들어 그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다 먹고 나면 내 주변 테이블만 조금 지저분하더라. 그래서 그런 것을 좀 자제하고 싶긴 한데 입에 묻는 것을 안 닦을 수도 없고, 또 꼭꼭 씹어먹는 숫자를 세가며 천천히 먹기도 너무 힘들고 뭐 그렇더라. 그래도 더 심해지면 안 될 것 같아 나름 깨끗하게 먹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이태원 파르크에서 한식 가정식 백반 식사를 마쳤다. 솔직히 이 근처에 너무나도 많은 괜찮은 가게들이 있어서 여길 꼭 가보셔야 한다고 말씀은 못 드리겠다. 근데 소화 안 되는 날, 한식을 좀 다르게 먹고 싶을 때 가보시면 좋을 것 같다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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