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장사하신지 46년, 노포 느낌 제대로인 부산 오소리순대

디프_ 2022. 1. 12. 21:37
요즘은 이런 노포 느낌의 가게들이 그립다.

오늘 소개할 곳은 정말 평소 안 먹고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입맛인데 한번 방문한 뒤 종종 생각나고 있고 머무르는 시간 동안 정말 맛있다고 느낀 곳이다. 일단 여긴 내 기준 검증된 맛집이다. 일단 부산에 사는 친구가 직접 추천을 해준 곳이고 자기도 나름 주기적으로 가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친구 추천을 받아 서울 사는 친구가 여길 갔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다음 여행에서 이미 순대국밥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지하철을 타고 이 동네까지 와서 여기서 또 먹었다고 한다. 확실히 여기만의 매력이 있고 다른 곳이랑은 비교가 안된다나 뭐라나.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여길 안 가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잡내도 좀 무서워하는 편이고 이런 스타일을 안 즐기긴 하지만 그냥 뭔가 로컬 스타일로 제대로 먹고 싶었다. 서울에서 흔히 보는 프랜차이즈 스타일의 정갈하게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말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산 오기 전에 무조건 여길 가봐야 한다고 했고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됐다.

 

일단 여길 방문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다. 친구가 운전을 해줬기 때문에 그냥 마음 편하게 이동만 하면 됐다. 물론 그냥 누리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도 나름 내 몫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튼 그렇게 졸다가 해가 진 뒤에 가게에 도착하게 됐다. 간판에 KBS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글이 보인다. 바로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주차 공간이 뒤에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자리는 좀 있었는데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차가 꽉 차 있었다. 근데 주변에 따로 주차할 곳은 마땅치 않고 겨우겨우 비스듬하게 댈 수 있었다. 근데 대부분 이런 노포 스타일 가게를 오실 경우 음주를 즐기셔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시는 것이 낫겠다 싶다. 아마 나처럼 놀러 오는 소수를 빼곤 대부분 그러시겠다. 애초에 이 가게 특성상 나 같은 관광객보단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느낌이다. 그래도 관광객의 경우에도 주변에 연산역이 있으니 한번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데 여기 너무 맛있었다. 특히 수육이 최고였다. 

 

아마 피크 타임엔 대기가 있을 것 같다. 정말 딱 한자리가 비어있어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근데 간격이 워낙 다른 테이블과 좁아서 머무르는 시간이 편하진 않았다. 겨울이라 옷이 두껍기도 하고 뭔가 화장실이라고 가야 한다고 치면 비켜주기가 힘들었다. 근데 뭐 우리의 경우 길어야 1~2시간 머무르다 나오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렇게 장사하신 지 46년, 부산 오소리순대 시그니처인 스페셜 모듬 하나와 순대탕 2개를 주문했다. 일단 양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이렇게 주문하고 부족하면 더 시켜먹기로 했다. 여기 자주 온 친구의 경우 원래 수육만 시켜서 먹는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안 먹어봤기 때문에 순대모듬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나오는 것으로 주문했다. 근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육만 시킨 다음에 추가해서 먹는 것도 좋겠다. 순대도 나쁘진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수육이 정말 베스트였다. 친구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이래서 뭐 리뷰나 관광객의 의견보단 정말 그 주변 사는 사람들의 의견이 최고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왔단 의미가 아니라 조금 기다렸는데 금방 나오는 편에 속했다는 말이다. 먼저 스페샬 모듬이 나왔는데 비쥬얼이 최고였다. 그리고 부추무침 같은 것이 함께 나왔는데 초장 베이스여서 새콤한 맛이 강하게 났다. 아마 고기에서 오는 느끼함을 잡아주시려는 목적 같았다.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동네 근처에 있는 우렁 무침 보쌈 비쥬얼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래서 여기에 우렁이 들어가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뭐 여기만의 색깔이 있는 것이니까! 장사를 하신지 이렇게 오래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은 여기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고 그게 손님들과 잘 맞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원래 모듬을 주문하면 별도 탕이 나온다고 한다. 근데 우리 테이블은 늦게 나왔거나 안 나왔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순대탕을 따로 주문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맛보고 싶었는데 옆 테이블에 나오는 탕을 보고 대리만족을 했다. 친구도 항상 탕이 나왔는데 안 나와서 보니 우리가 별도 주문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아 그리고 친구가 여기 부산 오소리순대 가게에 오면 막걸리를 꼭 같이 먹어줘야 한다고 했다. 근데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 그런 생각이 들지도 않았는데 한번 먹어볼까 싶었다. 여행 왔을 때 아니면 평소 막걸리를 마실 일이 없기도 하고 그냥 여기 노포 분위기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다. 근데 아무래도 이전에 어느 가게에서 먹었던 막걸리 맛이 굉장히 음료수처럼 부드럽고 좋았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 이전엔 딱히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검색을 하면 프랜차이즈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가게인데 이름만 다른 것인지 모르겠는데 이 친구도 그렇고 나도 방문한 곳은 연산역 근처에 있는 연제구에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만약 가시게 되면 여길 가보시면 좋겠다. 같은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지점마다 맛이 다를 수 있는데 여긴 더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 그냥 여기서만 장사하시는 것 같고 이름만 같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손으로 만들어 쫄깃하고 두툼한 순대가 인기 있는 가게. 이윤을 적게 남고 판다는 의미의 오소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지 46년이 된 곳. 순대, 수육, 내장이 함께 나오는 스페샬 모듬과 뚝배기 탕이 인기 메뉴라는 곳. 수육은 무말랭이와 곁들여 먹으라는 곳. 이 표현들이 여기를 대표하는 문장들인 것 같다. 솔직히 언제부턴가 나에게 맛집 기준은 단순 음식을 맛있게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머무르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도록 서비스도 있어야 하고 화장실이나 이런 자리 배치, 넓이 등도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갖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오늘 포스팅하는 여기는 예외다. 애초에 노포 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배제했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노포라는 개념이 위생과 꼭 반비례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일반적으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 근데 또 간혹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손님의 경우 이런 분위기여야 그런 맛이 난다고 하기도 하고. 뭐 난 잘 모르겠다. 근데 난 둘 다 좋다. 사는 집도 아니고 언제든 이색적이고 한정된 시간이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수육도 먹고 순대도 즐기고 순대탕도 즐기고 막걸리도 마시고 부추도 먹고 동치미도 먹고 마늘 쌈장도 먹고 흰쌀밥도 먹고 꾸준히 먹었다. 솔직히 친구 말대로 계속해서 느낀 것이 여기 수육이 원탑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부드럽고 찰지고 맛있지?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냥 게임 끝이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걱정했던 잡내! 여기서 전혀 나지 않았다. 순대국에서도 전혀 나지 않았다. 그 부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맛뿐만 아니라 여기 가성비도 괜찮다. 일단 가격이 착하다. 근데 가격이 착한 것에 비해 퀄리티도 너무 좋다. 뭐 이것 역시 항상 비례해야 하는 것은 아니긴 한데 아무튼 기대 이상이었다. 아마 소개글처럼 손으로 손수 만드셔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많이 마시진 못했지만 친구 말대로 막걸리와의 조합도 환상적이었다. 우리 테이블 포함 대부분 손님들이 음주를 즐기고 계셨는데 정말 술안주로도 좋고 식사로도 좋아 여러모로 인기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46년 장사 부산 오소리순대에서 4인 기준 결제한 금액은 45,000원이다. 아마 적게 나왔다 싶으실 것이다. 근데 이게 이유가 있다. 우리가 여행 중에 계속해서 먹방을 했기 때문에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배가 불렀으면 불렀지. 그래서 일부러 오기 전까지 쇼핑도 하고 카페도 가고 다른데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래서 아마 예상한 시간보다 2~3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을 것이다. 차가 막히기도 했고. 근데 그마저도 마지막엔 그냥 가지 말까 하다가 내가 절대 안 된다고, 여긴 무조건 가야 한다고 말해 이렇게 끌고 온 것이다. 그래서 먹은 양이 평소보다 적어서 금액이 적게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아마 여기서 수육을 더 추가해서 먹었으면 그래도 한 6~7만 원은 나와 풍족하게 먹지 않았을까 싶다. 막걸리를 더 마셨을 수도 있겠고. 일단 다 같이 약간 시끌벅적하게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매력적인 장소다.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적당한 소음이었다.

그리고 친구가 부산을 놀러 왔을 때 전날 이미 순댓국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음날 서울 올라오기 전에 아침에 여기까지 들려서 먹고 간 이유가 있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런 음식에 약한 편이다. 잘 먹는 편이 아니다. 뭐 냄새도 냄새인데 일단 내장 계열을 잘 먹는 편이 아니다. 일단 비쥬얼에 겁먹는 스타일이랄까. 그나마 최근에 좀 먹고 있긴 한데 이마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한 2년도 안 됐을 것이다. 근데 그런 내가 이 가게에 와서 만족을 하고, 다음에 오면 무조건 재방문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마 이런 스타일을 평소에 즐기시는 분이라면 정말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차가 있어야 방문하기 편한 곳이긴 한데 아무튼 이제 부산에서 누군가 순대국밥을 찾을 때마다 무조건 여기를 추천해주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난 잘 모르긴 하겠지만 현지인의 검증까지 된 곳이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먹고 마시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이래저래 손이 갈만한 반찬도 많고 양념도 많고 하다 보니 질리지 않게 서로 조합해서 다양한 루트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 보니 더 많이 먹게 되기도 하고! 솔직히 내 마음으로는 여기 조금 더 넓게 리뉴얼도 하고 화장실도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꼭 이렇게 변하면 맛까지 변해버리더라. 그냥 경험이 그랬다. 상업적으로 변하면 양이든 맛이든 뭔가 줄고 예전보단 아쉬워지더라.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단골 가게였던 곳 중에서 그렇지 않은 가게는 딱 한 곳밖에 없었다. 종종 포스팅했던 그 닭꼬치 가게 말이다. 여기도 내가 다음 부산을 놀러 올 때나 방문하게 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 잘 유지되고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님 모시고 와도 정말 딱 좋을 것 같은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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