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교차 숙성을 통해 이 세상 부드러움을 넘어선 광주 제줏간 흑돼지

디프_ 2021. 11. 19. 20:47
두꺼운 두께만큼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교차 숙성 광주 제줏간 제주 흑돼지

2021년 광주에 정말 많이 내려왔지만 솔직히 그 지역을 벗어난 적은 별로 없다. 초기에 차 렌트하고 담양 놀러 간다고 하고 1박 정도 둘러보고 온 것이 거의 전부이고 대부분 그 첨단지구 주변에서 움직였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 내에서 말이다. 아 그 광주 동리단길도 가봤구나. 근데 거긴 딱히 뭐 볼 것은 없었다. 쇼핑하고 술 마시는 거리 느낌? 솔직히 어떤 특별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름 뭔가 차분하고 이색적이긴 했지만 요즘은 지역마다 그런 꼭 이름 붙은 길들이 있어서 평이해진 느낌이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맛집을 찾아가 본다고 이렇게 다른 지역을 와봤는데 여기 완전 밤이 핫했다. 사람들도 많고 나름 유명한 식당들도 모여있었다. 뭔가 에너지가 느껴지는 동네였달까.

 

별도 예약은 하지 않았는데 여기 시간을 피크타임에 오면 대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었는데 그 말은 평소에 그렇다는 것이니까. 다행히 9시쯤이었나. 거의 어정쩡한 시간에 왔기 때문에 자리가 여유 있었다. 끼니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의 장점은 가끔 이럴 때 발휘된다. 아무튼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고 일단 꽃목살과 특삼겹살 1인분씩 주문했다. 가격은 뭐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 분위기가 너무 이색적이었다. 뭔가 정말 제주도의 한 공간에 온 기분이랄까. 실제 제주도에서 이런 고깃집을 보진 못했지만 그런 느낌을 이런 광주 도심에서 내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이색적인 분위기가 좋게 다가오기도 했고! 아마 사진들을 보시면 무슨 느낌이신지 아실 것이다. 그런 전체적인 세련된 것들이 먹기 전부터 나의 흥을 돋구어 주었다.

 

이런 물티슈도 괜히 신선하게 다가오고! 일단 여기 광주 제줏간 제주 흑돼지 가게의 경우 두 가지 방식으로 교차 숙성을 진행한다고 한다. 웻에이징 72시간을 하고 그 뒤에 드라이 에이징 48시간을 진행한다고 한다. 예전에 드라이 에이징을 하는 가게를 가본 적이 있었는데 꽤나 부드러워서 놀랐었는데 여기 역시 어떤 맛을 나타낼지 먹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왜냐하면 두꺼운 삼겹살이 소고기처럼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그 가게에서 처음 알았으니까! 주변을 구경하면서 남은 밑반찬을 먼저 먹었다. 밑반찬은 정갈하게 깔끔하게 잘 나왔다. 특별하다고 보기엔 부족하지만 평범하다고 보기엔 구성이 괜찮았다. 이래저래 잘 신경 썼다는 느낌을 받는단 말이지. 이거 프랜차이즈 서울에도 있나?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처음 알았는데 이 정도면 유명해질 만하겠다 싶다.

 

된장찌개의 경우 기본적으로 하나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계란찜 하나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고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먹기 전까지 여기 일하시는 분들이 구워주시기 때문에 고기를 잘 못 굽는 사람들도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나한테 하는 말이다. 특히나 이렇게 두께감이 있는 고기들은 더 굽기가 어렵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버섯도 제공되고 이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것저것 많이 같이 구워진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함께 먹는 재미가 있다. 근데 사진을 보니 뭔가 우리가 주문한 것과는 다른 부위가 올라가져 있다. 그래서 난 이 가게를 처음 오기 때문에, 분위기도 이색적이었기 때문에 여기만의 뭐 다른 스타일이 있나 싶었다. 처음 오면 확실히 뭘 잘 모른다. 굳이 아는 척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 구워주시는 분께 '이게 삼겹살인가요?'라고 물어봤다. 일단 포스팅도 하려면 제대로 알기도 해야 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근데 알고 봤더니 주문이 잘 못 들어간 것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이렇게 주문한 것이었고 우리 것이 옆 테이블로 향했다. 그래서 다른 좀 경험이 있으신 알바 분이 오시더니 일단 구워진 것을 버릴 순 없으니 서비스 개념으로 드시라고 하여서 우린 덕분에 항정살도 먹어볼 수 있는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이래저래 광주에서 이날 운이 좋았구나. 그리고 딱 사이드 메뉴 나온 것 보시면 알겠지만 찌개도 저렇게 정말 맛있을 것 같은 냄비에 나오고 계란찜도 비쥬얼 죽여준다. 저절로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게 만드는 비쥬얼이랄까. 여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 됐었는데 확실히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곳들은 이유가 있다. 확실히 고기가 두꺼운만큼 구워지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전에 속을 달래주기 괜찮았다.

먼저 광주 제줏간 제주 흑돼지 항정살이 다 구워졌다. 한 마리당 400g 정도만 나오는 일명 천겹살이라 불리는 두항정살이라고 한다. 마블링이 고르고 씹는 맛이 일품이라고! 확실히 항정살은 그 씹었을 때 특유의 탱탱함이 있다. 대부분 그 식감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확실히 돼지가 주는 부위 중에 이색적인 부위긴 하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부위여서 소금 톡톡 뿌리거나 파슬리 뿌려서 단일로 구워 먹기도 한다. 가끔 뭔가 일반적으로 먹어왔던 고기가 질릴 때 먹으면 괜찮다. 꽃목살은 아직 구워지기 전이었고 특삼겹살은 두께감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 교차 숙성을 통해 이 세상 부드러움을 넘어섰다곤 하나 더 빨리 구워진다는 개념은 아니었다. 근데 이렇게 디테일한 가게들이 생기면 정말 자영업은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것 아닌가? 난 아마 평생 못하지 않을까 싶다.

 

아 그리고 내 먹방 포스팅을 많이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고기는 소금을 찍어 먹을 때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 이 소금도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분홍 빛깔이어서 나처럼 뭔가 독특하거나 이색적인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것들도 상당히 메리트 있게 다가왔다. 실제로 맛도 있었고! 솔직히 기존 하얀 소금이랑 어떤 맛 차이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일단 눈으로 먼저 호강하고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고기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이건 서비스 개념으로 먹는 부위다 보니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 배고픈 상태에서 먹는 첫 입이라 더 그래서 그런 것이겠지만. 솔직히 일단 2인분 시키고 더 시킬 예정이긴 해서 나중에 먹을 것을 미리 먹었다고 보면 되겠다. 맛있었다. 역시 두툼해야 맛있다 말이지. 근데 이거 굽기가 어려워서 두툼한 만큼 잘 구워져야 한다.

 

이제 삼겹살도 다 구워져서 마지막 비쥬얼 셋팅을 해주셨다. 버섯도 잘라주셨고 기본 밑반찬으로 셋팅되어 있었던 고사리와 백김치도 올라갔다. 저렇게 올라가는지 모르고 아까 다 먹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뭐 다른 먹을 것들이 많아 손이 잘 가지 않던 것이 다행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불판 위에 먹을 것 가득인 것을 보니 눈으로 계속 행복함이 이어졌다. 여기 막상 느꼈을 때보다 포스팅하면서 디테일을 더 잘 신경 쓴 가게인 것 같다. 당분간 광주 내려갈 일이 없어서 아마 가지 못할 것 같은데 아쉬워서 어떡하지? 프랜차이즈가 있나 이 포스팅이 끝나고 한번 찾아봐야겠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까 저 삼겹살 두덩이 같은 것 사이에 목살이 섞여있었구나. 어디로 갔나 한참 찾았다.

 

일단 한 점씩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예전부터 고기 두께와 부드러움은 비례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여러 맛집을 거친 후 꼭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기 역시 그런 가게 중 한 곳이었다. 두께에 비해 전혀 질기지 않고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근데 물론 식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는데 그러면 항정살 같은 것을 먹으면 되니까! 나 개인적으로도 부드러운 것도 좋아하지만 고기는 어느 정도 씹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 역시 그 부분에서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래저래 다 괜찮았던 것 같다. 교차 숙성의 힘인가? 광주 제줏간 제주 흑돼지 확실히 메리트 있는 가게는 맞다. 사이드가 실하게 나와 가격 대비 배고플 일도 없겠고 확실히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가게 되는 가게이다 보니 재방문하기도 괜찮을 것 같고!

 

이날 소금이나 와사비, 쌈장 등은 솔직히 다 먹어봤던 조합이다. 맛있는 것도 당연하고. 근데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구워진 백김치와 함께 먹는 조합이었다. 불판을 보면 고사리나 백김치가 다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내가 그 조합으로 다 먹어서 그렇다. 고기가 가져다주는 적당한 느끼함을 백김치의 그 톡 쏘는 맛이 쏵 잡아주는데 너무 그게 깔끔하고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군침이 도네. 아무튼 그래서 처음부터 계속 백김치랑만 먹어도 맛있게 잘 먹었겠다 싶은 그런 맛이었다. 아마 대부분 일반 김치를 같이 구워주지 백김치를 주는 곳이 없어서 더 신선하게 다가와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근데 여긴 고기에 자신이 있으니 별다른 양념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고기 상태만 봐도 확실히 신선하고 맛있어 보인다. 뭐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볼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 아무튼 이래저래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좋은 경험을 하고 에너지도 잘 얻고 나왔다. 나오기 전에 여기 아이스크림까지 서비스로 주더라.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정말 이유가 있다니까. 마진이 얼마나 남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방문하고 싶은 가게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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