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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종이봉투에 담겨 있었을 것 같은 옛날통닭 그 느낌

디프_ 2021. 9. 17. 19:30
익숙하지만 이런 맛은 또 너무 오랜만인 것 같은 사또 양념치킨 후기

아는 형이 어느 날 자기가 알게 된 치킨집이 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자기도 가본 것은 아닌데 매번 지나다닐 때마다 간판이 이색적이라 한 번은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한다. 뭔가 옛날스러운, 좀 요즘 프랜차이즈에서 제공되는 그런 맛과는 다르게 우리가 원하는 느낌이 날 것 같다나 뭐래나. 나도 근데 그 말로는 하기 힘들지만 고전적인 그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꼭 가보자고 했고 날을 잡고 이렇게 다녀오게 됐다. 처음에 이 간판을 보고 문을 연 것이 맞나 싶었다. 다행히 문은 열렸고 장사를 하고 계셨다. 간판의 경우 밤에만 불이 켜지는데 그때가 꽤 이색적인 것 같다. 낮에는 연지 안 연지도 모를 정도로 평범하고 무난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른 시간이라 매장 안에 손님은 없었다. 사장님과 지인이신 것 같은 한분만 계셨다. 매장이 넓지 않았고 테이블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메뉴가 생각보다 꽤 많았다. 뭔가 옛날 노포 같은 느낌의 가게랄까. 술안주 위주의 메뉴들이 많아 보였다. 우린 다른 것 고려하지 않고 치킨을 먹기 위해 왔기 때문에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주문했다. 나의 경우 술은 안주가 나올 때 먹기 때문에 나중에 주문하려고 했는데 형은 먼저 맥주를 마시고 싶은지 맥주를 먼저 주문했다. 홉을 정리하시고 시원하게 생맥 하나를 가져다주셨고 바로 마셨다. 난 치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본 찬으로 치킨무와 땅콩이 나왔다. 이런 땅콩도 정말 오랜만에 본다. 그리고 아직 매장 오픈 준비를 덜하셨고 솔직히 이 가게에 이렇게 대낮부터 올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의 방문, 주문과 동시에 음식들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치킨이 생각보다 좀 늦게 나왔다. 그리고 딱 비쥬얼을 보니까 우리가 기대했던, 옛날통닭 비주얼이 나왔다. 그 막 한 마리 통으로 들어간 그 닭 한 마리 말고 어렸을 때 종이봉투에 담겨 있을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별도 조미료 없이 그냥 순수하게 기름에만 튀겨져서 소금과 같이 나오는 그런 맛 말이다. 요즘의 경우 유명 프랜차이즈들에 의해 맛이 좀 고급스러워지고 세련되고 그렇게 변해갔는데.. 아마 염지도 다르게 할 거고. 그래서 이런 특유의 맛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다 그렇지만 양념치킨의 경우 후라이드랑 똑같이 튀겨지고 양념만 발라져서 나온 것 같다. 양념의 경우도 매콤하거나 특별한 맛 없이 달달한 베이스였다. 상상하는 그런 맛 말이다. 개인적으로 소금은 무조건 기본적으로 나오는 곳들을 좋아하는데 소금 역시 기본적으로 같이 나와서 좋았다. 조금 늦게 나온 만큼 신나게 먹어봤다. 아 근데 여기 사또 양념치킨의 경우 정말 노포 스타일이다. 솔직히 내가 노포 스타일을 잘 모르긴 하는데 여기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워낙 술을 잘 못해 술 마시러 안 다녀봐서 그런 느낌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 편견일 수 있는데 여기 매장 내부 상태가 굉장히 깨끗하고 위생적이고 그렇진 않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고 환기 시설도 딱히 없어서 손님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좀 개선이 되면 어떨까 싶다. 근데 아마 그렇게 현대화가 되면 또 이런 맛이 안 살겠지? 여긴 또 여기만의 장점이 있는 것이니까!

 

후라이드부터 먹고 그 다음 양념을 먹었다. 솔직히 방금 갓 튀겨져 나왔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던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해가 떠있는데 맥주를 마시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근데 시원하게 그냥 한잔하고 싶었다. 예전에 맥주 한잔이 그리울 때가 있었는데 몇 년 만에 요즘 또 그런 것 같다. 주량이 약하기 때문에 500 한잔도 다 시원하게 못 마시는 편인데 이 한잔이 나에겐 딱 좋다. 머리도 안 아프고. 그렇게 튀김을 먹고 시원하게 한잔하니까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여기 가게의 퀄리티나 음식 맛과는 별개로 말이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이 제공이 되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원래 닭똥집이나 이런 것도 추가로 시킬까 했는데 형이 2차로 다른 데를 가자고 하여 참긴 한 것이었다. 이 형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뭔가 헤비하기보단 가볍게 오기 좋은 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지나가다 들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슬슬 배가 차기 시작했고 이제 여기가 어떤 맛인지 조금씩 입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닭 자체가 일반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근데 내가 익숙한 맛들이 그런 것들이라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 근데 여기의 경우 염지는 하셨겠지만 기본적으로 약하게 하신 것 같다. 순수 닭 맛만 느껴진다. 우리가 찾던 그 맛이긴 했는데 소금이나 양념 소스가 없으면 심심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배가 슬슬 차기 시작하면 물리진 않더라도 조금씩 맛이 심심해지는 것 같다. 이게 물린다는 건가? 분명히 배가 차서 못 먹을 상태는 아닌데 손이 안 가는 그런 상태 말이다. 처음엔 분명히 맛있었는데!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맛이 심심하다. 또 그게 누군가에겐 매력이 될 수도 있고. 이 형이나 나나 자극적으로 먹는 것을 선호해서 그런지 슬슬 둘이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옛날통닭 맛과 비쥬얼이다. 우리가 애초에 종이봉투에 담겨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찾기도 했고. 아마 목적에는 부합했던 가게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에 1~2조각만 남기고 실컷 먹고 나왔던 것 같다. 메뉴가 늦게 와서 그렇지 둘 다 허겁지겁 먹어서 나름 스피디하게 가게를 빠져나온 것 같기도 하고. 내 한줄평은 목적에 부합하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다른 이유들로 재방문은 힘들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근데 여기 단골들에겐 확실히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긴 하다. 실제로 그렇게 장사를 하실 것 같고. 그래서 경험을 해보고 그 사람에게 맞나 안 맞나를 봐야 할 것 같은 가게라 뭐라고 말은 잘 못하겠다. 밤에 오면 또 느낌이 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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