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한옥마을, 나만 몰랐던 서울 걷기 좋은 길
(SEOUL IKSEONDONG Hanok Village)
예전에 봉사활동 했을 때 인연이 닿았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제 다들 취준생이다보니 적어도 분기에 한 번씩은 만나려 서로서로 노력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얘네도 그렇고 완전 애기일 때 만났었는데.. 시간은 돌이켜보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아무튼, 매번 이 친구들을 만나면 안 가본 곳을 가거나 평소 못 먹던 음식을 먹게 되는데 오늘도 SEOUL에서 그것도 익숙한 종로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가보는 곳을 다녀왔다. 바로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Hanok Village이라 하면 북촌이나 전주만 알았지 이곳에도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IKSEONDONG이라는 동 자체를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약속장소를 정할 때 어디 어디라 했는데 그냥 흘려들었고 만나는 장소인 종로3가만 기억하고 있다가 그곳에 도착했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1920년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북촌보다 앞서 지은 도시형 한옥 주거단지이며, SEOUL에서 가장 오래된 Hanok Village이다. 현재 IKSEONDONG의 110채 목조 전통 한옥은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쌓여 '과거의 섬'을 이루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나가다 본 집 중 한 곳인데, 이곳에서 제일 Hanok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돌잔치를 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보진 못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그래서 식당에 전화번호를 남겨 놓은 뒤 서울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역사가 담겨있는 곳 답게 화려함보다는 골목골목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공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은은한 매력을 좋아한다. 대놓고 드러나는 매력은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지만 그 깊이가 얕기에.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꽃을 파는 곳에 사람이 많았다. 이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좁은 골목을 헤짚고 다녀야하는 이 거리 특성상 생화의 꽃향기를 맡고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누구든 한번은 쳐다보고 가야 하는 공간에서 그 제품의 장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에 뭔가 장사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몰랐던 서울 걷기 좋은 길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꽃과 우편함 그리고 공중전화기까지 색들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게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이쁘다.
쉬엄쉬엄 한 바퀴를 좁게 넓게 돌아보니 요즘 트렌드답게 야외를 활용한 공간이 많았다.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모여앉아 맥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살짝 아쉬운 점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바로 옆이라 복잡한 시간대에는 정신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은 익선동 한옥마을에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가게였다. 여기만 딱 보면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연이었는진 몰라도 실내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였는데, 마치 외국 동네에 있는 일반 펍 느낌이 나는 것 같아 엄청 들어가고 싶었다. 오늘은 방문하진 못했지만, 다음에 친구들이랑 오면 여기를 꼭 가리라 다짐했다.
벽돌들이 아주 정확하게 쌓여있다. 실내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데 살짝 걱정이 됐다. 북촌도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져 실제 거주자들이 대부분 떠났다는데, 이곳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 같아 좀 그랬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개인적으로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긴 하는데, 낮에 봤던 모습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다.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해야 하나. 조명들도 너무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게 은은한 멋이 드러나게 잘 배치되어있었다.
위 사진은 책방과 지나가다 본 카페의 모습이다. 다음에 친구들이랑 오거나 혼자 오거나 둘 중 하나로 오게 될텐데 친구들이랑 오게 되면 아까 그 펍을 가고, 혼자 오게 되면 북카페에서 실컷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은 뒤 이 카페를 갈 것 같다. 지나가다 봤는데 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이런 곳을 보면 뭔가 자유가 느껴져서 좋다.
밤이 된 익선동 한옥마을, 나만 몰랐던 서울 걷기 좋은 길의 모습.
개인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어디를 갈까 하면 북촌을 제일 먼저 추천해주곤 했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편리하기도 하고 한국의 멋도 나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근데 어디나 그렇듯 유명해지면 상업화됨과 동시에 그곳만의 매력이 사라지곤 하는데 북촌 역시 요즘은 그런 것 같다. 근데 Hanok Village 아직까진 그 매력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 종종 바람을 쐬러 덕수궁을 가곤 하는데 평일 이른 시간이나 저녁에 혼자 바람을 쐬고 싶을 땐, 앞으로 이곳을 오게 될 것 같다. 혼자 다니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