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기다려서 5분 즐겼던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할인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기도에 위치한 에버랜드를 갔던 날이다. 사실 옛날부터 한번 가야지 가야지 했었어서 한번쯤은 가본 적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도착하고나서야 알았다. 외국에 있는 유니버셜들은 가봤으면서 정작 한국에 있는 것을 안 가봤다니. 물론 서울에 있는 롯데월드는 친구들이나 견학 포함 많이 가봤는데 여기까진 안 와봤구나. 차를 타고 어딘가를 놀러갈 때 지나가기만 했나보다.
여기 주차장은 바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네비게이션을 보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주차장도 있다. 언뜻 들으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주차장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주차공간이 많지 않아 차를 좀 돌려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셔틀버스를 타고 5분이면 도착하는 공간에 주차를 하는 것 같았다. 나의 경우 네비게이션을 잘못 찍어서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 운행 간격이 길지 않아 쉽게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놀랐던 것은 아침에 도착한 편이라 주차공간이 대부분 비어있었는데 순식간에 꽉 차더라.. 주말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만난 에버랜드.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자유이용권 할인 받고 들어왔다. 사실 여길 정가 내고 오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제를 하고 들어가는 입구에서 역시 각종 카드 프로모션을 안내하고 있었는데 나 포함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전에 찾아보고 왔겠지.
그래도 몇가지 정보를 소개하자면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하나카드는 전회원 1+1 행사를 하고 있었다. 대상은 전회원으로 카드 이용실적에 관계없이 혜택 제공이 가능했다. 이걸 지금에서야 알았네. 나의 경우 네이버로 할인을 받아 구매했다. 결제를 하고 바로 이용이 가능했는데 할인율이 꽤 높아서 그나마 손해를 덜었다. 여기서 손해를 덜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원래 자유이용권 할인 이용하려던 카드 실적이 카운터에서 체크를 해보니 미달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쨌든 무사히 잘 들어왔고 이때 시간이 대략 오전 11시 40분 정도 됐던 것 같다. 이걸 왜 기억하냐면, 머리띠를 사기 위해 들어가려 했던 스토어가 오픈 시간이 12시라고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기다릴 여유는 없어서 그냥 지나쳐 여기 휴먼스카이 리프트를 타러 왔는데 이게 마지막 기회였을 줄 몰랐다. 그뒤에는 사람이 많아 계속 기다리느라 뭔갈 사러갈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사파리월드 오전 10시 30분~오후 17:30분, 로스트 밸리 오전 10시 30분~오후17:00분, 호러 사파리 19:00~21:15라고 운영 시간이 별도 안내되고 있었다. 이때는 할로윈 축제 기간이라고 이랬나보다. 호러 사파라의 경우 별도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람당 5천원. 아무튼 우리의 첫 목적지는 사파리월드였다. 사실 에버랜드에 오게 되면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여기였다. 동물농장에서 굉장히 많이 봤기 때문에 실제로도 한번 보고 싶었다.
우선 들어가는 길에 호랑이와 펭귄을 만날 수 있었다. 확실히 여기 규모가 크다보니 나름 잘 관리되어있다고 느끼긴 했는데 동물들에겐 불편하긴 하겠구나 싶었다. 뭐 태어날 때부터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겐 편할 수 있겠는데 그럴 확률이 크진 않으니까 말이다. 제일 아래 사진의 경우 당연히 실제 코끼리는 아니고 모형이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건 별도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선 예약 자체가 하늘에 별따기라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몇명 기준 20만원 이랬나 뭐랬나. 실제로 보고나서야 저게 뭐지 하면서 검색해보고 알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진 타보지 않아 모르겠다. 한 10분 정도 타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다녀온 경험상 그정도의 시간을 여기서 제공해주려나 싶다.
그렇게 입장한 로스트밸리. 여기서 잘 알아야할게 있다. 여기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총 두개다. 사파리와 로스트밸리. 난 하나만 있는 줄 알았고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로스트밸리에선 초식동물을 만날 수 있고 사파리에선 사자와 호랑이, 곰과 같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냥 제일 가까워 바로 로스트밸리에 왔는데 여기선 멀리서나마 호랑이를 만날 수 있지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첫 계획은 그럼 여기 다보고 바로 사파리로 가자였는데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었다. 토요일에 방문했던 날인데 모든 것들을 기본적으로 최소 2시간 기다렸다. 그정도 생각하면 된다. 피크 시간대의 경우 세시간 정도? 이날 기다린 대기 시간이 한 5~6시간 되는 것 같은데 놀이기구는 총 네개를 탔다. 중간에 그나마 1시간만 기다려도 탈 수 있었던 로데오를 껴서 네개가 된 것이지 실제로 따지면 하루 종일 기다려 세개를 탄 것이다.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아 로스트밸리의 이야기를 많이 안했구나. 총 투어 시간은 한 10분 정도 됐던 것 같다. 차 안에서 나름 동물들과 이용객들이 교감할 수 있도록 기린들에게 먹이도 주고 그렇게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위험한 코뿔소의 경우 저렇게 멀리서만 볼 수 있었다. 한 녀석이 뛰어다니면서 공에 박치기 하고 놀던데.. 실제로 저렇게 무거운 녀석이 뛰는 모습을 처음 봤다. 더 가까이서 봤으면 굉장했을 것 같다.
나오자마자 닭꼬치를 사먹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는데 비쥬얼이 상당히 맛있어 보였다. 매콤한 아이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쉬운대로 먹었다. 근데 의외로 맛있었다. 뜨겁게 바로 꺼내져온 것을 먹긴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너무 배고팠어서 그랬나.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후딱 한 꼬치를 해치운 뒤 바로 다음 롤러코스터를 타러왔다. 그 주인공은 에버랜드에서 가장 오래 됐다고 하는 롤링 엑스트레인. 지도상에는 관람차 바로 옆에 있는데 육안으로 멀리서 찾긴 힘들고 직접 근처까지 와야한다.
찾으러 오는 길에 여기의 명물 티익스프레스를 지나쳐 올 수 있었다. 자유이용권 할인 덕분에 마음대로 탈 수 있었지만 시간과 체력이 우릴 허락해주지 않았다. 무슨 대기 시간만 세시간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어플이 생겨서 직접 가지 않아도 멀리서 대기 시간을 체크할 수 있긴 했지만 이런 것보단 대기 시간을 짧게 해주는 것이 이용객 입장에선 최곤데.. 아무튼 롤링 엑스트레인도 두시간 정도 기다려서 탈 수 있었다.
정말 줄을 기다리면서 힘든 것이 줄이 끝도 없다는 것이다. 공간 효율성을 위해 길을 꼬아놨다고 하지만 정말 끝이 없더라.. 이제 타나 싶으면 안쪽에 대기줄이 또 있었다. 앉아서 가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일이구나라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알았다. 그렇게 자리에 탑승했고 처음으로 긴장했던 것 같다. 티익스프레스와 비교할 순 없지만 내 기준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됐고 빠르게 움직였다. 좀 무서워 눈을 질끈 감은 부분도 있긴 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눈을 뜨는 곳도 있었다. 근데 대체적으로 모든 놀이기구가 1분이면 끝이 나니 결과적으로 보면 그리 무서울 것도 없긴 하다. 이게 끝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제일 무서운 법이다.
앞서 말했듯이 할로윈 기간이었기 때문에 나름 공간을 펑키하게 꾸며뒀다. 여기가 평소에 어떤 느낌인지는 이날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어두워지니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직원분들도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나도 하나 같이 찍고 싶었지만 내가 타고 나왔을 땐 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찾기엔 내 체력이 너무 부족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날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스포를 하자면 아마 다시 에버랜드를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섯시간 기다려서 5분 즐기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대기 시간이 너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오더라도 평일에 오거나 그냥 외국 유니버셜 패스를 끊어서 가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
다음 주인공은 로데오였다. 사실 얠 탈 생각은 없었는데 지나가다 대기시간이 1시간이면 된다길래 후딱 줄을 서봤다. 앞서 2시간에서 3시간 사이를 기다리니 한 시간 정도는 뭐 쉽게 생각됐다. 지금 어디가서 맛집을 한 시간 기다리라면 못 그럴 것 같은데 이때는 내 스스로 최면이 됐나보다. 기다리다보니 날이 금새 어두워졌고 위 관람차와 함께 좋은 야경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은 고요해보이지만 이 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히려 할로윈 분위기를 낸다고 더 정신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로데오는 재밌었다. 직원분들이 추임새를 넣어주는데 그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처음엔 왜 굳이 저러나 싶었는데 재미 요소가 있었고 중독성이 있었다. 역시 여기 직원분들은 대단하다 싶었다. 멋쟁이들.
마지막 주인공은 아마존 익스프레스. 와 근데 얘 진짜 기억에 남는다.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내 한계를 시험해봤던 곳이다. 이때 시간이 대략 7시 정도였는데 그냥 집에 가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근데 자유이용권 할인을 구매했는데 세개 밖에 안 타고 그냥 나온다? 그리고 메인인 티익스프레스도 못 탔는데 다른 메인도 못 타고 집에 간다? 뭔가 아쉬움을 남기고 오는 것 같았고 이렇게 되면 괜히 나중에 또 오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왕 힘든 것 좀 더 힘들자며 기다렸다. 그렇게 추운데 두시간 반을 넘게 기다렸던 것 같다. 여기 역시 줄이 끝이 없더라.. 안으로 들어가서 한바퀴 더 돌았다.
그렇게 탑승하게 된 아마존 익스프레스. 얘 물이 튈 수 있다고 하는데 나름 그 가릴 수 있는 것이 있어 생각보다 심하게 젖을 일은 없겠다. 아주 운이 안 좋은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하나도 젖지 않았는데 옆 사람은 신발이 다 젖었다고 했다. 그 방수막을 잘 안 붙여놨나보다. 그래도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다른 것들보다 나름 길게 탈 수 있었다. 체감상 한 3분에서 5분 정도? 실제로 1~2분인데 내가 길게 느낀 것인가. 발바닥에서 불이 나 좀 앉아있고 싶긴 했다.
그렇게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고 9시가 다 되어서야 해당 장소를 탈출할 수 있었다. 나오기 전에 예쁘게 꾸며둔 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을 체력도 없었다. 진짜 왜 어렸을 때 사람들이 많이 놀아두라고 하는지 절실히 체감했던 날이다. 이날은 다른 의미로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역대급으로 힘들긴 했는데 또 역대급으로 재밌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냥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랑 같이 오면 좋을 것 같다 정도로 마무리 해야겠다. 의미있는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