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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등산코스 연주대 정상까지 힘들었는데 잘 다녀왔어요.

디프_ 2019. 10. 9. 12:15

서울대에 주차하고 올라간 관악산 등산코스 연주대 정상!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산행 포스팅을 하면서 꼭 적는 한 문장이 있다.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은 산을 찾는다고 말이다. 올해는 본의아니게 두번 오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에 관악산을 왔었는데 그땐 정상까지 오르지 못했다. 길이 두개가 있었는데 한쪽 길은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했다. 근데 나는 괜찮았는데 같이 온 사람의 신발이 운동화 개념이어서 자꾸 미끄러졌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저 멀리 정상이 보이는데 길을 뒤로 해야했다.


근데 요즘 날씨가 정말 산행하기 좋은 것 같아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작년 생각이 나 이렇게 다시 관악산 등산코스를 찾게 되었다. 이번 목표는 연주대 정상이 확실했고 이전 길로 갈까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옆에 보여서 그쪽 길로 돌았다. 알고 봤더니 내가 갔던 곳은 험한 길이였고 이번에 새로 가는 길이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다니는 길이었다. 입구부터 이 길을 설명하기엔 애매한데 우측으로 쭉 난 길이었고 그냥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가면 된다. 항상 길을 개척하려는 못된 습관이 있는데 그냥 사람을 따라다니면 된다. 사람이 많은 곳은 그 이유가 있다.



이번 산행은 이전 북한산 포스팅과 다르게 사진이 많이 없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지만 요즘 나름 수영과 축구를 한다고 체력에 자신이 있는 상태였다. 작년에 왔던 나의 기억으로 관악산 등산코스가 만만하진 않았지만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르기 전에 이번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보겠다 다짐했다. 근데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름 버틴다고 버텼는데 중간에 도저히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볍게 메고 온 백팩이 무겁게 느껴지고 다리는 괜찮은데 숨이 너무 찼다. 그래서 숨 고르기를 해야해 잠깐 앉았다. 다행히 친구꺼 물이 한병이 있었고 개를 마시면서 조금 쉴 수 있었다. 산에 오면서 여분의 물도 안 챙겨오다니.. 나 정말 여길 만만하게 봤나보다. 아니면 준비성 부족이라든가.. 복장이랑 신발만 신경 쓰고 왔다. 나를 너무 믿어 자만했나.



아 맞다. 주차 꿀팁을 전수해주지 않았구나. 여길 그나마 상대적으로 체력이 덜 부족한 상태에서 오르려면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올라오면 된다. 주말에는 갓길에도 주차를 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주차 공간이 따로 있으니 거기 하면 되겠다. 다만 문제는 주차비인데.. 이날 총 4시간을 주차하고 만 육천원인가 냈던 것 같다. 시간당 4천원 꼴이었나 6천원이었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그정도 될거다. 어떻게 보면 점심 밥값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평소 주차비보다 주차 장소가 이상하면 마음이 더 불편한 나로서는 이게 더 좋았다.


중간에 한 세번 정도 쉬었을까. 오르고 올라 드디어 연주대 정상까지 얼마 남았는지 알려주는 푯말을 만났다. 반가웠다. 덕분에 여기서 한번 더 쉬었다. 초입에는 모르는데 정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쉬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났다.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기도 하고 내가 지나쳤던 사람이 다시 나를 지나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도 적은 말이지만 관악산 등산코스는 정말 나의 한계를 많이 만나게 해준다. 인간은 자만하면 안된다. 이렇게 힘듬이 오늘 또 나를 교육시켜주고 있다.



이 산을 끝까지 오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고양이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오르는 길에 이렇게 유유자적 쉬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제일 맨 위에서는 한 가족 같이 보이는 애들이 물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전용 사료가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주기적으로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얘네들도 철조망 반대편으로 사람들이 못 건너오는 것을 아는지 거기 안에서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상당히 편해보였다. 요즘이야 날씨가 정말 좋아 괜찮지만 겨울에는 또 어떻게 지내려나. 갑자기 몽골에서 만났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한국에서 만나던 애들과는 다르게 보기만해도 털이 정말 웅장한 느낌이었는데 얘네들도 그에 맞게 환경에 적응하려나 모르겠다.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저 바위들을 집고 올라가면 오늘의 목표인 연주대 정상까지 다다를 수 있다. 솔직히 일년에 한두번만 산을 타는 입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올바른 산행인지,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냥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다. 근데 나름 타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이렇게 바위를 이용해 산행을 할 경우 오르기 더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냥 발만해서 올라가는 것보다 이런 코스가 개인적으로 더 좋다. 힘을 온전히 다리에만 쏟는 것이 아니라 팔과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이런 산행 방법도 있는지 아니면 내가 그냥 심리적으로 이렇게 느끼는 것인지 궁금하다. 실제로도 마지막 이 코스가 체력이 다 떨어져 어려울 법한데 쉽게 느껴지고 엄청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티스토리에 산을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글을 보면 한번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근데 이 길은 바로 옆이 낭떠러지라 뭔가 어지럽거나 힘이 정말 다 떨어진 사람들에겐 위험할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거나 말이다. 그 경우 옆에 계단길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로 가는 것보다 약간 느리게 도착하겠지만 거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나중에 내려올 때와 비교하여보니 길어봐야 한 10분 정도 차이나는 것 같았다. 이런 길이 만들어져 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나는 이 바위길을 따라갔지만 말이다.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관악산 등산코스를 정복한 사진이다. 역시 산에 오르는 것은 이 마지막을 위함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났다. 오를 땐 그렇게 많이 안 보이던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물과 가벼운 음식, 그리고 막걸리를 파는 공간이 이렇게 나타났다. 여기 오기 전에 박스 두세개로 생수를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기서 물을 3천원 주고 사마셨었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고 목이 너무 말라서 어쩔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물을 한병 밖에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근데 여기선 물을 2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앞선 곳보다 천원 더 저렴했지만 뭐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난 거기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 나름 여기 팁일 수도 있겠다. 10분만 더 가면 더 시원하고 저렴한 물과 음료가 있으니 참으라고 말이다. 게토레이가 정말 마시고 싶었는데 여긴 게토레이도 판매하고 있었다.


해발 629m 연주대 정상. 가볍게 정보를 알아보자면, 원래 신라의 승려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7년(677)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건립한 것으로 의상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관악사와 의상대는 연주암과 연주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내력에 대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조선 개국 후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 열사와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하여 그리 불렀다는 이야기고, 또 하나는 조선 태종의 첫 번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두 번째 왕자인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멀어진 뒤 방랑하다가 이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그리 이름지었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인데, 이것은 주변 경관이 워낙 뛰어난 절경인데다 한눈에 멀리까지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여서 붙여진 전설로 생각된다. 현재 건물은 세 평 남짓한 맞배지붕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을 최근에 해체, 복원한 것이다.



그리고 나름 오늘 산행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시바견. 오늘 오른 산행길은 애견동반이 가능한 곳이다. 북한산처럼 별도의 국립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나 역시 애초에 주디를 데려올 예정이었으나 나도 산 고수가 아니고 초행길임을 고려해 데려오지 않았다. 근데 중간중간 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워 나에게 에너지를 준 얘를 만났을 때는 데려올걸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이미 한번 타봤겠다 다음에는 주디랑 같이 올 예정이다. 재도 정상까지 정말 힘든 내색 없이 잘 올라왔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좀 마른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흐르는 물이라 깨끗하고 발을 담그기에는 충분했다. 약 두시간 동안 오르는 피로가 쫙 풀리는 느낌이었다. 역시 마무리로 좋았다. 이 물은 꽤 긴거리로 쭉 늘어지니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자리를 잡으면 되겠다. 나는 발만 담궜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식사도 하고 세수도 하고 이것저것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주말의 하루가 끝났다. 역시 산은 좋은 곳이다. 나의 감정, 마음을 포함해 인간관계와 사람들의 사는 모습 등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느끼게 해준다. 이제 한달이 지나면 본격적인 추위가 올 것 같은데 내년 봄에 한번 더 들려야겠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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