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남 포장해서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이랑 먹어버리기
일 년 전인가. 우연한 기회에 처음 먹어본 고요남 육회초밥. 무슨 이런 음식이 다 있지 하며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55cm라고 했는데 충분히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에 55cm 포인트로 상당히 많은 채널에서 홍보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 비쥬얼이 신선하고 다른 어떤 성질로 인해 주목을 받더라도 모든 것의 기본 바탕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예로 든다면 맛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근데 여태까지 많은 체인점이 생기고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여기 육회초밥은 이를 잘 지키고 있는가보다.
얘를 다시 먹고 싶다고 생각한지가 몇 개월 흘렀다. 가끔 먹고 싶긴 했는데 근처에 매장이 없어 포기하다 자주 가는 한 골목에 이 체인점이 생긴 것을 확인한 뒤로 한번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갈 일이 생기면 들려보려 했는데, 육회를 딱히 좋아하는 애들도 없고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포장해봤다. 처음엔 달랑 육회초밥만 있겠거니 했는데 아래 큼지막한 봉투가 하나 더 있어 이게 무엇이냐 여쭤보니 밑반찬이랑 국이 들어있다고 하셨다. 되게 커보이는데 막상 내용은 뭐 그냥 그렇다.
내 어렴풋한 기억 속에는 55cm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저번에 이웃님의 포스팅을 보고 슈퍼에 들려 사온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을 같이 끓여보았다. 그냥 불닭볶음면을 딱 한 번 먹어봤는데 너무 매워서 포기했었다. 근데 이 까르보나라는 먹을만하다해서 느끼함과 매콤한 맛을 좋아하니 시도해봤다. 약간 맵긴 했는데 먹을만한 정도였다. 맛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두 번째로 먹어보는 고요남 육회초밥. 먹자마자 맛이 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포장이라 그런가. 아니면 오픈 시간이라 전날 만들어둔 것을 받았나..?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때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땐 한입 넣자마자 달기도 하고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 내 입맛이 달라진건가.
똑같은 매뉴얼이 있는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지점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 경우인가.. 솔직히 다 먹고도 모자랄 것이라 생각해 라면까지 끓인건데 둘 다 남겼다.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나에게 미안해졌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아마 당분간 안 먹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