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한 비지찌개 덕분에 속까지 든든해지는 7천원 가정식백반
오늘 소개하는 곳은 평소 자주 가는 가게는 아니다. 애초에 이 지역에서 자주 가는 가게가 없긴 하겠지만 아무튼 자주 가는 곳은 아니다. 여기를 처음 간 것도 우연히 지나가다가 간판을 보고 알았다. 가게 자체가 신기하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근데 나만 이렇게 몇 번 안 가본 것이고 다른 사람의 경우 쭈꾸미가 생각이 날 때마다 여길 종종 온다고 했다. 근데 가게 상호도 이름을 보면 종종 바뀐 것 같은데. 뭐 나야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그냥 맛있기만 하면 되겠다. 아무튼 여기는 노부부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그냥 딱 정말 가정식백반 이름 그대로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먹고 나오면 끝이다. 그 외 기타 다른 것은 없다. 뭐 대화를 나눌 것도 없고. 아 근데 모든 가게들이 원래 그런가?
말로 해서 설명이 조금 그렇긴 한데 아무튼 뭔가 다른 일반적인 가게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뭔가 옛날 가게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되시려나. 아무튼 그렇게 들어왔고 나도 쭈꾸미도 먹어보고 했는데 여길 올 때는 그냥 집밥 느낌처럼 편하게 먹고 싶어서 찾아오게 되는 것 같다. 가정식백반을 주문했고 같이 온 일행의 경우 쭈꾸미 비빔밥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해산물에 약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잘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나마 불맛이 나는 음식들은 종종 먹는데 딱히 막 찾아서 먹진 않는다. 뭔가 바다의 향에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지기가 힘들더라. 근데 또 신기하게도 초밥은 예외고. 뭐 나도 내 입맛을 잘 모르겠다. 근데 사람 입맛이 때에 따라 바뀌니까 뭐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주문하고 음식이 나왔다. 솔직히 요즘 물가에 7천원 가정식백반이 이렇게 잘 나오면 든든하다. 그래서 이렇게 잘 나오는 가게들을 가면 솔직히 집에서 만들어서 먹는 것보다 그냥 밖에서 사 먹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거지도 그렇고. 물론 집 근처에 그런 가게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래서 요즘 뭐 주변을 살펴봐도 집 주변에 막 특정한 메뉴를 파는 식당보다 그날그날마다 찬이 바뀌고 메인 요리 1~2개 정도만 나오는 밥집들이 은근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볼 수 있겠다. 요즘은 또 다들 집에서 요리를 안 해 먹으니까. 예전에야 막 요리 실력이 중요하고 그랬지 요즘은 가정간편식 같은 것도 정말 잘 나와서 더욱더 그런 능력은 덜 필요해지는 것 같다.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주변을 봐도 일상이 바빠서 장 보고 요리하고 그렇게 살기는 힘들어하더라.
그렇게 찬 하나하나를 맛보면서 식사를 즐겼다. 쭈꾸미 비빔밥 안에도 은근 주꾸미가 실하게 들어있다. 물론 뭐 가격이 있기 때문에 원산지라든가 퀄리티라든가 그런 것은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는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다. 간도 물리지 않게 적당히 매콤한 것 같고. 나처럼 해산물을 편하게 잘 못 즐기는 입장에서는 때때로 소스에 기대어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회를 무조건 간장에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초장이라도 없으면 아예 못 먹기 때문에 못 먹는 것보단 그렇게라도 소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편식을 하는 편도 아니니. 브로콜리도 그냥 먹으면 심심한데 초장이랑 찍어 먹으면 은근히 맛있다. 식감도 좋고.
그리고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기 용산 지역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정식백반을 주문하면 꼭 이렇게 계란 후라이 하나씩은 나오더라. 근데 계란은 정말 마법 중 하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재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찜질방에 가서도 꼭 먹어야 하는 필수코스고, 브런치에서도 정말 나오고 또 오므라이스 같은 곳에서도 활용되고. 뭐 볶음밥부터 해서 정말 안 들어가는 곳이 없겠다. 이렇게 백반 중에 한 가지 찬으로 나오면 하나를 다 먹어도 그것 자체로 든든하기 때문에 포만감이나 맛 부분에서도 다 잡을 수도 있고. 꽤나 가성비 있는 재료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찬을 맛보면서 사이드로 나오면 뜨끈뜨끈한 비지찌개와 함께 식사를 즐겼다. 요즘 물가가 정말 장난이 없다. 치킨 한 마리가 3만 원이 되어버렸다. 배달비 포함하면 더 나가기도 하고. 근데 이 정도면 정말 가성비 좋은, 든든한 한 끼다.
어렸을 땐 비지찌개 같은 것도 급식 반찬으로 나오면 다들 안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뭐 막 맛있어하면서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먹으면 먹는 대로 그 맛 그대로 나쁘지 않게 즐기는 편이다. 아마 저게 다른 국들과는 다르게 시큼시큼한 맛이 있어서 어렸을 때 더 접근이 힘들었던 것 같다. 쉽게 비교하면 미역국처럼 간단한 맛은 아니니까. 고등어조림도 열심히 살을 발라 먹었다. 근데 생선 역시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건 맛이나 향 때문이 아니다. 가시 때문이다. 아무리 가시를 잘 발라도 먹다 보면 가시가 나오더라. 생선은 구운 거나 저렇게 조리거나 둘 다 맛있는데. 아무튼 이렇게 집밥 느낌처럼 7천원 가정식백반을 열심히 해치웠다. 여기가 다른 곳들에 비해 정말 야무지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요즘 물가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