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제주도 현지인들만 즐기고 있었던 흑돼지 맛집 서문뒷고기

디프_ 2023. 5. 29. 16:37
제주 시내 현지인들의 단골 맛집인 서문뒷고기를 관광객이 가보다

 

2~3년간 관광업이 많이 고생을 하면서 정말 많은 가게들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말로는 원래 경쟁력이 없던 곳이 그냥 밑천이 드러난 것이라고, 잘 되는 곳은 더 잘 됐다고 그러더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물론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도 경쟁력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근데 꼭 변화해야만 좋은 것이라 말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 자리를 지킴으로서 더 사랑받는 곳도 있으니. 근데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환경 등으로 그 흐름이 끊기면 정말 그 사람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잔인하게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물론 나도 경제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긴 하지만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 시기에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내가 자주 찾던 곳들이 사라짐을 경험으로서 조금 더 감정적으로 해석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소개할 곳은 앞서 말했던 곳들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 거의 4~5년만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가게였다. 이 가게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관광객에 의존하는 가게는 힘들었을 텐데, 애초에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가게여서 그게 입소문이 나서 관광객까지 퍼진 가게에는 그래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이 가게가 딱 그렇다. 여기 처음 왔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 왔을 때도 그렇고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이번에도 그랬고 저번에도 그랬다. 외지인은 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조금씩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오는 것 같긴 한데 위치도 공항 도심이기도 하고, 주변 우진해장국을 많이 가지 여길 간다는 사람을 딱히 못 보기도 했다. 상호명은 제주도 현지인들만 즐기고 있었던 흑돼지 맛집 서문뒷고기다.

 

여길 처음 왔었을 때는 아마 첫 회사를 퇴사하고 혼자 여행을 왔을 때였다.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면 엄살이 심한 것이기도 한데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니 이래저래 너무 힘들었다. 아마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또 돌이켜보면 그 이후 다녔던 곳들보다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고. 아무튼 그렇게 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다녔었는데, 그 중간에 어느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흥행하진 못했지만 아마 그 이후에 본 사람들은 많은 작품인데 30대 친구들이 제주도로 어쩌다 여행을 떠나는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그런 모습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퇴사하면 저렇게 해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퇴사하고 거기에 나왔던 게스트하우스에 예약해 진짜 떠났다. 그리고 첫날 좀 늦게 도착해 공항 근처에서 자야 했고 근처 숙박을 하고 처음 저녁 식사로 온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여길 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분명히 거리로는 짧았다. 그래서 걸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밤에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근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없더라. 그래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30분 이상 걸어서 도착했던 것 같다. 그때 느꼈다. 제주도는 가까운 거리라고 하더라도 그냥 차를 타고 이동해야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인도가 잘 되어있는 곳은 잘 되어있는데 애초에 조금 차도 위주로 길이 꾸며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웬만하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라고 하더라도. 또 밤에 걷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이 그때는 혼자 왔었기 때문에 고기를 못 먹고 제육볶음이었나. 그걸로 시켜서 먹었었다. 물론 그것도 꽤나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근데 이번엔 친구와 함께 왔기 때문에 고기를 이렇게 마음 편하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다.

 

저녁 피크 타임도 아니고 이른 시간에 왔기 때문에 매장 안에 사람이 없었다. 근데 고기를 굽기 시작할 때쯤 한 테이블이 들어왔다. 앞서 말했듯이 관광객이 아니고 여기 근처 동네 단골 분들이신 것 같았다. 그렇게 적당한 소음과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밑반찬이 맛있는 곳은 무슨 음식이든 맛있다. 여기 특별할 것 없는 밑반찬들인데 김치부터 해서 그냥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의도하신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전체적인 컬러감이 사진을 찍기에도 편했다. 뭔가 중구난방 느낌이 아니라 깔끔하게 잘 담기는 느낌? 고기가 다 구워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니 이렇게 밑반찬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주 시내 현지인들의 단골 맛집인 서문뒷고기를 관광객이 와서 체험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흑돼지 특성상 두께가 있다 보니까 구워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여기 고급 고깃집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이 셀프로 구워먹어야 한다. 근데 화력이 세서 막상 고기 굽는 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적당히 앞뒤 익었을 때 가위로 자른 다음에 단면들을 다시 구워주면 되니까. 그리고 여기 가게 상호명과 다르게 뒷고기를 먹으러 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셔서 흑돼지 오겹살을 주문해서 드시면 되겠다. 그리고 앞서 제육볶음이라 말했는데 그때 혼자 왔었을 때 먹었던 것은 흑돼지 두루치기였다. 지금 우리가 주문한 것은 오겹살이고. 만약 다음에 여길 또 올 일이 있으면 이름 그대로 시그니처인 것 같은 뒷고기를 먹어봐야 하나? 근데 뒷고기는 김해에 가서 실컷 먹어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을 필요성은 딱히 못 느꼈다.

 

고기가 다 구워졌고 때마침 찌개도 나왔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여기 맛있는 곳이다. 솔직히 삼겹살 같은 것 다 구워서 먹으면 맛없기가 힘들다. 튀긴 음식과 거의 동급이다. 근데 여기 그냥 맛있다. 두께감이 있는데도 부드럽고 잡내 하나 없고 살코기와 비계 부분 적당하고. 비계 부분도 잘 구워지면 적당히 탱글탱글하니 식감을 살려준다. 껍데기 부분도 그렇고. 그런 조화가 좋았고 그냥 고기 자체가 신선한 느낌이 있다. 솔직히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생고기 상태에서의 빛깔을 보면 뭔가 다른 것 같은 고기들이 있다. 여기가 그랬다. 개인적으로 블로그 포스팅할 때 아이폰 실사 그대로 업로드하기 때문에 보정 같은 것은 하나도 안 하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빛깔이 좋은 것을 뭔가 아시지 않을까 싶다. 찌개도 구수하니 맛있어서 고기 먹다가 한입씩 하기 좋았다.

 

파채도 너무 맛있고 마늘에 쌈장 콕 찍어서 이렇게 삼합 느낌으로 한입씩 크게 먹었다. 개인적으로 쌈 싸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에 뭐가 묻는 것도 싫고 그냥 고기만 소금 콕 찍어서 먹어도 맛있으니까. 근데 친구는 쌈을 자주 즐겨 먹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야채 좀 먹어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몇점 싸 먹기도 했다. 친구는 여길 오자고 했을 때 그냥 내가 가자고 해서 왔다. 이 친구는 자기 말로는 뭘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는데 평소 다니는 것을 보면 나름 미식가처럼 챙겨서 먹더라.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데 아무튼 뭐 이 친구도 여기 맛있다고 좋아하더라. 잘 찾아왔다고. 밑반찬도 맛있다고. 결과적으로 둘 다 신나게 맛있게 먹었다. 나는 그냥 예전 경험도 떠올라서 좋고 실제로 맛있기도 했고. 비행기 타고 도착해서 처음 먹은 식사였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제주도 현지인들만 즐기고 있었던 흑돼지 맛집 서문뒷고기. 아마 제주도에 꽤나 많은 흑돼지 맛집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 기준으로 솔직히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겠다. 근데 웨이팅 없이 진짜 그냥 동네 사람들이 즐기는 고깃집을 가보고 싶으면 여길 와도 좋겠다. 가격도 그렇고 여러 반찬 구성도 좋고 솔직히 유명한 곳들에 비해 퀄리티가 높으면 높았지 떨어질 곳이 아니다. 나 역시 막 더 비싸고 유명한 곳들을 가보긴 했는데 내 입맛이 그런 것인지 몰라도 여기서 더 맛있게 즐겼던 것 같다. 물론 그런 곳들도 맛있긴 한데 상대적으로 뭔가 같은 재료지만 다른 메뉴인 느낌이랄까. 색깔이 다르다. 그래서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어쩔 땐 비싼 곳이 땡기고 어쩔 땐 이런 동네 로컬 가게 같은 곳이 땡길 때가 있다. 이날은 이 감성이었다. 흰쌀밥까지 해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기분 좋은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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