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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8천원 제육볶음 가정식백반

디프_ 2022. 11. 10. 20:20
물가 오른 요즘, 이 정도 양과 구성이 8천 원이면 또 갈 수밖에 없겠다.

 

지금보다 한 5년 전인가. 아마 그보다 더 전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게 아니 뉴스에서 자꾸 물가가 오른다고 하는데 왜 주변에 보이는 식재료라든가 그런 것들은 안 오른다고, 어디가 오르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때 짧은 지식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물가지수가 있고 뭐 이래저래 설명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요즘처럼 민감하게 물가에 반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뉴스에서도 들리는 것은 당연하고 이젠 주변에서 토로를 하더라. 밥 한 끼 먹어도 예전만 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래서 데이트 한번 한다고 하더라도 돈이 우습게 나간다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먹는 것과 여행하는 것에는 돈을 크게 아끼지 않는 편이라 좀 무딘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배달비와 인건비 같은 것을 보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긴 하다. 기름값도 그렇고.

 

근데 오늘 포스팅은 최근에 갔던 가게 중에 정말 제일 혜자라 느꼈고, 근처에 있다면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위치가 애매해서 이 근방 사시는 분 아니면 이 포스팅을 보고 여길 가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요즘에도 이런 가게가 있다는 느낌 정도만 알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포스팅해본다. 솔직히 여기 뭐 찾아간 것도 아니고 검색해본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어왔다. 솔직히 처음 들어올 땐 망설였다. 외관도 그렇고 뭔가 장사를 안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밤에 술을 메인으로 하는 가게인가 싶더라. 근데 간판에 가정식백반 타이틀이 붙어있기도 하고 낮에도 문을 열어놓으셨길래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 봤다. 메뉴판을 살펴봤고 오랜만에 제육볶음이 눈에 들어와 그거를 주문하였다. 가격은 8천 원! 가격 자체는 점심값으로 평이한 수준이겠다.

 

근데 이게 말이 안 됐다. 우선 저 제육의 경우 그냥 냉동 상태로 두셨다가 해동해서 주시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매장 내부가 협소하다 보니 주변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는데 냉장고 같은 곳에서 생고기를 어느 정도 덜어가시더라. 그리고 바로 볶아서 이렇게 내어주신 것이었다. 솔직히 먹기 전에 간이 잘 맞으려나 싶었는데 여기 사장님 기본적으로 손맛이 있으셨다. 적당히 매콤하니 감칠맛을 살려주셔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메인을 떠나서 여기 밑반찬만 봐도 밥 한 공기 뚝딱이다. 가격이 8천 원인데 이렇게 실하게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공깃밥도 꽉꽉 채워서 나온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여기 사진을 보내면서 '아니 내가 입맛이 변했나? 요즘 왜 이렇게 한식이 좋지? 여기 어떠냐?'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친구들도 이 정도면 정말 잘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간략하게 소개를 해보자면, 여기 군산식당 가격 8천 원 가정식백반 제육볶음 주문 시 기본 찬으로 깻잎, 계란말이, 브로콜리, 가지 절임, 멸치, 김치, 버섯, 국이 나온다. 메인 외에 8가지가 나오는 것이다. 공깃밥은 별도고. 그러면 저렇게 나오는 것들 하나씩만 맛을 본다고 하더라도 8입을 먹게 되는데 공깃밥이 괜히 뚝딱되는 것이 아니겠다. 근데 여기 메인은 또 고기가 실하게 저렇게 가득 담겨 나온다.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애초에 올려진 그릇을 보면 대충 어느 정도 나왔는지 알 수 있겠다. 근데 저걸 생고기로 바로 조리해서 주신 것이니 맛이나 신선도 상태를 말할 것도 없겠다. 어떻게 양념이 배이게 하거나 그런 과정 없이 바로 이런 맛이 나지 싶을 정도로 양념 괜찮게 새콤달콤하니 너무 맛있었다. 정말 밥도둑이었다.

솔직히 밥은 이 이상 먹으면 오후가 힘들 것 같아 참아야 했다. 근데 이거 한입씩 먹고 나면 흰쌀밥 한입을 참을 수가 없겠다. 특히 저 깻잎! 진짜 깻잎 너무 맛있었다. 이상하게 요즘 깻잎에 꽂혔다. 집에선 먹기 힘들고 어디 가게에 가면 나올 때마다 먹고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저것만으로도 거의 밥의 반을 다 먹어버린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찬들을 먹긴 하는데 깻잎을 한 번쯤은 원 없이 먹어보고 싶을 정도다. 근데 여기 메인 요리도 훌륭하다. 대부분 살코기고 막 지방 부위만 있는 것도 없다. 적절히 조화를 이뤘는데 양파부터해서 그냥 소스 자체가 맛있었다. 저 소스만 덜어서 밥에 슥삭슥삭 비벼서 먹어도 맛있을 느낌이다. 실제로 그렇게 먹기도 했고. 아무튼 그냥 국이랑 김치 정도만 나오고 제육만 나왔어도 저 양이면 밥 한 공기 다 해치우고도 부족했다. 여기 사장님 손도 크시다.

 

정말 열심히 계속해서 먹었다. 처음에 사진을 찍는다고 속도 조절이 좀 된 것이지 신나게 먹었다. 요즘 체감물가가 너무 올라서 다들 힘든 상황인데 여기에 오면 잠시나마 그런 기분을 잊을 수 있겠다. 물론 여기도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이 오를 순 있겠지만 일단 8천 원에 이날 이 구성은 먹으면서도 말이 안 됐다. 이렇게 밑반찬이 많이 나올 경우 제육볶음 자체가 양이 부족하거나 퀄이 조금 떨어질 수 있는데 그것도 전혀 아니니 딱히 불만 가질 것도 없겠다. 전체적으로 조합 좋고 건강한 맛으로 너무 좋게 잘 먹었다. 오히려 요즘 국을 찾는다고 종종 포스팅할 때마다 말씀드리는데 이날은 또 국이 필요 없었다. 다른 찬들 먹기도 바쁘니까 역시나 뒷전으로 밀리더라.

중간중간 먹어주는 계란말이 역시 담백하고 맛있었다. 따로 제육 소스가 있어서 케첩이나 그런 것이 필요하진 않았다. 건강을 챙긴다고 멸치도 먹고 브로콜리도 먹고 그랬다. 버섯보단 가지에 손이 더 가기도 했고. 아무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이 공간에서 8천 원이라는 금액으로 정말 혜자 가정식백반을 즐기고 나왔다. 사장님 역시 별말씀은 없으셨지만 그냥 친절하시고 거리감이 없으셨다. 아무래도 매장 자체가 좁다 보니 조금 더 그렇게 느껴지겠다. 뭐 나는 처음에만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보다가 나중에 유투브 보면서 식사를 하고 계산하고 나오긴 했지만 그냥 뭔가 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 동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찾는 재미가 있다. 딱 목적지를 찍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찾는 즐거움 말이다. 여기는 나중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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